K-제약바이오 산업이 인공지능(AI)과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신약을 단기간 안에 개발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이 같은 이슈를 통해 주가 부양 소재로 악용하고 있다. 또 AI 기업들이 보유한 플랫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향후 인력에 의한 신약 개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까지 생기면서 기업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두 차례로 나눠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글로벌 빅파마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단기간 안에 신약 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AI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며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외에서는 AI를 이용해 단기간 내에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당시 AI로 유행 지역을 예측하고 임상 계획을 설계해 4개월 만에 6개국에서 4만 명 넘는 환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AI를 통해 해당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약 11개월 만에 백신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스탠다임은 SK C&C 외에도 SK케미칼, HK이노엔,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과 협력해 AI를 이용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온코크로스는 보령, JW중외제약, 제일약품 등 다수의 제약사와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보령과는 AI 플랫폼을 활용해 카나브의 신규 적응증 발굴에 나섰으며, 제일약품과는 글로벌 뇌졸중 신약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같이 기업들의 수요가 높아지자 제약바이오협회 같은 단체와 정부는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개발지원센터(이하 AI센터)는 지난달 26일 1차 AI신약개발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현장형 전문인력 양성 △민관 협력 공동연구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주제로 자문·토론 등을 진행했다. 아울러 자문위원회는 AI 신약 개발 온라인 교육 플랫폼 LAIDD 교육 이수생의 실력과 직무수행 역량을 기업이 믿고 채용할 수 있도록 검증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AI와 관련된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2년부터 'AI 활용 혁신 신약 발굴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AI 모형 추가 개발을 통해 공공 플랫폼(KAIDD)을 고도화하고 AI 플랫폼을 직접 활용해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수 있는 수준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AI 활용 신약 개발의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는 사업이다.
인재양성과 사업지원 등의 정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것이 AI 신약 개발 업체들의 평가다. AI 신약 개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은 AI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후보물질 발굴에도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단기간 지원하기 때문에 기업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며 "지원 정책과 인재양성 정책뿐만 아니라 AI가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재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iscezy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