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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앞둔 '노동이사제'…노사관계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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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앞둔 '노동이사제'…노사관계 약인가 독인가

근로자 대표에 이사 권한…공공부문 도입이 '골자'
경제·노동계, 이해 충돌…전문가들도 찬반 엇갈려

노동이사제 관련 서류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장에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노동이사제 관련 서류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안건조정위원회 회의장에 놓여져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발언권·의결권을 행사한다?

현재 법체제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런데 공공부문에 '노동자 이사'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노동이사제'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입법에 착수했다.

이 법안은 오는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1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으로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그렇지만 노동계·경제계 모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동의를 받은 비상임 이사를 1명 선임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찬반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노동계는 지배구조 개선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지난 2019년 11월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후 1년 이상 계류돼 있던 한편, 최근 대선주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급물살을 타 상임위 통과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어 보인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노사간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중요성을 피력하며 “제도 도입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킨 국회의 결정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공공기관 운영의 독립성과 자주성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경제계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일제히 반기를 든 모습이다. 이번 개정안이 공공부문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민간기업으로의 확대에 따른 경영악화가 우려됨은 물론,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입법 강행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로 구성된 경제5단체는 상임위 통과 전날 발표한 공동 입장문에서 “우리나라의 갈등적 노사관계 환경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사 힘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과 도덕적 해이를 더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노동이사제 처리를 강행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법안 통과의 가능성만큼 업계의 충돌도 더욱 격해질 것으로 예상돼 향배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도 상이하게 엇갈리고 있다.

심준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노동자가 기업 경영에 참여할 시 노동조합·노동자가 사용자의 어려움이나 경영상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여력이 커져 노동분쟁이 줄어드는 장점이 생긴다”며 “기업에선 경영권 침해를 문제로 반대의사를 드러내고 있지만, 제도가 도입돼도 노동이사가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침소봉대(針小棒大)’ 수준 우려이다”고 말했다.

심 노무사는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이끌어내야 하냐는 질문에 “사실상 사회적 합의로 풀어나가는 건 어렵다고 본다”며 “사용자단체 측에서 분쟁비용 절약 등 노동이사제 필요성에 집중해 투명경영을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이사제 시행에 따른 기업의 경영악화는 물론 기업 장기적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이사가 기업 경영까지 참여하게 되면 영업이익의 최고 50%까지 노동조합에 할당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국가 중 기업 영업이익을 연구개발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국가인데, 제도 시행으로 투자 자금이 줄어들어 장기적 발전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앞서 노동이사제를 실시했던 독일도 기업에 가해지는 악영향이 커 없앤 상황”이라며 “현 정부들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공기업이 다수인 상황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하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nicho9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