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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보복 땐 세계 원전시장 큰 파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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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보복 땐 세계 원전시장 큰 파장 우려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보복할 경우 세계 원전 시장에 큰 파장이 우려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맞서 보복할 경우 세계 원전 시장에 큰 파장이 우려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석유 및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러시아의 원전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이다.

원자력을 사용하는 32개 국가 대부분은 핵연료 공급망의 조달을 위해 현재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당장 러시아를 대체할 국가가 없다.
원자력은 많은 국가 전력망의 중요 부분을 차지한다. 유럽 ​​국가들은 특히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데, 프랑스는 국가 전력 공급 69%, 우크라이나 51%, 헝가리 46%, 핀란드 34%, 스웨덴 31%를 의존한다.

미국은 원자로로 국가 전력의 20%를 생산한다. 화석 연료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탄소 배출량을 줄여 대기 질을 개선하려고 원자력을 채택했는데 전쟁으로 원전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막다른 길로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원자력 산업의 연료 공급을 방해할 수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안보, 기후 완화 및 국제법 준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글로벌 공동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전 세계 32개국에서 세계 전력 공급의 10%를 생산하는 약 440개의 상업용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가장 많은 원자로 93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프랑스 56기, 중국 53기 등이다.

많은 국가에서 핵연료와 재료를 수출하고 있다. 주요 국제 공급 업체는 미국, 러시아, 유럽 및 중국이다. 캐나다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핵연료 생산에는 5단계가 있다. 2% 미만의 우라늄을 함유하는 우라늄 광석 채굴, 광석을 밀링해 다른 물질에서 우라늄을 분리하여 옐로우 케이크라는 분말을 생성, 화학적으로 기체 상태 육불화우라늄 전환, 육불화우라늄을 원자로에서 분할해 대량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235의 농도를 고도화(우라늄 235는 천연 우라늄의 0.7%만을 구성, 상업용 원자로 연료를 농축하면 농도가 일반적으로 최대 5%까지 증가), 농축 우라늄을 원자로용 연료봉으로 가공하는 단계를 밟는다.
우라늄 변환, 농축 및 제조는 세계적으로 극소수 시설에서 처리되는 정교한 기술 프로세스다. 원자로용 연료는 고도로 전문화되어 특정 원자로 설계와 관련이 있다.

이런 요인으로 원자력 공급망은 석유 및 가스 같은 다른 에너지 유형보다 더 복잡하고 빠르게 전환하기 어렵다.

민간 원자력의 핵심 소재와 기술은 무기가 가능한 핵물질을 생산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기에 국제 원자력 판매는 엄격한 수출 통제와 무역 제한을 받는다.

다른 광산 상품에 비해 세계 우라늄 자원은 널리 퍼져 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공급량의 40% 이상을 생산하며 캐나다 12.6%, 호주 12.1%, 나미비아 10%가 그 뒤를 잇는다. 러시아는 약 5%를 생산하는 소규모 국가인 반면 미국과 유럽은 1% 미만을 생산한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에서 밀링된 우라늄의 대부분은 세계 시장으로 수출되기 전에 러시아를 거친다. 세계에서 소수의 시설만이 분쇄된 우라늄을 육불화우라늄으로 전환할 수 있다. 러시아는 2020년 전 세계 공급량의 약 3분의 1을 생산했으며 그 중 대부분은 카자흐스탄의 우라늄으로 만들어졌다.

러시아는 또한 세계 농축 능력 43%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 약 33%, 중국 16%, 미국 7%가 그 뒤를 잇는다. 미국과 유럽, 중국은 약간 여유 용량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에 원자력 수출을 늘리려는 국가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원전의 선두 공급업체로 해외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연료를 공급했다. 러시아의 고객은 구소련 국가와 우크라이나, 헝가리와 같은 바르샤바 조약 회원국과 이집트와 같은 새로운 원자력 사용자를 포함한다.

미국의 연간 우라늄 공급량 약 16~20%는 주로 농축을 위해 러시아에서 공급된다. 많은 유럽 국가들도 농축된 러시아 우라늄을 구매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의 원자력 무역이 우크라이나 분쟁의 영향을 받는다면 가장 심각한 영향은 계획된 두 개의 고급 원자로 시연 프로젝트인 워싱턴 주의 Xe-100과 와이오밍의 나트리움(Natrium)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원자로는 거의 20%에 달하는 우라늄 235가 농축된 연료가 필요하며 러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공급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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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세계 우라늄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파운드당 20~30달러 사이를 유지하며 낮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일부 거래는 파운드당 거의 미화 60달러에 이르렀다. 잠재적으로 더 높을 수 있다. 우라늄은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지 않아 모든 가격이 공개 되지는 않는다.

미국 전력회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핵 제재를 고려하자 우라늄 연료를 더 희소하게 만들고 비싸게 만들까 두려워 반대하고 있다. 많은 미국 원자력 발전소는 이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전환 또는 농축 우라늄을 보류해 서방의 제재에 보복한다면 연료 주문에 필요한 사전 통지 금액을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 공장이 18~24개월 이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미국 유틸리티는 부족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시장 불투명성과 전쟁이 오랜 기간 계속되면 향후 시장을 예측할 수 없다.

관련 기업들이 러시아 우라늄 또는 농축 서비스 전환을 위해 유럽, 일본, 중국으로 눈을 돌린다면 더 높은 가격에 직면하게 된다.

캐나다와 호주와 같은 서구 생산자들은 현재 가격 수준에서 우라늄을 채굴하기에 경제적일 수 있는 많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 기간 동안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 전역에 500개 이상의 버려진 광산이 남아 있다. 이 지역은 환경오염과 질병으로 여전히 해로운 영향을 겪고 있다.

그간 민간 기업들은 새 농축 시설에 대한 투자를 꺼렸지만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저렴한 대안이 있었기에 그간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기존 미국 원자로용 연료 제조에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러시아의 원전 관련 무기화에 앞서 미국과 서방이 조기에 대응책을 강구할 때다. 원전 국가들이 조속히 모여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원자력 산업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도록 하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