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물가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 지난해 유통업계 큰손으로 떠오른 MZ세대 조차 지갑을 닫고 긴축에 들어갔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돈을 아껴 써도 지출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소비심리 위축에 유통업계는 신세대 짠돌이 쇼핑족을 위한 다양한 '알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30에게 익숙한 앱을 이용해 할인 혜택을 주거나 필요한 만큼만 장을 볼 수 있도록 '소포장'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유통업계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그동안 상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판매하지 않았던 못난이 과일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또 앱을 통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이고 있다.
대형마트는 못생긴 과일, 흠 있는 채소 등을 B급 농산물을 입고해 일반 제품 대비 30~4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납품 기준(14㎜)에 미달하는 블루베리는 매대에 올리지 않았는데 최근 알이 작은 블루베리를 일반 상품 대비 40% 저렴하게 판매하며 가격 방어에 나섰다. 앞서 이마트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못난이 감자 등을 유통하며 장바구니 부담을 덜어낸 바 있다.
자영업자 한 모씨(35)는 "모양만 다를 뿐이지 영양도 맛도 일반 상품과 똑같은데 저렴해서 득템한 기분"이라며 "채소나 과일은 썰거나 조리면 모양도 의미가 없어지니 앞으로 B급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싶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은 '라스트오더'라는 마감할인 플랫폼을 통해 통 큰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도시락, 삼각김밥, 우유 등 5000여개에 달하는 폐기 전 상품을 최대 반값까지 할인해준다.
편의점 구독 쿠폰을 통해 인기 상품을 할인 받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CU의 구독 쿠폰 사용량은 전년 대비 무려 69%나 늘었다. 구독 쿠폰은 월 구독료(1000~4000원)를 결제하면 도시락 등 인기상품에 대해 할인 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통신사 할인도 중복 적용돼 인기상품을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인기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은 2030과 1~2인 가구가 자주 찾는다는 점을 반영해 장바구니 필수 품목을 대형마트 가격 수준으로 내려 고물가 시대에 맞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Good People)'을 론칭하며 삼겹살 500g을 1만원 미만으로 판매하는가 하면, CU는 소포장 채소 시리즈 '싱싱생생'을 통해 양배추 1/4통을 900원에 제공 중이다. GS25는 GS더프레시 PB(자체상표)인 리얼프라이스의 키친타월 등의 공산품을 도입, 기존 상품보다 2배 많은 용량을 20% 저렴하게 선보이고 있다.
자취 중인 직장인 이 모씨(28)는 "혼자 살면 대형마트나 온라인 장보기에서 많은 양을 사게 돼 낭비하는 느낌이었는데 가까운 편의점에서 소포장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해 불필요한 소비를 할 필요가 없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1인가구 적절하게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알뜰 장보기 품목이 늘었으면 한다"고 했다.
반품으로 재판매가 불가능하거나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정상 가격에 판매할 수 없는 전시상품만 모아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다.
티몬은 '알뜰쇼핑'이라는 초가성비 상품 기획관에서 미세 흠집 제품이나 전시상품, 이월·단종 및 재고 상품 등을 저렴하게 판매 중이다. 고물가 바람을 타고 '알뜰쇼핑'의 5월 매출은 전달 대비 279%까지 상승했다. 롯데홈쇼핑도 '리퍼관'도 알뜰족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반품된 생필품 등을 두자릿수 할인받을 수 있어서다.
친구 초대 등 가벼운 미션을 통해 금액할인을 받거나 할인 쿠폰을 받기도 한다. 마켓컬리과 오아시스마켓 등 새벽배송 업체들은 친구 초대 시 5000원의 적립금을 준다. 또 가입 후 첫 구매한 고객에게는 인기 상품을 100원에 제공한다. 인기 상품에는 1만5000원 상당의 과일부터 1만7000원 상당의 HMR까지 다양해 알뜰족이 꼭 챙기는 혜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물가상승률이 급상승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를 아끼며 지출하는 알뜰족을 겨냥한 틈새쇼핑몰과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러한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업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