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을 놓고 ‘불공정성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비정규직 1902명의 정규직 전환에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은 분명한데 청와대의 설명은 모호하다. 일하던 사람들을 갑자기 내보내는 것도 공정하지 않기 때문에 정규직 전환만이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으로 뽑을 일자리는 정규직으로 뽑고 있다고도 했다. 더 많은 청년들에게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말이지만 ‘아리송한 해명’이다.
그러면 정규직 전환도 하고, 신입사원도 차질 없이 뽑겠다는 것인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무인경비와 보안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는 글로벌 공항업계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문제는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를 약속한 게 발단이었다. 이듬해엔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제도가 대폭 바뀌었다. 행정학, 경영학 전공 교수 중심의 평가단에 시민단체와 시민평가단이 포함됐다.
평가지표에는 ‘사회적 가치’ 항목이 신설됐고, 전체의 22∼24%로 가장 비중이 높은 이 항목엔 정규직 전환을 포함한 일자리 창출 실적 요소가 가장 높은 6∼7%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사업 부문에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10% 이상 배정해 ‘일자리 성과’만으로 100점 만점 성적표에서 최대 32점까지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
반면에 조직‧인사관리와 재무‧예산관리, 그리고 기관장에 자율성을 부여했던 혁신과 리더십 점수는 상대적으로 축소됐다. 그동안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견제했던 지표의 비중이 줄면서 평가의 초점은 ‘경영의 효율화’에서 ‘사회적 가치’로 이동했다.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가치’의 평가가 늘다 보니 계량지표는 줄고, 평가자의 주관이 많이 작용하는 정성적 평가의 비중이 50% 넘게 차지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기관들이 매년 6월에 받는 ‘성적표’이다. 지난 6월 A등급의 받아든 기관의 임직원들은 기본급의 2배까지 보너스를 받는다. D등급을 받은 곳은 보너스 대신에 기관장이 경고장을 받고 E등급은 사표를 쓴다.
기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평가하는 이 제도는 그래서 국정감사 못지 않다. 박정희 정부 때부터 시작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은 1984년 공공기관투자관리기본법의 제정으로 법적 기반을 갖췄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더 강화됐다.
공기업을 통해 대규모 재정 투자와 사업 위험을 국가가 부담하고 독점하는 이유는 민간 부문의 이윤 추구가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 없는’ 기관에 날아드는 낙하산 인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조직을 비효율적으로 늘이려는 ‘방만 경영의 유혹’이다.
새로운 지표의 도입은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장기 전략을 세우고 리더십 발휘가 필요한 평가지표의 일관성이 흔들릴 때 평가제도의 실효성도 흔들린다. 이번 평가에서 36개 공기업 가운데 정규직 전환 실적이 최상위권인 한국도로공사(6959명)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2952명), 한국수력원자력(2312명)이 A등급 6개 기관의 절반을 차지한 건 우연이 아니다.
공공기관은 ‘존재의 이유’로 먼저 평가받아야 한다. 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은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일자리의 전환’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의 고용 조건을 개선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공기업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공정한 기회를 잃는 사회적 역기능이 더 큰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실적’에 편중되지 않고 ‘공공기관 본연의 경영 성과’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지표의 개선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이진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inygem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