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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 행동주의 펀드는 정말 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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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 행동주의 펀드는 정말 착할까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경영진을 존중하는’ 착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정말 다른 펀드와 다를까. KT&G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FCP가 낸 몇 가지 제안을 보니, 일부 주장에선 전형적인 사모펀드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 이익을 추구하는 착한 펀드는 표면적으로 자리할 뿐,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배당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FCP가 내건 명목은 좋았다. 부실한 지배구조를 바로잡아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환원 확대를 이루자는 것으로 KT&G 이사회를 비롯해 ‘변화’를 요구했다. 그런데 FCP 측 주장을 하나씩 뜯어보면 다른 의도가 엿보인다. KT&G 사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숫자’로만 평가하는 모습과 기업의 존속까지 위협하는 과도한 주주환원 요구는 ‘단기 이익 실현’이라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일례로 KT&G 전자담배인 ‘릴’의 해외 진출을 위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동맹을 맺은 것에 대한 항의다. FCP 측은 KT&G ‘릴’의 자체 유통을 주장하고 있는데, 담배 사업에 대한 정통한 이해가 있다면 이런 주장은 맞지 않는다. 일반담배(연초)와 달리 전자담배는 하나의 기기로 인정돼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국가별로 받는 담배 규제도 각각 달라 하나하나 챙기기 힘든 구조다.

만약 이들 주장대로 KT&G가 자체 유통을 하려고 하면 진출하려는 국가마다 법인·지점을 설립해야 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리스크도 수반된다. 그래서 JTI도 미국에 NGP(Next Generation Products) 제품 유통을 위한 JV(합작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하지만 FCP는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KT&G의 해외 진출 방식이 손해라고만 해석했다.

이뿐일까. FCP 측은 미국 정부의 담배정산 기본협약에 따라 사용이 제한돼 단기 유동화가 불가능한 장기예치금 1조4000억원을 현금성 자산이라며 무리한 배당까지 요구하고 있다. 배당금에 주력하는 전형적 ‘사모펀드’의 모습이다. FCP는 주당 1만원의 배당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경우 최대 1조1627억원이 소요된다. 이는 작년 당기순이익인 1조53억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이것이 과연 경영진과 우호적인 관계를 근거로 하는 착한 행동주의 펀드가 할 수 있는 요구일까. 엑시트(자금 회수)가 목적이 아니라면 지나친 제안은 아닐까.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했던 굵직한 사안 중 하나였던 KT&G와 KGC의 분할 요구에서도 이들은 ‘분리’만을 요청할 뿐이다. 인삼 사업을 독립시키면 주주 가치를 올리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내놓은 안건인데, 이후 시너지 상실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물론 FCP를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들도 본질은 ‘펀드’이기에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이들이 받고 싶은 것이 ‘착한 펀드’란 평가라면 이 같은 공세 대신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전략을 내놨어야 한다. 착한 행동주의 펀드가 착한 척만 한다면, 앞으로도 사모펀드 전체에 대한 색안경을 벗기기 어려울 것이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