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에너지 비중 커질 듯

풍력이나 태양광 같은 저탄소 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가속화 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회복에 따라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가 회복되면 석유 중심으로 다시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팀 굴드 IEA 에너지 공급 및 투자 책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은 2021년 세계 GDP(국내총생산)가 6%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 세계 에너지 수요도 약 4.5% 증가한다. 지난해 수요는 약 4% 감소했지만, 올해 총 수요는 원래의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굴드는 아울러 “2020년에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역대 최고의 성장세를 보였다. 총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재생 에너지의 비율은 30%가까이로 상승했다”며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목했다 그는 그러나 “재생 가능 에너지가 기록적으로 성장했다고 해도, 에너지 수요의 증가에는 못미친다”면서 “2021년은 아마도 세계의 CO₂배출량의 증가폭이 사상 두 번째로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콜롬비아대 세계에너지정책센터의 마리안 카 선임연구원 역시 석유 수요가 회복되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했다. 그러나 카는 “온실 가스 감축을 향한 시책이 가속하고 사람들은 앞으로 주 5일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항공기 출장은 상당부분 항구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모두가 석유 수요를 줄인다.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석유 수요를 늘리는 측면도 있다. 코로나19를 피해 대중교통을 기피했고 자가용 사용이 늘었다. 원격근무 확대와 함께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중소도시로 이주하면서 운전 기회는 더 많아졌다. 전자상거래의 폭발적 증가는 거꾸로 배달 차량의 풀가동을 불렀다. 교통 부문에서는 석유가 절약되지 않는다. 스쿠터, 자전거 등 마이크로모빌리티의 확장이 자동차의 수요를 줄일 것이라는 기대는 있다.
터프츠대 플레처 법률외교대학원 기후정책연구실의 에이미 마이어스 자페 책임자는 석유 수요를 줄이는 요인도 있지만 경기부양책에 의해 막대한 돈이 풀려 소비 자체가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다. 그는 과잉 경제활동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지속가능성 면에서는 화석연료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배송 회사는 전기 자동차(EV)로 전환하고 유럽은 화물트럭 규제를 검토 중이며, 녹색 기술을 향한 정부 시책과 민간 섹터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전자상거래 역시 강력한 석유 수요 억제 부문이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석유에 대한 투자는 절정을 지났다는 견해다. 코로나로 유가 침체기가 장기화된 데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가 세계적인 조류로 부상했으며, 이는 석유 산업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자산 가치가 떨어지리라는 우려는 현실화됐다.
유럽은 재생 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탄소 회수 기술 확보에 주력한다. 탐사 및 시추, 석유생산 업계의 통합과 재편도 진행되고 있다. 유가는 오르고 있지만 올해 생산목표를 올리겠다는 글로벌 석유회사는 2곳뿐이다. 물론 중국이나 중동 일부에서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부 기업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시장 흐름에 역행하는 투자를 할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업계에서 신재생 에너지 투자 비중은 1% 남짓이었지만 현재는 4%로 확대됐다. 유럽 대기업에선 10%를 훌쩍 넘어섰다. 태양광 발전이나 해상 풍력 발전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카는 “신재생 에너지로의 이행은 가속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하는 트렌드다.
신재생 에너지로 이행해 석유 가격이 하락하면 석유에 절대적으로 재정을 의존하는 나라들은 취약해진다. 나이지리아나 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재생 에너지로 전환할수록 이들의 경제적 안정성과 신뢰성은 흔들릴 수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세계적 노력에 큰 균열이 생기고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