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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뼛속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리필스테이션…‘알맹상점’ 방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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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뼛속까지 환경을 생각하는 리필스테이션…‘알맹상점’ 방문기

쓰레기 감축 위해 필요 없는 물건 기부하는 공유센터 운영
화장품, 생활용품, 식자재 등 다양한 제품 용기에 소분해 판매
자원순환 목적으로 에코백, 커피가루 등 폐기물 수거해 재활용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사진=안희진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ESG경영을 통해 친환경 소재 제품을 생산하는 등 환경 보호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리필스테이션을 오픈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니스프리, LG생활건강, 아로마티카 등 뷰티업계부터 이마트, GS25, 농심켈로그 등 다양한 기업이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리필스테이션은 쓰레기를 절약하는 목적으로 화장품 및 생활용품을 비롯해 다양한 제품을 빈 용기에 소분해 판매하는 곳이다. 앞서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인 알맹상점이 지난 2020년 6월 문을 열 당시에만 해도 국내에 흔하지 않았던 리필스테이션은 현재 전국에서 150개 이상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글로벌이코노믹은 최근 서울 월드컵시장으로 이전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지난 10일 방문했다.

알맹상점 입구 앞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유센터(왼쪽), 매장 내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소분해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존.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알맹상점 입구 앞에 위치한 커뮤니티 공유센터(왼쪽), 매장 내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소분해 판매하는 리필스테이션존. 사진=안희진 기자

알맹상점에 들어서기 전부터 매장 문앞에 있는 커뮤니티 공유센터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사용 가치가 있지만 필요 없는 물건을 기부하는 곳으로 누구든지 공유센터를 구경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진열대에는 거울, 책, 보조배터리 등 다양한 물건이 놓여있었다. 다만 옷과 신발은 중고 매장인 아름다운 가게 망원점에 기부하도록 권하고 있었다.

알맹상점에 따르면 지난해 공유센터에서 1400개의 물건이 공유됐다. 그만큼 쓰레기 배출량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매장 앞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대안 공간으로 문을 연 알맹상점의 운영 취지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왼쪽 벽면으로 세제, 섬유유연제 등 생활용품이 벌크용기에 담겨 진열되어있는 리필스테이션존을 볼 수 있었다. 창가 쪽으로는 비건화장품 브랜드인 아로마티카 벌크제품이 마련되어있었다. 아로마티카는 알맹상점 오픈 때부터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알맹상점 리필스테이션존에서는 사고 싶은 제품을 빈 용기에 원하는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알맹상점 리필스테이션존에서는 사고 싶은 제품을 빈 용기에 원하는만큼 담아 구매할 수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

리필스테이션존에서는 사고 싶은 제품을 자신이 가져온 빈 용기에 원하는 만큼 담아 1g 단위로 구매할 수 있다. 미처 준비한 용기가 없다면 매장에서 판매하는 새 공병을 구매하거나 기부된 빈 용기를 사용할 수 있다.

기자는 매장에 기부된 플라스틱 용기 하나를 골라 트리트먼트 제품을 담았다. 용기에 일정량을 채운 후 저울 위에 올리자 무게가 75g으로 측정됐다. 해당 제품은 1g 당 30원으로 판매되고 있어 측정 무게를 곱해보니 총 2250원의 가격이 나왔다. 이후 마스킹 테이프에 가격을 적어 용기에 부착한 후 계산대로 가져가 물품을 구매했다.

알맹상점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는 에코백, 커피가루 등 폐기물을 기부할 수 있다(왼쪽). 매장에서는 주방비누, 샴푸바 등 다양한 비누제품을 비롯해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알맹상점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는 에코백, 커피가루 등 폐기물을 기부할 수 있다(왼쪽). 매장에서는 주방비누, 샴푸바 등 다양한 비누제품을 비롯해 친환경 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안희진 기자

계산대 옆 구역에서는 커뮤니티 회수센터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에코백, 커피가루, 우유팩, 병뚜껑 등 다양한 폐기물을 수거해 쓸모있는 물건으로 재사용 및 재활용한다. 이는 일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그대로 폐기하지 않고 자원으로 재이용하기 위한 취지다.

에코백은 망원시장에 대여하고 커피가루로 화분, 연필 등을 만든다. 종이류로 분리배출이 불가능한 우유팩은 화장지로 만든다.

오픈 초기 한 달 동안 40kg의 폐기물을 수거한 알맹상점은 현재 한 달에 500kg 이상의 폐기물을 수거하고 있다.

양래교 알맹상점 대표는 “현재 한국의 리필스테이션만 쓰레기를 거두는 자원순환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만의 리필스테이션 문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자부심을 가진다”고 전했다.

매장에서는 친환경 물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용기에 담기지 않은 샴푸바, 트리트먼트바 등 천연 비누제품부터 천연 수세미,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나무 수저 등 생활용품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천연 밀랍으로 만들어진 밀랍랩은 일회용 비닐랩을 대체할 수 있는 유용한 제품으로 눈에 띄었다.

이밖에도 S고리, 독서링, 업사이클링 비즈 줄넘기처럼 플라스틱, 유리 등 다양한 소재를 재사용해 만든 제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알맹상점은 플라스틱 달고나 센터 운영도 준비중이다. 병뚜껑처럼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분쇄기로 분쇄한 다음 뜨겁게 녹여 치약짜개와 같은 생활용품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이는 고객이 자원순환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제로웨이스트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환경 운동이지만 알맹상점에 찾아오는 고객의 연령대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알맹상점 관계자는 매장 운영 초창기에 주로 2030대 고객이 방문했으나 현재는 4050대의 가족 단위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장을 둘러보니 딸 아이와 방문한 부모부터 폐기물을 기부하기 위해 온 청년과 할머니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양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사람들이 환경 보호를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며 “날마다 회수센터에 물품을 기부하는 고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가 점차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hj043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