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는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하고 약 1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나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때였다. 티빙이나 옥수수(現 웨이브) 등 VOD 서비스들이 있었지만, 모기업인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의 주력 사업은 아니었다.
특히 '킹덤'을 접한 해외 이용자들은 한국의 조선시대 의복 양식에 관심을 가지며, '킹덤'은 뜻밖의 한류 콘텐츠로 자리 잡게 됐다.
왓챠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일찌감치 OTT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었지만,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밀려 월간 실 사용자수(MAU)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왓챠의 위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왓챠는 강한 자신감에 차 있다. 시장이 정한 지표와 다른 방향에서 왓챠는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믿고 있다. 이런 게 바로 '스타트업 정신'이 아니겠는가.
박태훈 CEO와 함께 왓챠를 공동 창업한 원지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금 왓챠가 옳은 길로 가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원 COO는 "대기업의 OTT 서비스가 내세운 프로모션 요금제는 가입자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는 순수한 D2C(Direct to Customer) 구독자로 이뤄져 있다. 진성 유저가 많고 공고하다. 유입이 크게 늘지 않더라도 구독 잔존률만 개선되면 상당한 유입 효과가 있다. 빠지는 것만 줄여도 스노우볼처럼 리텐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기반으로 한 왓챠는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 때문에 폭발적인 가입자 수 증가는 적지만 그만큼 줄어드는 규모도 적다는 설명이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과 4월의 국내 OTT 가입자 수를 비교했을 때 모든 OTT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줄어들었다. 올해 1월 전체 OTT 가입자 수는 3024만명이었으나 4월에는 2683만명으로 11.3%가 줄었다.
왓챠도 1월 129만명에서 4월 112만명으로 13.2%가 줄었다. 감소율만 보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며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보다 감소율이 높다. 그러나 감소수만 보면 전체 OTT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가입자 수가 많은 넷플릭스와 웨이브, 티빙은 제외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인 디즈니플러스와 시즌이 30~50만명 정도 줄어든 반면 왓챠는 17만명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진성 유저'들을 유치하는 이유에 대해 원 COO는 최근 왓챠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오리지널 콘텐츠 '시멘틱 에러'를 언급했다. 원 COO는 "'시맨틱 에러'가 한국뿐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화제성을 입증했다"며 "한달새 트위터에서 150만번이 언급됐고 중국 웨이보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시맨틱 에러'는 왓챠피디아가 보유한 6억5000만건의 평점 데이터를 활용해 이용자 수요와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로 제작됐다. 원 COO는 "'시맨틱 에러'는 왓챠의 데이터를 잘 활용해 흥행 가능성을 높인 콘텐츠"라며 "실제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에 있어 평점 데이터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트렌드가 흥하고 가라앉는지 참고해 기획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시맨틱 에러'를 제작하는 것은 왓챠에게도 모험이었다. 이 드라마가 표방하는 BL(Boys Love)장르의 수요가 없진 않았지만, 이를 간판 오리지널 콘텐츠 내세우기에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웠다. 왓챠는 자신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맨틱 에러'의 흥행을 확신해 시장에 내세운 것이다. 콘텐츠 기획에서도 이들은 '스타트업 정신'을 가지고 있다.
현재 '시맨틱 에러'는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해 왓챠 측은 "일단 주연배우가 군복무 중인 만큼 전역한 후에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왓챠는 더 진화한 플랫폼인 '왓챠 2.0'을 늦어도 올해 안에 시장에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원 COO는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음악을 바로 들어볼 수 있고 웹툰을 보고 난 뒤 관련 영상물을 찾아볼 수 있게 하는 게 '왓챠 2.0'"이라며 "카테고리 경계가 없는 시청각 경험은 콘텐츠 범람의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 COO는 "'왓챠 2.0'의 핵심은 분절되지 않은 콘텐츠 감상 경험이다. 하나의 콘텐츠를 감상했을 때 다른 콘텐츠를 추천한다. 머신러닝 기술에 더해 전문 에디터가 참여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의도치 않은 콘텐츠를 발견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왓챠 2.0'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원 COO는 이미 일본에서 왓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왓챠 2.0'의 일본 성공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원 COO는 "최근 일본에서 자국민 1100명을 대상으로 OTT 이용 행태를 조사한 결과 왓챠는 넷플릭스에 이어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맨틱 에러'가 일본에서도 성공한 만큼 K-콘텐츠를 바탕으로 일본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원 COO는 왓챠의 비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모두의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의 취향이 인정받는 것"이라고 답했다. 본 기자가 처음 왓챠에 가입했을 때도 고전 장르영화를 좋아하던 취향에 그대로 부합했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가 범람하는 지금도 왓챠는 3년 넘게 구독을 유지하고 있다.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하는 농담처럼 왓챠는 "이게 있어?"와 "이게 없어?"의 연속이다. 이건 넷플릭스나 티빙, 웨이브도 갖지 못한 개성이자 매력이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