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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 국내 OTT, 거리두기 여파 '급성장'…저작권 이슈·경쟁 심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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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 국내 OTT, 거리두기 여파 '급성장'…저작권 이슈·경쟁 심화 '과제'

오리지널·독점 콘텐츠로 가입자 늘어…저작권료 갈등 내년까지 지속
디즈니+·HBO맥스 등 글로벌 OTT 韓 진출…내년 시장 경쟁 거세질 듯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메인화면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메인화면 캡쳐.
올해 초 코로나19 창궐로 산업계 전반이 큰 변화를 겪은 가운데 OTT 업계도 변화를 겪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유료 가입자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시장이 변한 만큼 새로운 과제도 떠안게 됐다. 특히 국산 OTT 기업들은 올해 급격한 성장과 함께 여러 악재에 시달려야 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OTT 유료 가입자 수는 넷플릭스가 330만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웨이브가 200만명으로 2위에 올라있다. 이어 티빙과 왓챠가 뒤를 잇고 있다.
넷플릭스는 구체적인 증가 추이를 밝히진 않았지만 '사랑의 불시착', '청춘기록', '킹덤' 등 한류 콘텐츠들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것을 감안한다면 올해 들어 증가세가 눈에 띄게 커진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 역시 유료 가입자 증가 추이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9월 열렸던 웨이브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순 가입자가 1000만명, 월간 순이용자 수도 400만명에 육박했다. 이는 1년새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OTT의 이 같은 성장세는 오리지널·독점 콘텐츠가 견인했다. 넷플릭스의 경우 최근 공개한 드라마 '스위트홈'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공개한 '킹덤' 시즌2, '보건교사 안은영' 등도 높은 화제성을 낳았다.

이 밖에 tvN 드라마인 '사랑의 불시착', '청춘기록', '슬기로운 의사생활', '싸이코지만 괜찮아'도 넷플릭스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 종편 채널과 협업한 오리지널 드라마로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모았다. 웨이브는 올해 '앨리스'와 'SF8', '거짓말의 거짓말', '좀비탐정', '꼰대인턴' 등을 제작했다.

웨이브는 이 같은 전략 때문에 고른 연령층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본 웨이브 이용자는 20대가 17%, 3040세대가 60%, 5060세대가 20%로 나타났다. 반면 넷플릭스는 20대가 36%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30대 25%, 40대 20%, 50대 19%로 나타났다.
그동안 실시간 방송 중심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던 티빙은 하반기부터 국내 미개봉 외화를 독점 수입해 공개하고 있다. 또 내년 1월에는 첫 오리지널 예능 '여고추리반'을 독점 공개한다. '여고추리반'은 '대탈출', '더 지니어스'의 정종연 PD가 연출하고 박지윤, 장도연, 아이즈원 최예나 등이 출연한다.

왓챠는 독점 드라마 카테고리인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체르노빌', '이어즈&이어즈', '와이 우먼 킬', '가짜사나이2', '퀴즈' 등을 독점 공개하고 있다. 또 넷플릭스를 포함한 다른 OTT에 비해 많은 콘텐츠를 공급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리포터' 전 시리즈와 '007' 시리즈도 서비스하고 있다.

국내 OTT 기업들은 코로나19와 오리지널·독점 콘텐츠 인기에 맞물려 큰 성장세를 보였으나 그만큼 악재도 뒤따랐다.

넷플릭스 '스위트홈' 포스터. 사진=넷플릭스이미지 확대보기
넷플릭스 '스위트홈'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영화수입배급사협회(수배협)는 올해 8월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료 정산방식이 콘텐츠 생산자에 불리하다고 제기했다. 수배협은 영화만을 위한 개별 과금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OTT 측은 "사실상 구독형 VOD 사업을 포기하고 IPTV가 되라는 것"이라며 대립 양상을 보였다.

수배협뿐 아니라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갈등은 더 심각한 국면이다. 음저협은 국내 OTT 기업에 정당한 저작권요율을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조정에 들어갔으나 저작권 요율을 현행 매출의 0.625%에서 2026년까지 1.999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결정해 양 측의 갈등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OTT 기업들로 이뤄진 OTT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OTT음대협)는 문체부의 이 같은 결정에 반발하며 음저협 징수규정 재개정이 없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내년 국내 OTT 시장 경쟁은 올해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플러스가 내년 국내 진출을 공식화했고 HBO맥스와 애플TV플러스 역시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5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쿠팡도 OTT 사업에 진출했다.

HBO맥스 오리지널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 예고편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HBO맥스 오리지널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 예고편 캡쳐.

디즈니플러스는 현재 한국 진출을 위해 이통사와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올해까지 한국에서 사업을 종료하고 OTT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이에 따라 HBO맥스 역시 내년 중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TV플러스도 한국어 서비스를 강화하며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풍부한 IP를 무기로 한 디즈니플러스와 HBO맥스에 애플 디바이스 유저를 타깃으로 한 애플TV플러스까지 국내에 출시될 경우 국내 OTT 시장은 올해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쿠팡 역시 월 2900원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쿠팡플레이’를 최근 출시했다. 쿠팡플레이는 경쟁 OTT 가격에 4분의 1 수준으로 현재 많은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진 않지만 앞으로 콘텐츠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OTT는 다른 업종과 달리 가입자를 뺏어오는 경쟁이 아니다. 한 사람이 여러 개의 OTT에 가입하고 보고 싶은 콘텐츠에 따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가입자 수를 꾸준히 끌어오는 것이 중요한 만큼 글로벌 OTT를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