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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효율 만점' 英 원자력 상선에 드리운 '체르노빌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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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효율 만점' 英 원자력 상선에 드리운 '체르노빌 악몽'

원자력의 미래로 불리는 소형 원자로(SMR).이미지 확대보기
원자력의 미래로 불리는 소형 원자로(SMR).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은 선박에도 나타나고 있다. 디젤이나 LNG 선박만으로는 탄소 배출을 기대만큼 줄일 수 없다는 진단에 이제 원자력 동력 상선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력은 1940년대에 시작되었고 최초의 원자력 상선은 1950년대에 개발되었다. 하지만 취역 선박은 전반적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이 건조한 핵 추진 시범선 사바나(Savannah)는 1962년 진수되었지만 8년 후 퇴역했다. 독일이 만든 화물선 오토 한(Otto Hahn)은 1969년에 진수되어 10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행했지만 결국 운영에 너무 비싸 1982년 디젤로 전환되었다.

사용 중인 유일한 원자력 상선은 1988년 러시아에서 취역하여 최근 쇄빙선으로 개조된 세브모르푸트다. 현재 개발 중인 보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출현으로 세계 원자력 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도 원자력 동력 상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SMR 기술의 주요 지지자들은 2021년 해상에서 차세대 원자로 배치를 위한 규칙과 프레임 워크를 논의하고 개발하기 위한 작업 그룹의 출범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원자력 운송 연구소도 이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원자력 추진,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 수소 생산에 사용되는 해상 SMR 및 SMR의 해상 운송이 포함된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거의 3%를 차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상 운송에서 원자력의 주요 역할은 수소와 암모니아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동력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 추정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에 연료를 공급하기에 충분한 암모니아를 생산하려면 연간 2300TWh가 필요하며, 이는 오늘날 총 원자력 발전량과 거의 맞먹는 양이며 총 풍력 발전량보다 많다.

◇원자력 상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배경


전 세계 정부가 탈탄소화의 긴급한 필요성을 인식함에 따라 원자력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에너지 믹스의 핵심 구성 요소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각각 최대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미니급 발전소 버전인 소형 모듈식 원자로 개발에 자원과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이 개념을 지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력 발전소 운영업체 EDF, 롤스로이스, 빌 게이츠 등이 후원하는 원자력 혁신 기업 테라파워 등이 프로토타입을 보유 중이다.

SMR은 잠수함과 쇄빙선을 위한 추진 시스템으로 시작되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선박 부문을 탈탄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에 차세대 소형 원자로는 향후 상업용 선박에 설치될 예정이다.

빌 게이츠가 의장을 맡고 영국에 기반을 둔 코어 파워(Core Power)가 참여하는 원자력 혁신 회사 테라파워(TerraPower)가 이끄는 컨소시엄은 상선 및 기타 애플리케이션에 사용하기 위한 해양 용융염 원자로의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코어 파워는 연구 결과 기존 원자로의 1% 미만으로 95% 이상의 탁월한 연료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원자로에서 대부분의 사고는 폭발열을 생성하는 연쇄 반응을 유발하는 냉각재 손실로 인해 발생한다. 그러나 용융염 원자로는 오작동하고 온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냉각되고 반응하지 않게 유지된다.

코어 파워는 연료 자체가 냉각수에 잠겨 있기 때문에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냉각수 손실 사고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원자로의 높은 연료 효율은 생성되는 방사성 폐기물 양을 최소화하고 사용 후 핵연료로 작동하도록 구성할 수 있으므로 연료 주기를 연장하여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선박이 해체되면 30여 년이 지나면 원자로 연료를 차세대 원자로에 사용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이 원자로가 설치된 수천 척의 선박이 있다면 연료는 다음 세대의 선박에서 계속 작동할 수 있다.

소형 용융염 원자로를 개발하는 덴마크 벤처기업인 시보그 테크놀로지스(Seaborg Technologies)는 해양 부문에 SMR을 적용해 항구 그리드에 연결하거나 수소 생산에 전력을 공급하여 깨끗한 전기를 제공하기 위해 최종 목적지까지 견인될 수 있는 일련의 모듈식 동력 바지선을 설계 중이다.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라늄 기반의 불소 연료염을 냉각제로 사용하고 있어 녹거나 폭발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방사성 가스를 공기나 물에 방출하지 않아 핵무기에도 사용할 수 없다.

삼성중공업도 2021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협력하여 선박 및 해양 발전소에 사용할 용융염 원자로를 개발했다.

◇원자력 상선에 대한 우려


그러나 '원자력'이라는 단어는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같은 재난과 수천 년 동안 남을 수 있는 방사성 폐기물의 유산을 떠올리게 한다. 환경 운동가들은 안전 및 보안 위험, 그리고 핵 선박이 납치되고 기술이 테러리스트 또는 비핵 국가의 손에 넘어가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원자력 선박과 잠수함은 역사적으로 원자로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사고를 겪었다. 또 다른 단점은 선박의 수명이 다한 시점에 해체하는 것인데, 이는 원자로의 연료를 보급하고 매립해야 하는 주요 작업이다. 오염된 물질 및 구성 요소는 재사용 옵션이 없다. 수백 년 동안 안전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노르웨이는 방사능 오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의 해체된 선박을 분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수억 유로를 투자하고 있다.

소련은 수십 년 동안 외딴 카라 해를 핵폐기물 투기장으로 사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공식 수치에 따르면 소련군은 1만7000개의 컨테이너와 19개의 방사성 폐기물 선박, 14개의 원자로를 처리하는 데 바다를 사용했다.

소형원자로를 동력으로 하는 상선의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이미지 확대보기
소형원자로를 동력으로 하는 상선의 시대가 곧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금은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핵 정화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기부했다.

세계는 70년 동안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수용 가능한 솔루션이 없다. 사용후 핵연료 비축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더 많은 방사성 폐기물을 생산한다고 해서 방사성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원자력 선박의 ​​위험에 대한 안전 문제와 오해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기술적 문제가 있다. 핵 선박은 고도로 전문화된 추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바다에서 예기치 못한 충돌, 접지 또는 충격으로부터 추가 보호가 필요하다. 이는 다시 비용 문제로 연결된다. 바다와 선박은 내륙의 고정식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항시 움직이기 때문에 온도 변동, 바람과 물의 저항, 충돌, 부식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 노출되어 사고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선원들도 일반적으로 고도로 숙련되어야 하고 더 높은 급여를 받아야 하며 기존 선박보다 더 많은 선원이 필요하다. 급속한 탈탄소화 및 효율성 향상의 전망은 매력적이지만 반핵 운동가와 특정 해양 전문가는 상선에서 원자력의 미래 역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원자력 상선이 갖는 장점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은 확립된 기술이며 연료가 오래 지속되어 연료를 보급할 필요 없이 최대 10년 동안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탄소를 제거하고 지구를 안전 온도 한계 내로 유지하려면 화석 연료 의존을 배제할 수 있다. LNG는 가장 강력하게 지원되는 녹색 연료이지만 현재의 석유 기반 해양 연료에 비해 온실 가스를 23%만 줄일 수 있다.

한편 수소와 같은 '합성' 연료 또는 암모니아나 메탄올과 같이 수소로 만든 연료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출을 제거하려면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에서 생산되는 녹색 수소를 사용해 만들어야 한다. 이는 현재 고가이며 현재 모든 수소 공급량의 0.1%만 생산할 수 있다.

한편 암모니아는 디젤 에너지 함량의 40%에 불과하므로 선박은 더 큰 저장 탱크를 수용해야 하며 화물 공간을 잠식할 수 있다. 연료도 유독하므로 기관실에는 추가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 원자로는 이런 모든 단점이 없고 탄소 제로다.

핵 추진 선박은 연료 보급에 매우 긴 간격(해군 선박의 경우 최대 10년)과 같은 이점을 제공하므로 항구 지연이 적고 운영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도 있다. 원자로 내부에 모든 연료가 포함되어 있으면 연료 저장 공간, 배기 공간 또는 연소 공기 흡입구가 필요하지 않다.

◇영국, 원자력 상선 시대 준비


영국 국내 선박은 2017년에 5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했으며 이는 영국 전체 배출량의 1%에 해당한다. 선박은 2050년까지 탄소제로에 도달하려는 영국 목표를 약화시킬 수 있다. 대체 청정 LNG, 수소 또는 암모니아와 같은 연료는 온실가스를 완전 제거하기 어렵다. 청정 수소는 제조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재생 에너지 공급에 기술적 장애가 여전하다.

선박은 비교적 큰 규모인 데다 장거리 여행으로 인해 현재 비행선을 제외하고 핵 추진이 가능한 유일한 운송 수단이다. 이에 영국은 핵 추진 선박의 장‧단점을 모두 주시하면서도 핵 추진 선박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현재 원자력은 영국의 청정해사계획(Clean Maritime Plan)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영국 정부는 2021년 원자력 선박에 대한 새로운 상선 운송 규정에 대해 협의했으며, 이는 국제 안전 법규를 영국 법률로 수용하는 조치다.

그 의도는 원자력 선박이 영국에서 입‧출항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기반을 수립하려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그러한 선박의 전체 함대를 위한 길을 열어주는 조치다.

영국은 현재 상선 핵선에 적용되는 법률이 없다. 정부가 제안한 규제 프레임워크는 원자력 상선에 대한 기본 요구 사항을 규정하는 국제 안전 조약인 SOLAS의 8장에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원자력 상선 안전 코드(핵 코드)에 따른 방사선 위험 및 조항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기존 규약은 원자로에 더 나은 솔루션을 담은 최근의 원자력 기술 개발이 제외되어 있다. 새로운 규정을 도입하려는 정부 협의는 2021년 10월 종료되었고 12월에 법률로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2022년 초 어느 시점으로 연기되어 있다.

영국 정부는 관련 법 제정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 중이다. 선박의 원자력 동력화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과 안전 우려로 해운에 널리 보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원자력 선박의 ​​수리 및 유지 보수에는 특수 부두가 필요하지만 기존 항구들은 필요한 허가 및 보안 인증서가 있어도 원자력 선박 ​​방문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한 선박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운송 및 처리할 수 있는 방법 및 장소에 대한 정책도 고민해야 한다.

원자력 선박의 ​​광범위한 활용은 해양 공급망의 주요 변화를 의미한다. 선박이 핵연료를 사용하여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므로(일부에서는 최대 50% 더 빠르게 추정) 현재보다 훨씬 적은 선박이 필요하게 된다. 사실상 무료 전력을 제공하는 원자로 선박과 달리 현재 전 세계 해운 선박 대부분을 위해 운영 중인 항구에 있는 방대한 연료 시설 네트워크 처리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