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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성원 부사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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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트러스톤자산운용 이성원 부사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지배구조"

"법과 제도적 한계 많아…그럼에도 주주행동 계속할 것"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사진=트러스톤자산운용이미지 확대보기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사진=트러스톤자산운용
"한국 주식이 유달리 저평가된 대표적인 원인으로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의 주주 관여 활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글로벌이코노믹과의 인터뷰에서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태광산업, BYC 등과의 공방을 마친 직후다.
이어 이 부사장은 "행동주의는 장기 프로젝트"라며 "1~2년 안에 끝나면 좋지만, 그렇지 않고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원하는 결론을 얻지 못했지만 국민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심어줬고, 소액주주들이 깨어나는 계기가 됐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그 시작부터 주주 행동주의와 결을 같이했다. 이른바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경영철학이 자리 잡은 덕이다.

이 부사장은 "저평가된 회사의 주가를 본질 가치만큼 올리는 작업에 일찍이 관심이 많았다"며 "고객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의무를 실천해왔다"고 했다.

근래 쟁점이 된 사건으로는 단연 태광산업과의 공방이 있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10분의 1 액면분할,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추천,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50억원을 제안한 바 있다.

안타깝게도 이 안건들은 모두 부결됐지만,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앞으로도 주주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물론 행동주의 활동이 항상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이 부사장은 법과 제도적 한계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 부사장은 "우리나라 법이나 제도는 철저히 기업 입장에 서 있다"며 "현행 제도는 소수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너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3%룰'이 거론됐다. 3%룰은 상장사의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지배주주가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최대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이 부사장은 "BYC를 예로 들면, 30개 관계사 가운데 9개사가 지분을 들고 있다"며 "대주주 3%를 비롯해 나머지 3%를 모두 인정해서 합치면 30%다"라고 설명했다.

이때, 소액주주 역시 3%룰을 적용받아 그 이상을 보유해도 3%만을 인정받게 되므로 권리 실현에 한계가 생긴다. 기업이 계열사나 관계사로 지분을 쪼개면 3%룰이 의미가 없어지는 형국이어서다.

이 부사장은 "이처럼 기업들이 제도를 우회하고 있는데다 정관 변경을 통해 소수 주주의 주주 제안을 막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회사가 사전에 주주 제안 내용을 보고 이사회에서 정관을 변경할 수 있는 제도 탓이다. 주주 제안의 경우 주주총회 6주 전에 제시해야 하지만, 회사는 2주 전에 안건을 낼 수 있다.

이에 이 부사장은 "기업들이 소수 주주들을 무력화할 방법이 있어서 행동주의가 성과를 거두기 더욱 쉽지 않다"며 "이것이 주주 행동주의의 큰 어려움이다"라고 토로했다.

일종의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상황이다. 이 부사장은 "행동주의가 활성화되려면 여전히 남아있는 부정적 여론이 개선되고 나아가 자금이 모여야 할 것"이라는 말로 미래를 그렸다.

한편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의 굳센 발걸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 부사장은 "결국 감사위원 선임이 핵심인데 상황이 복잡하다"며 "내년에 다시 주주 제안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내년 주총을 대비해 계속 주주환원 활동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상법상 보장된 권리인 장부 열람을 통해 자금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배당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비용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이를 통해 회사를 감시하는 역할을 이어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김보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eeping@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