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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국' 일본, 온실가스 배출 오명국가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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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국' 일본, 온실가스 배출 오명국가 전락

화석연료 사용 증가, 재생 에너지 도입·에너지 생산성 저조, 제조업 상장기업 시총 10% 이상 차지

'에너지 효율국' 리더였던 일본이 화석연료 사용 증가, 재생에너지 도입 저조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에너지 효율국' 리더였던 일본이 화석연료 사용 증가, 재생에너지 도입 저조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에너지 효율성 리더 국가였던 일본은 마법의 손길을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한때 에너지 효율에서 세계를 주도했지만 소비된 에너지 단위당 경제 생산량을 보면 영국과 다른 유럽 국가들에 훨씬 뒤처져 있다.

일본은 2020년까지 3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0% 줄였지만, 그 감소는 대부분 미국처럼 에너지 효율성의 개선보다는 경제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유럽은 재생에너지를 촉진함으로써 탈탄소화와 경제성장을 모두 달성했다. 일본은 경제 침체와 정책 혼란으로 인해 같은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월 제1차 정부 녹색전환협의회에서 “탈탄소화의 도전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지속 가능한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말하기는 쉬워도 행하기는 어렵다. 옥스포드 대학 연구원들과 다른 전문가들이 집계한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오랫동안 환경 정책의 선두주자로 여겨온 일본은 1990년대까지 최고의 에너지 생산성을 자랑했지만 1999년에는 영국, 2000년에는 독일에 뒤처졌다.

일본의 에너지 생산성은 에너지 절약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글로벌 석유 위기를 극복함에 따라 1970년대 전반기까지 킬로와트시당 약 50센트에서 1980년대에는 60센트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일본 자산가격 거품이 붕괴되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국가의 에너지 생산성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닛케이(Nikkei)는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의 자료를 참고로 하고 다음의 4가지 측정 기준을 사용하여 다양한 국가와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분석했다.

4가지 측정기준은 1인당 국내총생산, 인구통계학적 변화, 에너지 효율(에너지 소비를 GDP로 나눈 값), 그리고 에너지 소비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배출 강도 등이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10% 감소했으며, 경제 및 인구 증가로 인한 배출량 증가는 에너지 효율성의 증가로 상쇄되었다.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제조업 부문은 2020년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했는데, 이는 1990년 7.5%에서 하락한 반면 정보기술 산업은 3.5%에서 19.6%로 증가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제조업체가 전체 시가 총액의 10% 이상을 차지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가 더 어렵다. 에너지 효율성 향상은 미국에서와 같이 일본의 전체 배출량 감소에 절반만 기여했다.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30~40% 감축한 유럽 국가들은 세계 에너지 믹스(energy mix)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석탄 화력 발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천연 가스와 재생 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했다.

에너지 믹스는 전기와 같은 직접 사용을 위한 2차 에너지가 생산되는 다양한 1차 에너지원의 그룹이다.

유럽의 전력 생산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독일의 56%에서 23%로, 영국의 64%에서 1%로 떨어졌다. 양국은 재생에너지 생산량의 비중을 5% 미만에서 40% 이상으로 높였다.

유럽은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수용했다. 독일은 1991년 태양 에너지를 촉진하기 위해 병입 요금제를 채택한 반면, 영국은 2001년 해상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 입찰을 시작하여 2019년까지 2000개 이상의 풍력 터빈을 설치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에너지 소비국은 아니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 2011년에 발생한 엄청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에너지 믹스의 변화가 지연되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일본은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올 여름 전력 부족은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가동함으로써 해결되었다.

일본도 재생에너지 도입이 느리다. 2012년 병입요금제를 도입해 2020년부터 해상풍력발전사업 입찰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주변 바다에 넓은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보유하고 있지만 풍력 인프라가 미비한 상태다.

일본은 여전히 ​​탈탄소화에 필수적인 리튬이온배터리 개발을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과 한국의 경쟁자에게 시장점유율을 잃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은 일본의 녹색 변혁을 더욱 저해한다. 정부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1월에 도입된 휘발유 보조금을 계속해서 연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마감일이 없으면 일본의 에너지 구조에 필요한 변화가 더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일본 정부 관리는 보조금을 "돈 낭비"라고 부른다.

일본은 한때 에너지 효율적인 자동차와 가전 제품의 개발을 추진하여 석유 위기를 유리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를 혁신 촉진의 또 다른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의문이 든다.


김세업 글로벌이코노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