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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부담없이 즐겨요"…OTT 새 먹거리 '미드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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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OTT] "부담없이 즐겨요"…OTT 새 먹거리 '미드폼'

예능·드라마·다큐 시리즈 회당 30분 내외 러닝타임…시청시간·제작비 부담 줄어

'성난 사람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성난 사람들'. 사진=넷플릭스
어떤 시청자들은 "TV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 회차가 끝나고 다음 회차가 공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힘들고 회당 1시간이 넘는데 16부작으로 이뤄진 드라마의 호흡을 따라가는 게 어렵다는 이유다.

만약 몰아보기를 하더라도 긴 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특히 틱톡이나 릴스, 쇼츠 등 숏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SNS가 대세인 상황에서 긴 호흡의 드라마는 OTT의 캐시카우이자 한계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OTT는 이에 대해 합의점을 찾은 모양새다. 숏폼과 롱폼 사이의 '미드폼(Mid-Form)' 콘텐츠가 그 해답이다. 미드폼 콘텐츠는 회당 러닝타임이 20~30분 수준으로 40분을 넘지 않는다면 미드폼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넷플릭스는 미드폼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 일본편'을 내놨다. 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은 1화가 38분으로 가장 길고 대부분 30분 정도로 러닝타임이 짧다.
유기환 넷플릭스 논픽션 부문 디렉터는 "미드폼 예능은 러닝타임이 짧아서 제작기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가벼운 소재를 편하게 다룰 수 있다"며 "시청자들에게 편하고 밀접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넷플릭스 예능의 경우 평균 제작기간이 1년 정도 소요되는 반면 '성+인물: 일본편'은 5개월 만에 제작을 마쳤다는 게 넷플릭스 측 설명이다.

이 같은 미드폼 콘텐츠는 드라마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10개 에피소드로 돼있으며 회당 러닝타임이 40분을 넘기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러브, 데스+로봇'은 회당 러닝타임이 20분을 넘기는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다.

반면 '오징어 게임' 회당 러닝타임이 1시간 내외고 '기묘한 이야기'는 시즌4는 모든 에피소드가 1시간 10분을 넘는다. 특히 마지막 에피소드는 무려 2시간 30분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등 TV에서 방송된 드라마들은 대부분 회당 러닝타임이 1시간을 넘긴다.

이 같은 특징은 넷플릭스뿐 아니라 다른 OTT에서도 눈에 띈다.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는 일부 에피소드가 40분대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 회차 평균 러닝타임이 40분을 넘기지 않는다. 드라마 '위기의 X' 역시 30분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으며 '약한영웅 class1'도 회당 러닝타임이 30~40분대다.

티빙에서도 오리지널 드라마인 '몸값'이 30분대, '삼시세끼 스프링캠프'도 3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여고추리반'의 경우 시즌1은 러닝타임이 30분 내외지만, 시즌2에서는 2배 수준으로 시간이 늘어났다.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애니메이션 '나는 그루트다' 시리즈는 회당 러닝타임이 무려 6분으로 사실상 숏폼 콘텐츠 수준이다. 이밖에 '마블원샷'이름으로 공개된 단편영화도 10분 이내의 짧은 작품이다. 여기에 '마블 스페셜프레젠테이션' 이름으로 공개된 '웨어울프 바이 나잇'이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홀리데이 스페셜'은 러닝타임이 1시간 이내지만, 1회성 에피소드로 '중편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미드폼 콘텐츠들은 실제로 구독자를 유입시키거나 시청시간을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넷플릭스 TOP10 순위를 살펴봐도 미드폼 콘텐츠들 중심으로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성난 사람들'은 작품이 가진 매력 때문에 영어권 TV쇼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청점유시간이나 구독자 유치 등 대세에 영향을 주진 않지만, OTT들은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어디서든 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미드폼 콘텐츠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태현 웨이브 대표는 "OTT에게 가장 중요한 시청점유시간을 채우기 위해서는 10, 20부작의 롱폼 콘텐츠가 유리하다. 그러나 30분 이내의 미드폼 콘텐츠는 시청자들이 더 쉽게 소비할 수 있다. 미드폼 콘텐츠는 앞으로 플랫폼 전략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