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엔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PEF가 기업들에 자금을 공급하는 ‘단비’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M&A 분석 업체 머저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M&A 규모는 9015억달러로 작년 상반기 M&A 규모인 1조9075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PEF가 인수한 기업 규모는 2104억 달러로 작년에 비해 30% 감소하는 데 그치며 선방했다. 전체 M&A 중 PEF 비율은 작년까지 10%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올해 23.3%까지 커졌다.
최근 진행된 주요 M&A 딜의 주인공도 사모펀드 였다.
▲ 스카이레이크, 전기차 배터리용 소재 생산업체 두산솔루스 6986억원에 인수
지난 4일 증시 마감을 3분 정도 앞둔 상황에서 두산솔루스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매매계약 체결 관련 내용을 전격 공시했다.
공시 내용은 두산솔루스의 최대주주인 두산 등 특수관계인이 두산솔루스 발행 보통주식 총수의 52.93%에 해당하는 1619만608주를 스카이레이크 에쿼티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댜는 내용이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등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을 잠재 인수 후보로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스카이레이크에 두산솔루스를 매각하게 된 것이다.
NH투자증권 고정우 연구원은 "매각 금액은 6985억원으로 주당 매각가격은 4만3143원으로 정산됐다"고 밝혔다.
특히 주당 매각 가격은 2021년 EBITDA(추정치)의 약 16배 수준으로 추정됐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예상하고 있는 범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두산솔루스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시 필수 소재인 전지박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두산의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전지박은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에 사용된다.
투자자들은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스카이레이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스카이레이크는 2006년 10월 316억 원 규모의 첫 PEF로 투자활동을 시작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해 ‘진대제 펀드’라는 별칭이 붙어 있으며, 설립 15년째인 올해 11호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 두산솔루스를 인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 두산그룹 모트롤 사업부 4530억원에 인수 계약
두산그룹은 그룹 내 유압기기 사업부인 모트롤BG를 국내 PEF 운용사인 소시어스 프라이빗에쿼티(PE)와 웰투시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달 초 이사회에서 모트롤BG 매각 최종 인수자로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금액은 4530억 원 수준으로 당초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자)인 모건스탠리PE가 더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비가격적 요소에서 우위를 점해 새 주인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 대한항공 기내식·면세사업부 9900억원에 인수 계약
대한항공은 지난달 25일 한앤컴퍼니와 기내식기판사업 영업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기내식기판사업에 대한 영업양수도대금은 9906억 원이며, 한앤컴퍼니가 설립할 신설법인에 사업을 양도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향후 자사의 기내식과 기내면세품의 안정적 공급과 양질의 서비스 수준 확보를 위해 신설법인의 지분 20%를 취득할 계획이다.
거래 종결까지 약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거래종결일 전 신설법인과 기내식 공급계약 및 기내면세품 판매계약도 체결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기내식 사업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세부 실사 및 협의 과정을 거친 바 있다.
대한항공과 한앤컴퍼니는 이번 영업양수도계약을 토대로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신설법인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위해 긴밀히 상호 협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JC파트너스, KDB생명 인수자로 나서며 매각 작업 급물살
산업은행은 지난 6월 말 KDB생명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JC파트너스를 선정했다 밝혔다.
JC파트너스는 지난 2월 예비입찰에 참여해 매수 실사 등을 완료했으며, 6월22일 마감한 최종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KDB생명PEF(케이디비칸서스밸류PEF)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최종 입찰자 적격성, 매각 성사 가능성 등을 평가해 JC파트너스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 협상 대상자와 협의해 투자자 모집, SPA 협상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이른 시일 안에 매각이 종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뚜레쥬르와 SK루브리컨츠 지분·두산인프라코어 등 주요 매물 인수 후보로 PEF 거론
SK그룹은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 중인 SK루브리컨츠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시장의 관심은 자구안의 핵심으로 꼽히는 두산인프라 매각에 쏠려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오는 22일 공개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보유중이다.
주요 PEF 운용사와 일부 SI(전략적투자자)가 인수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현재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FI(재무적투자자)와 진행 중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이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인수자로 PEF 유력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M&A가 결렬됐다.
각 항공사의 부실한 재무구조가 인수 리스크로 불거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결국 노딜(No deal)로 귀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며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호산업도 이날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이 최종시한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아 M&A 계약은 최종 결렬됐다"고 전했다.
향후 새로운 인수자로 PEF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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