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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이희주 OTT협의회 운영위원장 "韓 OTT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컨트롤타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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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人] 이희주 OTT협의회 운영위원장 "韓 OTT 시장은 '기울어진 운동장'…컨트롤타워 필요"

"OTT협의회, 정책 아젠다 제안하고 규제 줄이는 역할 할 것"

이희주 한국OTT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웨이브이미지 확대보기
이희주 한국OTT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웨이브
절대적인 강자와 싸울 때 한 명씩 덤비는 건 좋지 않은 방법이다. 이는 소위 ‘각개격파’ 당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체급이 높은 상대와 싸울 때는 여럿이 힘을 모아서 덤비는 게 좋다. 설령 힘을 합치는 상대가 동료가 아닌 선의의 경쟁상대라 할지라도 더 강력한 위협 앞에서는 우선 힘을 합쳐야 한다.

지금 국내 OTT 기업들의 처지가 딱 그렇다. 이들에게는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아주 많다. 넷플릭스 하나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디즈니플러스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 HBO맥스가 밀려온다. 음원 저작권료 갈등은 법정 공방에 들어간 상태다. 그리고 여느 신규사업과 마찬가지로 각 부처의 규제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OTT 업계 관계자들은 농담처럼 "시어머니만 세 명"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OTT 기업들이 뭉쳤다. OTT 연합군은 그동안 음원 저작권 이슈 대응을 위해 음원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를 출범하고 활동했다. 그러다 더 다양한 이슈에 대응하고 정책 제안을 하기 위해 지난 3월 한국OTT협의회를 출범했다.

OTT협의회는 우선 ▲OTT 규제 개선 의견 개진 ▲저작권 제도개선 추진 ▲망이용료 등 불공정 및 역차별 환경 개선 ▲공동 법무 및 연구 용역 추진 ▲연구개발(R&D) 등 사업협력 방안 도출 ▲정책 홍보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와 양지을 티빙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가 의장을 맡았고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이희주 운영위원장은 현재 OTT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이 큰 도전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 부처 차원에서 일원화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넷플릭스와 유튜브,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발 글로벌 OTT에 이어 아이치이TV 등 중국 OTT까지 국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OTT 업계뿐 아니라 국내 미디어 시장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OTT는 국내외 국외를 구분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해서는 이제 생존할 수 없다. 현재 왓챠도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 OTT도 레드오션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이희주 한국OTT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웨이브이미지 확대보기
이희주 한국OTT협의회 운영위원장. 사진=웨이브

이 위원장은 현재 OTT 시장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웨이브, 왓챠, 티빙 모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고 있지만, 적자를 보지 않은 기업은 넷플릭스가 유일하다.

이 위원장은 "넷플릭스는 국내에서만 연 4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세금은 미비한 수준이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라며 “망 사용료와 규제에서 글로벌 서비스에 역차별 당하고 있다. 한국 OTT 플랫폼의 진흥과 육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지만 현재 OTT를 전담하는 부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에 각각 위치해있다. 세 부처 모두 OTT의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은 "새로운 형태의 산업인 만큼 과학기술과 콘텐츠, 방송의 특징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때문에 각 부처가 자신들의 책임을 강조할 수 있다"며 "다만 국내 미디어 산업의 변화와 위기, 글로벌 OTT로 인한 변화들, 예상되는 방향성을 인식하고 범부처, 국회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 위원장은 "지난해 총리실과 국무조정실, 과기정통부에 범정부 차원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냈다"며 "규제보다 진흥과 육성을 바라는 OTT 사업자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방안이다. 정부에서 이 방안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OTT협의회는 웨이브와 티빙, 왓챠가 합류해있지만 시즌과 네이버 시리즈온 등 국내 OTT사업자 모두에게 열려있다.

이 위원장은 "구독형 VOD 서비스를 하는 대표적인 세 기업이 우선 합류했지만, 3사에 국한된 활동을 하진 않는다. 미디어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국내 OTT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여러 정책 제안을 낼 예정이다. 협회가 아니고 협의회인 이유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격이 다른 넷플릭스는 협의회에 합류할 수 없다.

OTT협의회는 현재 각 분과별로 정책 아젠다 설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협의회 차원의 정책 아젠다가 서는 대로 세미나와 포럼을 열어 OTT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제안을 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안에 세미나나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웨이브 정책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이 위원장은 웨이브가 지난해 조직개편 이후 편성 기능을 대폭 강화해 맞춤형 콘텐츠 편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26일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윤여정 특별전을 편성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지상파 드라마 '모범택시'와 '오월의 청춘', 인기 드라마의 해외 원작인 '언더커버', '슈츠', '닥터 포스터'를 추천했다. 또 실화 저널리즘 방송인 '꼬리의 꼬리를 무는 이야기', '그것이 알고 싶다', '실화탐사대', '시사직격' 등도 추천했다.

이희주 위원장은 웨이브의 평균 시청시간이 조직개편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도 웨이브의 평균 시청시간은 넷플릭스보다 앞섰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