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미계약 물량은 278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396가구) 보다 약 2배 늘어난 물량이다.
무순위 청약이란 일반분양 당첨자 계약 이후 계약 포기나 청약 당첨 부적격으로 주인을 찾지 못한 가구에 대해 청약을 받아 무작위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 것을 말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제로 당첨자를 뽑는다.
서울에서는 한화건설이 강북구 미아동에 공급한 '한화 포레나 미아'가 최초 분양 당시 무더기 계약 포기자가 나와 최근 3차까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4월 최초 분양 당시 328가구 모집에 2347명이 접수해 7.3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에 성공했으나, 당첨자 139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 1차 무순위 청약에서는 82가구를 털어내지 못했고, 2차에서는 단 8가구 계약에 그치며 74가구의 미계약 물량이 남았다. 지난달 27일 진행한 3차 무순위 청약 역시 1.14대 1의 저조한 경쟁률로 마감했다.
인천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연수구 송도동 송도국제도시에 공급한 '송도 럭스 오션 SK뷰'가 다섯 차례나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이 단지는 지난 2월 최초 분양 당시 1114가구 모집에 4664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 4.2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다. 이후 1순위 당첨자 중 129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며 4월 1차 무순위 청약에 돌입했다. 1차에서는 16가구, 2차에서는 9가구, 3차 5가구, 4차에서는 3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지난달 26일 진행한 5차 무순위 청약에서는 3가구 모집에 12명이 접수를 마쳤다.
이 밖에 인천에서 GS건설 '송도자이 더 스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등이 최초 청약 완판에 실패하며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두 단지는 1차 무순위 청약에서 각각 84가구·13가구를 털어내는데 성공했다.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단지는 무순위 당첨 후 계약 포기 시 '재당첨 제한 최대 10년'이 적용된다. 대출 규제 강화와 연이은 금리 인상 등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재당첨 제한을 감수하고 계약을 포기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묻지 마 청약'에 나서던 과거와 달리 입지와 주변 단지 분양가를 비교하며 수요자들이 '선별 청약'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금리인상 영향으로 미분양 물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전월(3563가구) 대비 25.1%(893가구) 증가했다. 입주전망지수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6월 대비 7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4.3포인트 하락했다. 대표적인 미입주 원인은 기존 주택매각 지연(41.2%)·세입자 미확보(33.3%)·잔금대출 미확보(25.5%) 등으로 집계됐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높아지는 기준금리 여파를 새 아파트 입주시장도 피해 가진 못할 전망"이라며 "기존 아파트를 처분한 잔금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는 입주예정자들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며 기존 아파트를 매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청약 시장에서도 수요자들의 관망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면서 "수도권에서도 입지가 좋지 않고, 분양가도 저렴하지 않은 단지는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onp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