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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자원 중국인들이 선점…한국 뒷북외교에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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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자원 중국인들이 선점…한국 뒷북외교에 실망

[안도현의 글로벌 경제 투어(28)]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피지

카르텔 문화 바탕 인도 이민자들이 경제권 쥐락펴락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피지의 풍경이미지 확대보기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피지의 풍경
새로운 직장을 위해 여기저기 이력서를 내고 기다리는 동안 지인이 사업지원 및 통역을 요청했다. 그 사업은 피지(Republic of Fiji Islands)에서 자원 개발 및 생수 사업권 확보를 위한 것이었다. 경제적인 지원은 없었지만 가보지 않은 새로운 나라에 대한 호기심에 내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피지는 총 인구가 88만명 정도다. 북섬과 남섬으로 이뤄진 피지는 경상남북도 크기의 섬나라다. 영화 ‘캐스트어웨이’의 촬영지를 비롯한 수많은 남태평양의 무인도 영화들이 이 피지에서 촬영되었다. 해양스포츠와 리조트 등의 환상적인 배경 화면의 촬영지인 피지에 대한 출장은 실로 가슴이 설렜다.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와 시야의 반을 차지하는 넓은 하늘을 가득 채운 석양을 기대하며 피지로의 비행을 시작했다.
피지 투자청과 면담을 시작하고 자원개발을 위해 상공부 장관과 미팅을 했다. 나이 든 전통의상을 입은 노인이 장관이라고 하면서 들어와 온화한 미소와 전문 영어로 피지 정부의 투자기회를 설명했고 광물청과 농림부에 대한 추가 미팅을 주선했다. 허름한 건물에 매우 간소한 복장을 한 장관은 2006년 피지 쿠데타의 핵심 인물이라고 했다. 피지에서 일어난 쿠데타로 인해 주변국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의 관계가 악화됐다. 그 틈새를 미국이 스며들고 있었고 중국과 인도가 공격적으로 피지의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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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청에서 금과 알루미늄이 생산되는 해상 광구의 지도를 펼쳐놓고 협의를 했는데 이미 수많은 중국 개발업체들이 탐사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으로 서방국가에서 주춤하는 사이 이미 개발영토를 새로 그려놓고 있었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투자 추이를 보면 조만간 쿠데타로 인해 경제 개발이 더딘 피지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화될 것이고, 결국 피지는 중국의 해외 영토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민청은 한 해에 4만명의 중국인들이 피지로 오고 있다고 했다. 인력 송출을 통해 상권을 장악하는 중국의 치밀한 전략에 비해 한국의 늦장 외교와 전략이 안타까웠다. 결국 소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피지 천연자원인 물 사업과 노니 등의 농수산물 수입을 위해 농수산부 장관 미팅을 추진하고 투자의향서를 전달했다.
수많은 투자의향서와 합의서를 작성하고, 의전을 해온 나로서는 농림부 장관과의 미팅 통역과 의전, 투자합의서 작성과 서명까지 매우 빠른 시간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현지의 주요 생수 개발업체를 면담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오바마가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피지 워터’는 이미 코카콜라에서 상표권과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두 번째로 큰 업체를 중심으로 생수 사업권 협상을 시작했다.

비행기 아래에서 내려다 본 피지의 산호군이미지 확대보기
비행기 아래에서 내려다 본 피지의 산호군
협상이 진행되면서 인도 이민자인 생수업체 사장을 그의 집으로 초청했고, 그의 가족과 자녀들을 옆에 두고 사업권 협상과 최소 주문물량, 공급 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했다. 어린 자녀들에게 사업을 일찌감치 노출시키고 경험시키는 인도인들의 문화를 경험했기에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비즈니스에 대한 감각을 7살 자녀에게 고스란히 전달시키는 현장에 우리는 살아 있는 교재가 되어있었다. 놀랍게도 이 어린아이는 침착하게 사업협상의 모든 과정을 듣고 있었고 우리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민자로서 피지에서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인도인들은 동남아의 화교들처럼 피지의 경제권과 정치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원천이 끈끈한 사업 중심의 사고와 종교에 대한 신앙, 그리고 친인척으로 연결된 카르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피지의 수도인 수바에서 머물며 저녁에는 현지인들이 있는 펍(pub)에서 간단히 맥주를 마셨는데, 커다란 등치와 수염이 있는 한 여인이 우리 일행에게 접근하며 자신에게 맥주를 사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가 거절하자 자신이 이곳 최고의 미녀인데 자신에게 무례를 주었다며 현지 욕을 한참하고 자리를 떠났다. 종업원은 실제 모델 출신의 최고 미녀라며 그녀를 칭찬했다. 미에 대한 다른 관점과 피지 현지 유흥문화는 외국인들 입장과는 달랐다. 19세기 과거 백인들이 피지 섬에 처음 왔을 때까지도 식인 풍습이 존재했고 피지인들은 사람고기를 ‘이쿨라’라는 포크를 사용해 먹기도 했다니 서양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에 대한 반응처럼 매우 이질적인 문화가 있는 곳임에 분명했다.

과일 향과 물맛, 상상 초월할 정도로 신선하고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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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방문을 마치고 생수 사업권 최종 협상과 북섬 방문을 진행하기 위해 2차 피지 출장에 나섰다. 영화 같은 피지의 휴양지와 푸른 바다를 구경하지 못하고 짧은 비즈니스 출장의 아쉬움에 2차 방문에는 리조트 체류를 계획하고 피지 휴양지에서 숙박하기로 했다. 피지 남섬에서 프로펠러가 달린 경비행기로 북섬에 도착하고 우리는 현지 대법관이자 사업가인 로빈슨 부부를 만나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노니 생산공장과 노니 꿀 생산지를 방문했다. 신기하게도 때 묻지 않은 대자연 환경으로 투명하고 깨끗한 물의 원천과 꿀이 생산되고 있었다. 로빈슨 부부는 물과 치즈, 꿀과 과일 등을 모두 현지에서 자급자족하고 있었으며 과일의 향과 물맛은 상상을 초월하게 신선했다.

남태평양 부족인들이 만병통치약처럼 먹는 노니 역시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투자청에 근무하는 직원의 초대를 받아 해외에 파병되는 친척의 환송회에 참가해 전통적인 식사를 경험했는데 고구마처럼 생긴 카사바(Cassava)와 달로(Dalo) 그리고 막걸리처럼 생긴 향긋한 전통 술을 마시다 보니 기분이 몽롱해졌다.

피지 북섬이미지 확대보기
피지 북섬
그들은 결혼식이나 생일, 축제일에는 이토록 돌아가면서 술을 마시며 축제를 즐기다 보니 업무에 빠지기 일쑤고 직장은 단지 그들의 축제를 위한 보조수단이란 생각에 실직률이 매우 높아 원주민에 대한 선호도가 낮다는 인도인 사업가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땅 위로는 바나나가 자라고 땅 아래로는 카사바와 달로가 자라고, 슬리퍼 하나와 티셔츠 그리고 태양을 가리는 그늘만 있으면 세상만사가 걱정이 없으니 피지인의 낙천성은 결국 자연환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랜 사업에 지친 아버지가 피지로 은퇴이민을 가고 싶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어쩌면 내가 살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피지를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휴양지에서 대자연을 보며 스노클링과 수영을 즐기며 피지를 만끽했다.

피지인의 주식 카사바이미지 확대보기
피지인의 주식 카사바
피지 현지 생수업체와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총 판매권을 체결했고 노니업체와는 노니와 노니꿀에 대한 판매권을 확보했다. 지인이 기뻐하는 모습으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통역과 협약을 준비하고, 최종 서명을 하는 모든 과정을 진행하면서 나는 내 관심과 역량을 파악했고 내가 선호하는 직업과 업무를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 직장이 없는 두려움은 결국 최고급 휴양지에서도 잠을 못자는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했고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안도현 데카트롱 동남아 개발 총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