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들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만큼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삼성 계열사들은 관련 하드웨어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메타버스 하드웨어인 확장현실(XR)헤드셋에 대용량 D램, 3D 센싱모듈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이 필수적으로 탑재되기 때문에 삼성 계열사들과 연관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미국 AR 전문기업에 투자했다. 또 수년간 멈췄던 가상현실(VR)헤드셋 사업을 재개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 등 계열사와 1차 협력사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프로토타입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4년과 2017년에 VR·혼합현실(MR) 헤드셋을 출시했지만 이후 신제품은 없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오디세이2와 같은 MR 제품을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거대 고객사인 애플이 VR기기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사업 협력 가능성이 크다. 충남 아산에 있는 A2라인에 마이크로 OLED 시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라인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OLED는 증강현실(AR), VR 등 XR기기 분야에 가장 적합한 기술이다. 주요 IT기업들도 액정표시장치(LCD)보다 마이크로 OLED 탑재를 선호하고 있다.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VR, AR은 디스플레이 산업이 밸류 체인을 확대하고 다른 산업과 융합할 좋은 기회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기도 패키지기판 사업 확대를 통해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 중이다.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기존 주요 사업도 XR기기에 적용되지만 최근 주력하고 있는 반도체 패키지기판 부문에서 더욱 기대된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고성능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는 대용량 D램이 필요하다. 이때 고성능 반도체에 들어갈 패키지기판 역시 사양이 높아야 한다. 삼성전기는 하이엔드 중심 패키지기판 사업을 하고 있어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 삼성전기는 AR 안경에서 필수적인 웨이브 가이드 모듈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IT 트렌드를 보여주는 CES 2023에서 처음으로 메타버스가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다양한 AR과 VR 기기들이 공개됐다. 안정적 전략을 고수해오던 애플마저 VR헤드셋 신제품 출시가 임박하자 글로벌 XR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개화기에 돌입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올봄에 첫 MR헤드셋을 공개하고 가을부터 시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2023년에도 전년비 4.4% 감소한 12억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IT업체와 중국 등 주요 국가가 XR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지정해 육성할 계획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BOE가 VR 디스플레이 전용 양산라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중국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중국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2021년 1100만 대에서 2025년 1억1000만 대로 4년 만에 10배 성장한다고 한다. 시장 규모는 200조원을 웃돌며 연평균 77% 성장할 전망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등이 MR 기기 출시로 2024년부터 대중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30년 이후에는 10억대 규모까지 확대돼 12억대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과 유사해져 향후 모바일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로써 시대별 가상세계 연결의 주도 디바이스는 PC(1990년대)→휴대폰(2000년대)→스마트폰(2010년대)→VR헤드셋·AR글래스(2020년대)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