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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커피믹스를 먹고 살아 돌아온 그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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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커피믹스를 먹고 살아 돌아온 그들을 보며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요즈음 TV에 방영되는 '자연인'처럼 산속에서 얻을 수 있는 약초나 채소류 등으로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도시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식품을 섭취하며 살아가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오늘날 우리는 식품을 가공하여 먹을 수밖에 없다.

식품을 가공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생산지로부터 떨어져 있어 지역적인 한계를 타파하거나 특정 계절에만 생산되는 경우 시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다. 또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도 가공을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섭취하는 식품들이 단순히 가공식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식품으로 취급받는 일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가공식품을 어떤 방식으로 섭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식품으로 간주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섭취 방법에 있어 양을 조절하거나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조절하면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데 그런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식품첨가물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보는 시각들도 있다. 식품첨가물은 식품을 제조, 가공 또는 보존을 위해 인위적으로 식품에 첨가하는 물질로, 사람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하여 제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화학적 합성품을 포함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용한 성분의 규격과 사용기준을 정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합성품이 아닌 것들도 포함되며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서 외국에서 일반식품으로 인정한 것을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첨가물로 지정한 것들도 있다. 특히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기 위한 독성시험은 엄격한 동물실험으로 확인하여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양만을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식품첨가물이 일부 사람들에게는 먹으면 절대 안 되는 유해물질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 중에는 비타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섭취량에 따라 좋은 영양소 성분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독으로 작용하여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된장의 경우 암을 유발하는 성분도 함유하고 있어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항암 성분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하고 있어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데 이런 사실들이 오랜 기간에 걸쳐 먹어 오면서 증명되었기에 해로운 유해식품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얼마 전 무너진 탄광에서 두 사람이 커피믹스를 아껴 먹으며 목숨을 유지해 살아 나온 사건이 있었다. 우리 모두 가슴을 졸이며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다행스럽게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 나왔다. 그들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먹었던 것은 커피 성분과 소위 식품첨가물 성분이라고 불리는 카제인나트륨, 물엿, 코코넛지방 등으로 구성된 식품이었다. 한 봉지의 열량은 50Kcal 정도로 에너지를 제공하는 원천은 우유의 단백질 주성분인 카제인을 물에 녹이기 위하여 나트륨을 첨가한 카제인나트륨과 고소한 맛과 향을 제공하는 지방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었다. 좀 과장된 표현을 쓴다면 인위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식품첨가물을 먹고 살아 돌아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먹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던 식품첨가물을 먹고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살아 돌아온 것이다.

식품을 바라보는 시각도 이제는 좀 더 넓게 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하는데 너무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하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보다 긍정적인 면이 없는지 살펴보아야 하며 상대적인 비율은 어느 정도로 존재하는가, 나아가 이런 식품을 오랜 기간 동안 먹어 오면서 큰 문제가 나타나지는 않았는지 등을 보고 식품에 대한 평가나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