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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방송 취소…OTT에 위기감 느낀 방송사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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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방송 취소…OTT에 위기감 느낀 방송사의 현주소

늘어나는 OTT 오리지널 콘텐츠에 경쟁력 잃어…"판권 수익 노린 무리수" 의견도

'조선구마사' 포스터. 사진=SBS이미지 확대보기
'조선구마사' 포스터. 사진=SBS
OTT 오리지널 드라마와 지상파 드라마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애플TV플러스와 디즈니플러스, HBO맥스 등 미국 OTT와 아이치이 등 중국 OTT들도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웨이브, 시즌, 카카오TV 등 국내 OTT들도 드라마 제작에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저조한 시청률에 허덕이던 지상파 드라마는 최근 역사왜곡 논란까지 시달리며 굴욕을 맛보고 있다.

SBS는 26일 역사왜곡 논란이 이어진 '조선구마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SBS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 ‘조선구마사’ 방영권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방송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SBS는 본 드라마의 방영권료 대부분을 이미 선지급한 상황이고, 제작사는 80% 촬영을 마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방송사와 제작사의 경제적 손실과 편성 공백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SBS는 지상파 방송사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방송 취소를 결정했음을 알린다"고 전했다.

22일 첫 방송한 '조선구마사'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악귀들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사극이다. 그러나 실제 조선의 왕들이 역사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고 중국문화가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중국이 동북공정의 일환으로 한복과 김치 등 한국 고유의 문화를 중국의 문화라고 왜곡하고 있어 국내에도 반중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조선구마사' 속 조선시대에 대한 묘사는 큰 논란을 불러왔다.

논란이 커지자 광고주들이 앞다퉈 광고를 끊기 시작했고 문경시와 나주시 등 장소협찬을 하기로 한 지자체와 한복협찬을 하기로 한 업체도 지원을 중단했다. 이어 SBS가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고 제작투자사인 롯데컬처웍스도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80% 정도 촬영을 마친 '조선구마사'는 촬영분량 대부분을 폐기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조선구마사'는 YG스튜디오플렉스가와 롯데컬처웍스가 제작했으며 중국 위티비(WeTV)에 판권이 판매됐다.

지상파 드라마가 논란에 빠지는 사이 OTT가 제작·투자한 드라마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스위트홈'과 '킹덤'이 글로벌 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19년 넷플릭스가 CJ ENM 계열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 지분 투자하면서 이후 제작된 '사랑의 불시착', '비밀의숲2', '청춘기록', '스타트업', '경이로운 소문',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도 호평을 받았다.

이와 함께 웨이브가 스튜디오S와 협력한 후 제작한 드라마 '펜트하우스'는 드라마뿐 아니라 OTT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웨이브의 글로벌 진출에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펜트하우스'의 OTT 판권은 웨이브가 독점으로 가지고 있다.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예견됐다. SBS는 '펜트하우스'를 제외하면 '불새2020'은 일일드라마임에도 시청률이 5.4%에 그치고 있다.

KBS는 일일드라마인 '미스 몬테크리스토'와 '누가 뭐래도'가 각각 15.9%, 22.4%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주말드라마인 '오케이 광자매'는 27.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목드라마인 '안녕? 나야!'는 시청률 3.2%에 그쳤으며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은 시청률 8.1%를 유지했으나 당초 캐스팅됐던 배우 지수의 학교폭력 논란의 주연배우가 교체되는 홍역을 치렀다.

이들에 비하면 MBC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지난해 시청률 8%를 넘긴 드라마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MBC는 현재 방송 중인 '오! 주인님'과 '밥이 되어라'도 시청률 2.2%, 5.3%로 고전하고 있다.

'킹덤'.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킹덤'. 사진=넷플릭스

종편과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들이 파격적인 소재와 완성도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트렌디 드라마와 막장소재에 머물렀던 지상파 드라마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여기에 넷플릭스 '킹덤'과 '스위트홈',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오리지널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드라마 제작자들도 자극을 받게 됐다.

최근 지상파 드라마도 파격적인 소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이미 TV플랫폼에서 등을 돌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드라마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그 젊은 세대들이 TV보다 OTT에 익숙하기 때문에 시청자를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밝혔다.

한국 진출을 확정지은 디즈니플러스와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제작이 확대되면서 방송사와 OTT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차태현, 조인성 주연의 드라마 ‘무빙’과 천우희, 김무열 주연의 ‘제로’ 등을 오리지널 콘텐츠로 고려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김수현의 차기작 ‘그날 밤’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애플TV플러스와 HBO맥스의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까지 제작될 경우 방송사와 OTT의 격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방송가에서는 지상파뿐 아니라 TV플랫폼에 주력하는 종편과 케이블 드라마도 안심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부부의 세계’와 ‘스카이캐슬’,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을 이끈 JTBC는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가 주연한 ‘설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설강화’는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를 배경으로 남파간첩과 여대생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어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tvN은 ‘잠중록’과 ‘간 떨어지는 동거’ 등 중국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잇달아 준비하고 있다. 반중 감정이 고조된 가운데 이들 드라마에 대한 우려가 방송 전부터 깊어지고 있다.

방송계 관계자는 “TV플랫폼에서는 시청률이나 광고수익을 예전처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리한 PPL이나 OTT판권으로 수익을 내려는 시도가 많다”며 “방송사가 위기감을 느낀 만큼 무리한 드라마 제작이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