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통신서비스 품질유지 의무를 부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되면서 글로벌 OTT의 국내 서비스가 주춤할 수 있지만 진출을 포기하진 않을 거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이번에 공개된 동시 개봉 예정작에는 '원더우먼 1984'와 '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매트릭스4', '고질라 vs 콩', '컨저링3' 등 개봉이 밀린 외화 대작과 내년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포함됐다.
앞서 월트디즈니는 ‘뮬란’ 실사판을 몇 차례 개봉연기하다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 중인 국가에 한해 OTT 공개한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했다.
HBO맥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영화팬들도 HBO맥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영화계와 OTT업계에 따르면 HBO맥스 역시 한국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내 메이저 영화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9월 한국 영화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흥행 부진과 함께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경영난 여파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함께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빈자리를 HBO맥스가 메우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OTT업계에 따르면 HBO맥스는 국내 OTT 기업인 티빙과 외자유치 및 콘텐츠 협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에서 분사한 티빙이 합작법인을 세우기 위해 투자유치 파트너사로 HBO맥스와 협상 중이다.
HBO맥스가 합작법인 파트너사로 참여하게 되면 투자유치와 함께 티빙과 콘텐츠 교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이 HBO맥스의 콘텐츠를 국내 공급하고 HBO맥스가 티빙의 콘텐츠를 수급해 아시아 시장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티빙의 대주주인 CJ ENM의 방송 계열사 tvN의 인기 드라마들이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고 있어 콘텐츠 공급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HBO맥스가 직접 국내에 서비스를 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를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영역 확대에 들어간 상태고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도 국내 진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같은 시기에 진출에 출혈 경쟁을 벌이는 대신 미국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한 뒤 후발주자로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국내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HBO맥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와 함께 풍부한 지적재산권(IP)을 보유한 HBO맥스는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국내 진출 전부터 한국 영화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국내 지상파 관찰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기자가 국내 정식 서비스도 되지 않은 HBO맥스 오리지널 드라마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를 시청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누리꾼들이 해당 콘텐츠를 불법 다운로드한 것으로 규정했고 결국 이 연기자는 소속사를 통해 직접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는 '에일리언', '마션' 등을 만든 거장 리들리 스콧이 제작한 SF드라마로 '에일리언'과 세계관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밖에 잭 스나이더가 재편집한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이나 DC코믹스 원작 '둠 패트롤'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또 워너미디어 계열의 미국 방송사 HBO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스핀오프 드라마 제작 가능성도 있다. HBO는 '섹스앤더시티'와 '밴드오브브라더스', '소프라노스', '안투라지', '왕좌의 게임', '뉴스룸', '트루 디텍티브', '웨스트월드', '체르노빌' 등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드라마들을 제작한 방송국이다.
현재 왓챠, 웨이브 등 국내 OTT에 드라마를 공급하고 있으나 HBO맥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이들 콘텐츠를 모두 철수할 수 있다. 실제 디즈니는 자사의 OTT 사업을 확대하면서 넷플릭스에 공급한 마블스튜디오 영화와 드라마 서비스를 모두 중단한 바 있다.
현재 넷플릭스에 공급 중인 마블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마블 콘텐츠로 직접 제작한 '아이언피스트',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디펜더스' 등 일부다.
영화계 관계자는 "OTT를 중심으로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미국 OTT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도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한국 콘텐츠는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만큼 한국에 진출한 뒤 오리지널 콘텐츠를 수급하려는 OTT 기업들의 경쟁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