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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빈그룹, 車·스마트폰 시장 변화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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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빈그룹, 車·스마트폰 시장 변화주도

중저가 내수시장 이미 장악…미국 진출 통한 글로벌 브랜드 도약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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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룹(Vingroup)의 자동차와 스마트폰이 베트남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출범한 지 1년 하고도 6개월 남짓한 기간이다. 여전히 평가는 반반이다.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 ‘에이 되겠어~’라던 부정적인 반응들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이제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술들은 ‘어떤 특정 기업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범용화(commoditization) 됐다는 이야기다. 물론 가격에 경쟁력을 더하는 부품 현지화는 별도의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빈그룹이라는 베트남만의 특별한 브랜드를 플랫폼으로 삼아, 글로벌 벨류체인(GVC)으로부터 생산・조립한 자동차와 스마트폰 제품을 어떤 전략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자면 베트남에서 부품 하나 제대로 생산 못하는 현실에서도 분명히 빈그룹 브랜드를 내세운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성장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또 베트남 유일의 완성차 생산업체인 빈패스트와 독보적인 스마트폰 생산업체인 빈스마트를 보유한 빈그룹의 행보는 현지의 자동차와 전기・전자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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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도요타 위협하는 빈패스트 자동차

지난달 5월을 기준으로 베트남 내 자동차 판매량이 4월 대비 62%나 늘어났다. 코로나 이전인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70%수준이지만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빈패스트의 경차 ‘파딜’과 세단형 ‘럭스(Lux)2.0’이 5월에 가장 많이 팔린 탑10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파딜(1156대)은 그동안 경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현대 ‘i10’(1076대)을 겨냥한 모델이다.

처음 출시될 때 얼마나 팔리겠냐던 비아냥을 뒤로하고 판매실적 4위로 올라섰다. 항상 판매 ‘톱3’안에 들던 현대 i10은 6위로 밀려났다. 경차시장을 이제 현대 i10과 빈패스트 파딜이 양분하는 모양세다.

이번 쾌거는 빈패스트가 선보인 획기적인 바이백 프로그램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부터 타사의 7년 이하 중고차를 소유한 고객이 빈패스트의 신차를 구매하면 기존에 보유했던 차량의 중고 시세만큼을 신차 가격에서 할인한 뒤 교환해주고 있다.

베트남에서 현대 i10을 소유한 고객이 택시거나 그랩(Grab)과 같은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사업자가 많다는 점,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현대 i10이 대부분 노후차량이라는 점을 노렸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같은급의 국산 신차로 교환해 주면서 금전적인 부담을 낮춘 것이다.

실제 북부지역 하노이 시를 중심으로 운행되는 그랩이나 택시 차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현대 i10을 타보면 시동이 안걸리거나 소음이나 기타 기능이 떨어지는 노후차량이 많다. 파격적인 할인과 국산 신차라는 요인들은 안그래도 가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지인들에게 먹힐수 밖에 없는 애국 마케팅 전략인 것이다.

타깃층은 다르지만 럭스2.0이나 SUV모델인 럭스SA2.0 역시 같은 이유로 빠르게 판매가 늘고 있다. 럭스SA2.0은 이번에 순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럭스2.0은 8위에 진입했다. 빈패스트는 바이백 프로그램에서 이 두 모델에 한해 교환을 원하는 중고차 매입시 최대 5000만 동(약 250만 원)의 할인을 추가로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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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마트, 중저가 스마트폰 ‘평정’

베트남 스마트폰 제조 기업 빈스마트는 자국 내 중저가 폰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빈스마트는 가성비 높은 제품을 공급, 베트남 스마트폰 보급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빈스마트가 첫 제품 출시 17개월만에 스마트폰 120만대를 판매했다. 자국내 시장 점유율은 4월말 기준 16.7%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빈스마트가 ‘레드오션’이었던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되찾는 데 성공했으며, 베트남 스마트폰 업체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한걸음을 내딛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빈스마트는, 베트남 소비자가 고품질의 저가 스마트폰을 보유할 수 있도록 가성비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다. 빈스마트가 제조한 저가형 스마트폰 'V스마트3(Vsmart3)'와 '조이3(Joy3)'가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은 변화의 국면에 접어 들었다.

저가형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다른 외국 기업들이 제품의 품질을 높이고 가격은 인하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 것이다. 현재 베트남에서 판매되는 저가형 스마트폰 대부분은, 빈스마트 제품보다 30~50%가량 비싸다.

파격적인 서비스도 선보였다. 빈스마트는 고객의 제품을 구매할 때 18개월이라는 기간을 보증하고, 구매 후 101일 이내에 환불 또는 교환을 보장해 준다. 다른 스마트폰은 길어야 몇달, 특히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샤오미, 오포 등 중국 브랜드들은 이런 보증기간이 없다.

베트남 최대 전자제품 유통체인 모바일 월드 푸엉 응옥 투엔(Phung Ngoc Tuyen) 통신부문 이사는 “V스마트가 등장하자, 많은 스마트폰 브랜드가 베트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고 밝혔다.

팜 꾸옥 저이 바오(Pham Quoc Duy Bao) FPT 리테일 이사는 "V스마트는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베트남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 들었다. 덕분에 다른 브랜드도 가격을 인하하게 만드는 등 시장을 변화시켰다"며 “V스마트는 성능에 비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파격적인 보증기간 등 지원 서비스를 선보여, 다른 브랜드들도 AS 정책을 변경해야 했다"고 말했다.

마이 리엠 툭(Mai Liem Truc) 정보통신부 차관 역시 "빈스마트는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파격적인 AS정책으로 베트남 스마트폰 보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전 사회의 디지털화를 위해 '스마트폰 보급률 100% 국가 만들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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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시장으로 향한 ‘눈’…전기차로 가시화

빈그룹이 자동차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짧은 기간동안 이뤄낸 성과는 분명 놀랄만하다. 하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생각이나 예상보다 빈그룹의 목표는 더 높은 듯하다. 그들의 눈의 세계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빈그룹은 호주 멜버른에 빈패스트엔지니어링오스트리아(VinFast Engineering Australia)를 설립하고, 2월 미국 자동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호주 현지 브랜드 '홀덴(Holden)'을 인수했다.

빈그룹은 홀덴 공장과 엔지니어, 판매망 등을 활용, 자사 자동차 계열사인 빈패스트의 호주, 미국, 러시아, 유럽 진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앞서 GM은 실적이 저조한 '홀덴' 브랜드와 판매 대리점을 폐쇄하고,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828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빈패스트는 호주 멜버른에 자동차 R&D센터를 설립하고 홀덴 엔지니어들을 채용했다.

또 럭스(Lux) V8 및 전기 자동차의 상용 버전을 출시하고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국 120개 지점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달 초에는 호주의 자동차 테스트 센터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빈패스트 외에도 호주의 물류기업인 린제이 폭스(Lindsay Fox)가 랑랑(Lang Lang)차량 테스트 센터 인수에 뛰어 들었다. 60년의 역사를 가진 이 차량 테스트 센터는 홀덴 자동차가 양산에 들어가기 전에 시범 운행되던 곳이다.

인수가격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최대 1500만~2000만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에서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지만 호주의 인프라 및 전문적인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차량의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되면, 빈패스트는 독자적인 자동차 테스트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어서 지난 12일 빈패스트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내놓을 전기 자동차를 선보였다. 빈그룹 팜 녓 브엉 회장은 오래전부터 미국 수출이라는 목표를 밝혀왔다. LG화학과 손잡고 하노이에서 성공적으로 시범 운행을 마친 뒤 전기차 생산과 미국진출 계획을 밝혔다.

미국 오토블로그(AutoBlog)는 "빈패스트의 전기 자동차 수출 계획은 LG화학과 피닌파리나 등과 같은 빅 브랜드들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설 자리를 굳히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다는 것을 기초로 하는 대담한 계획이다"고 평가했다.

빈패스트의 전기 자동차는 'Los Angeles Auto Show 2020전시회'에 출시될 계획이다. 이번 전시회의 전무 이사인 Lisa Kaz의 트위터 계정에는 빈패스트가 유명한 자동차 전시회에 오게된 것을 환영한다는 인사말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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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위탁제조업 노리는 빈스마트

자국내 저가형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공에 자신감을 갖고, '프리미엄 폰'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인 빈스마트 역시 해외진출을 가속화 하고 있다.

빈그룹은 최근 프리미엄 폰 소비자가 가장 많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에서 일정 기준의 판매량을 달성하면, 인도, 동남아시아 등 다른 국가로 수출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단 미국내에서, 작지만 일정 기준의 판매량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도, 세계 시장에서 빈스마트의 품질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사용자들이 프리미엄폰에 초점을 두는 까다로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빈그룹은,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스마트폰 위탁 제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 시장에 빈스마트 제품을 출시하면서 자신들의 스마트폰 제조 능력도 홍보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위탁 생산 하는 물량을 다른 국가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빈그룹은 지난해부터, 하노이 호아락첨단공업단지(Hoa Lac Hi-Tech Park)에 15.2헥타르 규모의 스마트 폰 제조 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공장에서는 베트남 시장의 연간 수요보다 3~4배 많은, 연간 1억2500만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다.

빈그룹은 이 공장을 활용, 글로벌기업의 스마트폰을 위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폰으로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진출이 뒷받침 돼야 한다. 삼성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The Next Big Thing(다음에 나올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애플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 뿌뿌까오(BKK) 일렉트로닉스도 미국에서는 프리미엄 폰 'OnePlus' 하나만 출시했다. 이들 기업은 미국 시장을 점령하지 못했지만, 자사 제품을 애플과 같은 고급 세그먼트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빈그룹은 빈스마트 역시 미국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만 있으면, 이같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 퀄컴 등과 지속적으로 협력, 모바일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최적화하고 있다.

빈패스트에 이어 빈스마트 역시 제품에도 이탈리아의 유명한 디자인 기업 피닌파리냐의 디자인을 입히고 독자적이고 세련된 디지털 언어 등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 리엠 툭(Mai Liem Truc) 박사는 "미국은 프리미엄폰 시장을 정복하려는 기업에게 적절한 목적지"라며 "빈스마트는 공장, 인력, 기술 투자를 통해 베트남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됐고, 이제 미국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보 통신부 차관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라는 속담처럼 다른 대기업과 협력하는 것은 베트남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향후 2~3년 내에 빈스마트가 전 세계 프리미엄폰 점유율 상위 3개 업체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응웬 둑 민(Nguyen Duc Minh) 하노이과학기술대(HUST) 전자 통신 연구소 부국장은 "빈스마트의 초기 성공과 그 다음 사업전략은, 각종 연구소와 전문인력, 공장 등 베트남에 지속 가능한 기술 브랜드 구축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빈스마트같은 베트남 기업이 전자 부품 제조 및 공급 능력을 국제 사회에 증명하고 글로벌기업 생산기지를 유치하면 베트남 경제의 FDI(외국인 직접 투자) 기업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