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금리인상으로 전세매물이 쌓이면서 전세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월세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수도권 전세 매물은 8만5384건으로, 한달 전(7만7570건)에 비해 약 10%(7814건)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1573건으로 전달(2만8923건) 대비 9.1%(2650건) 증가했다. 경기는 4만2922건으로 지난달(3만8760건)보다 10.7%(4162건), 인천은 1만889건으로 전달(9887건) 대비 10.1%(1002건) 늘어났다.
당초 부동산 시장에서는 8월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도입 2년을 맞아 갱신권 사용을 완료한 신규 전세매물이 시장에 나와 '전세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집주인들이 시장 흐름에 맞춰 4년치 보증금을 한꺼번에 올려 전셋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고 하반기에도 추가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여 차라리 월세에 살겠다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
전세 가격이 주춤한 반면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월세 가격은 상승세다. 전세대란은 피했지만 월세 가격 상승과 맞물려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된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1년간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보증금이 1년치 월세 이하인 '순수월세' 거래비중은 5.2%(944건), 보증금이 월세 1년~2년 구간인 '준월세' 비중은 55.1%(1만83건)으로 지난해 보다 높아졌다. 월세 평균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올해 상반기 평균 1.2% 상승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하반기 전세가격 상승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중개업소 2338개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전국 전세가격의 경우 변화없음(48.6%) 응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가격 하락 전망(28.7%)은 상승 전망(22.6%)보다 높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금리 인상으로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며 월세와 보증부월세(반전세) 전환 계약이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며 "다만 전세 거래는 가을에 집중되는 계절적 요인도 작용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또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전세 소멸'과 같은 극단적인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김선아 리얼하우스 분양분석팀장은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인해 현재 전세 가격이 오르기는 힘든 구조로 보인다. 전세 시장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임대차2법' 시행 이후 이미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전세에서 월세로 계약을 전환하는 '전세의 월세화'가 늘어나며 월세 거래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최근 법무부와 주택임대차 제도개선TF 착수 회의를 개최하고 공동 연구용역과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통해 주택임대차 제도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박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onp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