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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美 행정부 ‘음주운전과 전쟁’ 팔 걷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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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 美 행정부 ‘음주운전과 전쟁’ 팔 걷었다

美 NTSB ‘모든 신차에 음주운전 방지 시스템 장착’ 권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서 미 의회에서 통과시킨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앞서 미 의회에서 통과시킨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음주운전과 전쟁’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줄지 않고 있는 음주운전 사고에 철퇴를 가하기 위해 아직 전례가 없는 고강도 대책을 규제를 집행하는 미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NTSB는 연방 교통부 산하에 설치돼 민간 교통사고를 독립적으로 조사하는 부처이나 행정권이 없다. 행정적인 조치나 규제를 실제로 집행하는 곳은 NHTSA다.

음주운전을 근절할 수 있는 고강도 대책을 연방 정부가 마련할 것을 규정한 내용을 담은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을 민주당과 공화당이 지난 11월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시킨지 10개월만의 일이다.

이 법안에 따라 이뤄진 NTSB의 권고로 NHTSA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의존해야 했던 기존 음주운전 단속의 한계에서 벗어나 음주운전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일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NHTSA가 이 권고를 얼마나 구체화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필요성’ 자체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여론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NTSB "모든 신차에 음주운전 방지 기술 적용" 권고


20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NTSB가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에 음주 측정기를 탑재해 일정한 기준을 넘은 음주자는 차를 몰 수 없도록 행정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미 연방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권고했다.

이는 미국의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가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으나 경찰력을 동원해 음주운전 행위를 적발하는 종래의 방식으로는 음주운전을 뿌리뽑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취한 운전자는 처음부터 시동을 아예 걸 수 없도록 자동차를 기술적으로 변경하자는 뜻이다.

NTSB는 음주한 운전자가 차량 내에서 내뿜은 알코올을 공기 속에서 감지하는 방식으로 음주 여부를 측정한 뒤 음주한 것이 확인되면 차량의 시도를 걸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NHTSA가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음주 측정 시스템과 아울러 지능형 속도 제한 장치(ISA)의 탑재도 필요하다는게 NTSB의 입장이다.

제니퍼 호멘디 NTSB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음주운전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이 마련됐다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하는 불행한 일들은 진작부터 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미 개발돼 있는 음주운전 방지 기술을 당장 자동차에 적용해 소중한 인명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호멘디 위원장은 “우리는 지난 2012년부터 모든 신차에 음주측정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교통정책을 실제로 집행하는 NHTSA에 권고해왔다”면서 “이 기술을 빨리 적용할수록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NHTSA가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 오는 2025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방안을 권고했다.

NHTSA의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약 4만3000명으로 최근 16년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2만명을 넘어섰다고 NHTSA는 밝혔다. 또 지난 2000년 이후 누적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는 23만명을 넘었다.

NHTSA에 따르면 음주운전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0% 수준일 정도로 심각하다.

◇남은 문제는 여론

NTSB가 NHTSA에 이같은 권고를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7년에 권고를 했지만 NHTSA는 기술적인 미비 문제와 반발 여론 등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화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미 의회가 통과시키고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해 발효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음주 측정 시스템을 탑재하는 방안을 연방정부가 마련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NTSB의 권고가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를 크게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NHTSA도 진작부터 공감해왔지만 문제는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차량 자체에 음주 단속 장치를 탑재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 아니냐는 시각을 가진 소비자들이 상당하고 관련 업계에서도 지나친 규제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CNN은 “음주운전 방지 시스템을 차에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할 경우 몸이 불편한 사람을 음주한 사람으로 잘못 인식하는 등 기술적인 한계가 없으란 보장이 없어 논란이 불가피한데다 첨단기술의 적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에서도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여론의 공감대를 충분히 얻지 못하면 이같은 방안을 NHTSA가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