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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탄소제로 시대 역할 있다"...10년만에 회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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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탄소제로 시대 역할 있다"...10년만에 회복세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후 지난 10년 동안 원전에 대한 안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이미지 확대보기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후 지난 10년 동안 원전에 대한 안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지진과 쓰나미로 3중 원자로가 붕괴된 이래 지난 10년 동안 원전은 불안정한 미래에 놓여 있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인류의 노력은 원전을 대체해 천연가스 생산 증대와 재생 가능 전력의 증가 등을 통해 탈원전으로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원전에 대한 인식이 다소 달라지고 있다. 원전이 탄소제로 사회 구현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그동안 원전 시장을 지배하던 전통적 강국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 계획을 축소하는 사이 중국이 빠른 속도로 원전 확대에 나섰다.

이로 인해 2030년이 되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자력발전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미국을 중심으로 원전에 대한 선진국들의 관심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기존 원전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켜줄 수 있는 대안으로 소형 모듈형 원전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원전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유증


후쿠시마는 확실히 원자력 산업에 큰 상처를 남겼다.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일본에는 54개의 원자로가 있었다. 사고 이후 약 3분의 1이 영구적으로 폐쇄되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여전히 직간접적인 환경 악영향과 이를 정화하는 데 수천억 달러의 대가를 치렀다. 또한 원자력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신뢰를 깨뜨렸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사라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자력에 대한 신규 투자를 크게 약화시킨 가운데 풍력 및 태양 에너지와 같은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앞당겼다.

또한 이 사고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규제 검토를 촉발시켰고 2022년 말까지 원자력을 완전히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독일의 기존 계획을 가속화했다.

스페인, 벨기에, 스위스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밟았다.
두산중공업의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중공업의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원전에 대한 간단한 이해


물을 끓여 생성되는 수증기를 이용해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는 화력 발전소하고 기본 원리는 유사하다. 하지만, 화력 발전소의 경우 석탄, 가스,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워서 물을 끓이는 반면, 원자력 발전에서는 핵분열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인다는 점에서는 발전 방식이 다르다.

화력발전은 온실가스의 배출이 많지만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의 배출이 거의 없어 친환경에너지라고 한다.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1그램 우라늄으로 석탄 3t, 석유 9드럼에 해당하는 열량을 낼 수가 있으므로 화력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다.

하지만 발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핵물질 및 방사성 폐기물에서는 최소한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동안 위험한 방사성 물질이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아주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점과 원전 사고의 천문학적 피해도 큰 부담이다.

◇원전의 문제점은 여전


미국은 여전히 ​​원자력 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중국, 러시아, 한국이 그 뒤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원자로 3개 중 2개가 가까운 장래에 가동 중단될 예정이며, 새로운 건설이 이들 모두를 대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으로 중국에서 가동 내지 건설 계획, 건설 중인 총 원전 용량은 10만8700메가와트로 10만5120메가와트인 미국보다 더 많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용량으로만 보면 미국이 9만8000MW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프랑스가 6만2000MW, 중국은 4만5000MW로 3위다.

현재 건설 중인 새로운 미국 원자력 프로젝트의 경우, 높은 초기 가격으로 인해 종종 비용 초과 및 프로젝트 지연으로 인해 복잡해졌다.

예를 들어 조지아 원전에 있는 두 개의 새로운 원자로 중 첫 번째 원자로가 2021 년 11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할 예정인데 원래 비용 추정치 보다 두 배가 되었다.

원전 건설 비용 외에도 방사성 폐기물의 저장 및 처리를 포함하여 평생 운영과 관련된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원전은 재생 에너지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최종 폐기물 처리 및 원자력 발전소 해체 비용은 엄청나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 따르면 기존 추세를 감안할 때 미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약 19%에서 2050년에는 11%로 떨어질 수 있다.

일리노이와 뉴욕에 있는 5개의 기존 원자로는 불리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 폐쇄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1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연간 원전 은퇴 기록이다.

미국 원전 발전 용량의 감소는 역사적으로 낮은 천연가스 가격, 제한된 전력 수요 증가 및 재생 에너지와의 경쟁 심화의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국제 원자력기구(IAEA)는 현재의 시장, 기술 및 자원 추세가 계속되면 원자력의 전력 생산 점유율이 2050년까지 10%에서 6%로 떨어질 수 있다고 추정한다.

원전 시장은 대부분은 러시아와 중국과 같은 국가에서 확대되고 있으며, 정부가 국내 발전을 위해 원자력을 지원하고 원자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한다.

◇원전에 대한 최근 인식 변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예방적인 이유로 폐쇄된 미국 원자로는 없었다.

재난 발생 4개월 후 미국 원자력 규제위원회 태스크 포스는 지진과 홍수로부터 미국 원자력 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 표준 업데이트를 권장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위원들은 2019년 그러한 위험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규칙 초안 채택에 반대했다.

원자력 옹호자들과 일부 환경론자들은 여전히 ​​원자력이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청정 에너지 정책의 초석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더 안전하고 더 경제적으로 설계된 새로운 세대의 원자로 개발을 선전하고 있다.

2005년에 설립된 워싱턴에 본사를 둔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제3의 길’의 기후 및 에너지 프로그램 관계자는 탄소 배출 제로에 도달할 때까지 원전에 투자할 수 있고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원전


현재 원자력은 미국의 모든 저탄소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저탄소 전력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심지어 일본과 같은 국가의 정부 관리들은 기후 변화에 기여하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내 및 국제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미 정부는 여전히 상당히 초당적 지원을 받아 원자력에 투자하고 있다. 오바마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 에너지부는 조지아 원자로 건설을 위해 최대 120억 달러의 연방 대출 보증을 제공했다.
두산중공업의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건물 내부(왼쪽)와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단면(오른쪽).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중공업의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건물 내부(왼쪽)와 뉴스케일 소형모듈원전 단면(오른쪽).


◇미국 소형 원자로 개발과 전망


소형 원자로는 향후 원전이 갈 방향으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소형 원자로가 부상하는 이유는 저탄소 시대의 도래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토지 비용이나 설치비가 저렴하다. 비싼 땅에서는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약하다.

초소형원자로는 휴대 가능한 크기로 생산할 수 있고 이동 설치도 가능하다.

전기료가 아주 싸기 때문에 소형 원자로 하나면 고덕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 전기 용량을 모두 감당할 수 있다.

건설기간도 평균 2.5년에 불과하다. 사고 후 72시간 동안 안전 보장 가능해 기존 원자로보다 1000분의 1 수준 사고 발생률을 보인다. 안전하기 때문에 도시 인접 지역 설치가 가능하며, 송전선 설치도 불필요해 이동과정에 전기 누설이 없다.

기존 원전이 높은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가에 있어야 하는 반면 소형 원자로는 건조한 지역 설치도 가능하다.

향후 4차 산업 혁명이 가속화될수록 디지털 경제로 인해 인건비가 가격 경쟁력에 의미 없는 시대가 된다. 전기료가 저렴한 나라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한편 소형 원자로 관련 기업으로는 미국의 뉴스 케일이 있다. 미 최초 소형원자로 설계 기업이다. 밥콕 & 월콕스 컴퍼니, 제너럴 아토넥스, 테라파워 등도 미 유력기업이다. 한국은 두산중공업, 일본은 일본JGC가 있다. 러시아와 중국도 소형 원자로 건설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 에너지부는 또한 기업과 협력하여 표준 1기가와트 원자력 발전소보다 물리적 공간이 훨씬 적고 수십 또는 수백 메가와트 정도의 전력을 보다 유연하게 공급할 수 있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소형 원자로는 잠재적으로 더 낮은 비용과 더 빠른 조립 라인 부품 제조를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붕괴 위험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 장치가 가능하다.

핵 연구를 하는 미 에너지부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SM)를 설계하고 판매하는 미국의 민간 기업 ‘뉴스케일 파워’와 제휴하여 2029년까지 미 최초의 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시연할 예정이다.

또한 이 연구소는 신규 및 기존 원자로 모두에서 증기와 전기 출력을 사용해 수소 생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조사하고 있다. 원자로의 열은 증발과 응축을 통해 해수 담수화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미 에너지부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가 탄소제로 사회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전 기술 발전이 청정에너지 실현의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소형 모듈형 원자로는 2030년대까지 상업 운전(또는 테스트)을 시작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는 소형 ​​원자로가 향후 20년 내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더 저렴한 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기술에 의해 변화된 미래 에너지 환경과 경쟁해야 함을 의미한다.

◇캐나다의 소형 모듈 원전 개발


캐나다 원전은 총 전력의 15%를 공급한다. 19개 CANDU 원자로(캐나다에서 개발 된 핵분열로 중수소)에서 생산하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었다. 태양, 풍력 및 수력 등 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많은 환경 운동가들이 핵폐기물 처리, 방사능 낙진,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핵을 거부하는 데 반해 캐나다 원자력 협회장 고만은 지속적 원전 개발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필수적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고만은 기존 원전과 함께 소형 모듈형 원자로를 국가의 탄소 제로의 유용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최대 300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고 휴대용이라는 점 때문에 채광 작업에서 대규모 디젤 발전기를 대체하거나 캐나다 북부의 전력망이 없는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 캐나다에는 소형 모듈형 원자로가 하나도 건설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 기술은 캐나다에서뿐만 아니라 원자력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캐나다에서 개발을 위한 12개의 제안이 캐나다 원자력 안전위원회의 사전 검토를 받고 있다. 아직은 단일 프로젝트가 승인되지 않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기후 변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원자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원자력 에너지를 최우선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캐나다 환경 운동가들은 원자력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청정에너지 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100개 이상의 단체가 원자력 발전 및 소형 모듈형 원자로 추진을 비난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재생 에너지보다 개발 비용이 더 비싸고 위험하며 특히 새로운 형태의 방사성 폐기물이 생성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및 다른 국가에서도 소형 모듈형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70% 수준에서 원전 건설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손실률이 상대적으로 적고 안전도 역시 높다. 우리가 도전할 미래의 거점 산업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