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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초격차'로 메모리 재패…"이젠 차량용 반도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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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하이닉스, '초격차'로 메모리 재패…"이젠 차량용 반도체다"

글로벌 車반도체 시장 연평균 6.5% 성장…5년 뒤 시장규모 77조 원 이를 것
삼성·하이닉스, 전장 사업 전담팀 만들어 시장 공략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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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비(非)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차량용 전자장비(전장) 반도체 분야 정복에 나섰다.

우리 기업 특유의 뚝심과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전통 반도체 강국이던 미국과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정상을 차지한 두 기업이 또 다시 새 역사에 도전한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77조원대 자동차 반도체 시장 잡아라"

전장 반도체는 자동차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 이미지로 보여주는 반도체),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에 사용되는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를 뜻한다. 엔진, 트랜스미션 등을 제어하는 전기제어장치(ECU)가 핵심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차량이 등장하면서 전장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기업들의 새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18년 417억6900만 달러(약 48조260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5년에는 655억 달러(약 77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연평균 6.5%씩 성장하는 수준이다.

현재 전장 반도체 시장은 네덜란드 NXP가 글로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Infineon),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일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Renesas Electronics) 등이 대표적인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다.

최근에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기업들이 새롭게 뛰어들어 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들은 자율주행용 AI 시스템과 영상·사물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비전(vision) 컴퓨팅 시스템, IoT와 4세대 이동통신(4G), 5세대 이동통신(5G) 기술에 기반을 둔 차량용 중·근거리 데이터 통신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의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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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지난 1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참가해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반도체 기술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삼성·하이닉스 "메모리 경쟁력 바탕으로 車 반도체 잡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이러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메모리 분야에 편중돼 있는 기형적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진정한 종합 반도체 정상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非메모리 사업 강화 전략의 하나로 전장 반도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0월 차량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와 차량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ISOCELL Auto)’를 각각 선보여 본격적인 차량용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렸다.

삼성 ‘엑시노스 오토 V9’은 출시 3개월만인 지난해 1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채택됐으며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독일 ‘TUV 라인란드’로부터 자동차 기능안전 국제 표준 ‘ISO 26262 기능안전관리(FSM, Functional Safety Management)’ 인증을 획득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지난해 4월 출시된 테슬라 자율주행 도구 ‘하드웨어(HW)3’에도 삼성전자 엑시노스 칩이 탑재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독일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뮌헨'을 열고 자동차용 반도체 솔루션을 비롯한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특히 지난달 13일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의선(50)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단독 회동을 가진 것을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두 업체가 전고체 배터리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협력 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6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전담팀 꾸리고 비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과 기술, 경험을 얻기 위해 자동차 분야와 연결된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협력을 넓히고 인텔과 아우디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자동차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중국 차량용 AI 반도체 전문기업 호라이즌로보틱스에 6억 달러(약 6800억 원)를 투자했다.

또한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인공지능(AI) 솔루션 HBM2E을 내놨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향후 자율주행차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AI 연산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을 자체 개발할 방침이다.

특히 최태원(60) SK그룹 회장은 조만간 정의선 부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더불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관한 협력 의지를 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반도체에 비해 '신뢰성'과 '안전성'이 매우 중요한 사업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삼성과 하이닉스는 이미 메모리 분야에서 우월한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 머지않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