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가 지속가능경영(sustainability management)을 위한 새로운 먹거리 비즈니스로 ‘비건 뷰티’(Vegan Beauty)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비건화장품 시장은 2010년 중반 이후 연평균 6.3%씩 증가해 지난해 약 20조6400억 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약 23조296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비건화장품 시장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한국 비건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3년에 1600억 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5700억 원으로 4배 가량 늘었다. 또 2025년에는 1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뷰티업계에서는 최근 젊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비건화장품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현재 비건 화장품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화장품법 개정 이후 동물실험으로 생산한 화장품에 대한 유통과 판매가 금지되며 비건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LF, LG생활건강, 신세계인터내셔날, 아모레퍼시픽 등 뷰티업계에서도 비건화장품을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10월 LF가 론칭한 비건화장품 브랜드 ‘아떼’(ATHE)도 비건 인증을 받고 다양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색조 화장품뿐만 아니라 헤어 에센스·샴푸까지 제품 군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표 제품 ‘어센틱 립밤‘은 국내 최초 비건 인증 립스틱이다. 입술 온도에 따라 색소가 반응해 개인별 최적의 컬러를 자연스럽게 연출시킨다.
2023년 SS시즌 아떼는 ‘어센틱 에어리 립밤’의 2023 S/S 컬렉션(‘Ridin’ the Gradation’)을 출시했다. 이번 컬렉션은 봄에만 선보이는 한정판으로 생기 가득한 봄의 기운이 입술 위에 부드럽게 퍼지는 사랑스러움을 담은 3종 컬러로 출시됐다. △봄의 생기를 닮은 다홍빛 코랄 컬러의 ‘써니 사이드 업’(7호, Sunny side up) △맑고 사랑스러운 핑크 컬러의 ‘핑크 어 랏’(8호, Pink a lot) △체리빛 레드 컬러의 ‘체리 베리 머치’(9호, Cherry Very Much) 등 컬러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키워드를 제품명에 활용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비건화장품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다. 비건 브랜드 VDL 품목을 늘리고 비건 메이크업 브랜드 ‘프레시안’(freshian)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런칭한 프레시안은 비건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만 구성된 브랜드로 가치소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일 클린 뷰티 브랜드 비욘드를 앞세워 ‘엔젤 아쿠아 크림 2종 러브어스(Love us, Love Earth) 에디션’을 출시했다. 청정 지역 울릉도에서 자란 전호 추출물과 릴리프 시카 콤플렉스를 함유한 포뮬러로 수분감과 진정 효과가 있다.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비건 인증을 받은 비건처방 제품으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용기를 적용해 환경까지 신경 썼다.
비건 지향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HOURGLASS) 등을 취급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올해는 비건화장품 확대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아워글래스는 올해 1월부터 3월 현재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자주’의 특화 매장 ‘웰니스’를 따로 만들면서 비건 뷰티 판매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인 ‘이너프 프로젝트’와 헤어제품이 포함된 비건 브랜드 ‘롱테이크’(long-take)를 새로 출시했다. 롱테이크는 작년 4월 론칭과 함께 헤어 케어 제품인 ‘샌달우드 인텐시브 라인’과 ‘블랙티 앤 피그 소프트닝 라인’을 선보인 바 있다. 모든 제품에 목공소에서 사용하고 남은 고목의 톱밥을 재가공한 ‘오크우드 업사이클링 향료’를 베이스로 사용하는 등 지속가능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비건화장품 라인업을 강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클린 비건 뷰티 전문 편집숍 ‘레이블씨’(Label C)를 통해 영국 유기농 인증기관 ‘토양협회’의 검증을 받은 천연·유기농 성분으로 제작한 비건 화장품을 선보이고 있다.
뷰티업계가 신성장동력으로 비건화장품을 선택한 데에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맞닥뜨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COVID-19·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pandemic, 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한동안 성행했던 팬트업(Pent Up·억눌린) 소비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高)의 ‘퍼팩트스톰’ 기조가 계속되면서 결국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아버렸다. 뷰티업계도 소비가 한풀 꺾이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최근 뉴노멀 시대의 소비 트렌드로 각광을 받은 친환경 소비가 단기적인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특히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환경 보호·사회적 가치 공헌·지배구조 윤리경영) 경영의 확산과 함께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소비 트렌드인 ‘가치소비’(價値消費)가 맞물리면서 비건화장품은 뷰티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비건화장품은 유해의심성분을 배제하고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으면서 재료, 성분뿐만 아니라 리사이클링, 동물보호, 환경 보존 등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으로 자연 유래 성분이 함유돼 있거나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패키지를 사용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최근 자신의 윤리적 신념이나 가치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패턴이 늘어나면서 이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이 소비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최근 모바일 뷰티 플랫폼 ‘화해’가 발표한 ‘2023 예상 뷰티 트렌드’에 따르면 환경과 비건 등에 관련한 검색량은 지난 2년간 3.6배 증가했다. 특히 기존에는 20대 여성들이 지속 가능한 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면 지난해에는 관련 검색량 추이가 △30대에서 151% △40대 140% 넘게 급증하며 전 연령층에서 고른 관심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소득과 높은 구매력을 갖춘 2040 고객들이 소비를 시작하면서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 환경보호, 생명윤리 등 착한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비건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며 “뷰티업계도 이에 호응해 비건화장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비건 뷰티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돼 전체 뷰티시장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양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luswate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