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린시티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바로 북쪽에 위치하면서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 지역 중 한 곳이다. 이곳에는 해수면 상승을 걱정하는 주민 따위는 우선 없을 것이다. 흑인과 노동자 계층 주민이 많은 이 커뮤니티의 기존 홍수 해저드 맵(재해 예측지도)에는 해수면이 3피트 이상 상승하지 않는 한 안전하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은 단순히 파고가 방파제를 넘거나 모래사장이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제는 더 복잡하다는 것이다.
땅 밑에 있는 지하수를 상상해 보라. 바닷물이 내륙에 도달하면 갇혀 있는 모든 지하수가 밀려 올라와 역류하며 지표를 파괴할 것이다. 지하가 압박되면서 밀려 들어온 해수는 하수관을 부식시키고 토양에 묻혀 있던 유독한 오염물질이 물과 뒤섞여 주위에 퍼질 가능성이 있다.
별로 화제가 되지 않는 이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크리스티나 힐 캘리포니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만 연안의 많은 지역에서 바닷물은 이미 지상까지 밀려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1피트 해수면이 상승하면 예상 밖이었던 마린시티 침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힐에 의하면 염려 사항에는 주택 침수나 도로 침수 피해뿐만이 아니라 주민의 건강 피해도 포함된다고 한다. 바로 발밑에 있는 지면에 쌓여있는 토양 오염물이 다시 지표로 흘러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자와 주택개발자들은 캘리포니아주의 해안선뿐만 아니라 과거엔 ‘홍수, 침수의 예상 밖’이라 여겨졌던 지역도 해수면 상승에 따라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최근 깨닫기 시작했다. 힐 연구팀에 따르면 베이 지역의 경우 해수면 상승에 의한 지하수의 범람으로 침수 피해를 보는 토지는 지금까지의 2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에 충분한 연구 결과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국 지질조사국 (USGS) 연구팀은 캘리포니아주 전체의 정보를 정리하는 데 몇 년을 보냈다. 그리고 특히 문제가 있는 지역을 특정해 이 새로운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USGS의 기후변화와 연안 프로세스 연구팀의 책임자 패트릭 버나드는 “방 벽과 방파제 등 방어망을 구축해 지상 홍수를 막을 수는 있지만, 지하수는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월간 학술지 ‘네이처 크라이메이트 체인지’에 발표된 관련 논문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물은 지하에서 서서히 상승해 차고나 건물의 토대, 도로의 지반으로 흘러든다. 또 해수는 (해면 상승에 따라) 하천이나 깊은 대수층으로 점점 흘러 들어가고 있어 지하수에 의존하는 커뮤니티는 피해를 입고 있다. 살리나스 밸리 농가에서는 우물물이, 옥스나드 평원에서는 귀중한 지하수 원의 염분 농도가 높아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수도국도 지하를 침식하려는 바닷물과 수십 년째 싸우고 있다.
현재의 심각한 상황에 관한 보고를 받은 Legislative Analyst‘s Office(입법조사국)는 “이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비하면 절박한 문제로 생각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캘리포니아주도 베이 연안지역 커뮤니티도 국내 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될 때까지, 이 위기적 상황의 해결을 미룰 여유는 없다”고 주의회 의원에게 경고하고 있다.
2050년까지 적어도 80억 달러 분의 자산이 수몰하고 만조 시에는 추가로 100억 달러분이 수중에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 또 향후 10년 동안 해수면이 0.5피트 이상 상승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폭풍우와 엘니뇨 현상이 사태를 한층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올해 초 열린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해수면 상승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제기됐을 때 임시 의장을 지낸 케빈 멀린 의원은 “나는 이 문제에 시급함을 느낀다. 솔직히 말해 눈앞에 닥친 문제의 규모 크기에 아연실색할 정도”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