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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진정한 의미의 K-푸드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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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진정한 의미의 K-푸드 문화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6·25가 끝난 직후만 해도 우리는 먹을 것이 부족하여 간신히 목구멍에 풀을 칠할 정도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식품회사도 몇 개 없었고 일본 식민지시절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것들을 이어 지속하는 정도였다. 먹을 것이 부족하니 맛보다도 그저 먹을 수가 있고 칼로리를 제공해 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그러나 60~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대로 산업이 발전하면서 식품산업들도 몰라보게 발전할 수 있어 다양한 식품들을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식품회사들이 새로운 신제품을 내놓기도 하였지만 어느 회사가 잘 팔리는 제품을 출시하면 경쟁회사들도 덩달아 유사한 품질의 '미투' 제품을 생산하기도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의 식품이 세계시장으로 뻗어 나가면서 K-푸드의 저력은 K-팝이나 K-컬처에 힘입어 날로 상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개발 국가들도 우리 나라의 상품을 모방하여 판매함으로써 유통시장을 흐려놓기도 한다. 국내에서나 저개발국가에서 미투 제품을 만들 때 많은 이익이 발생하는 소위 가소성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면 누구나 참여하여 경쟁에 참여하려 한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어느 누구도 감히 참여할 수가 없는 제품들이 있었다. 기술적으로 어려워서 미투 제품을 못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이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제품이라면 어느 회사도 참여를 안 한다. 선진국마저도 이런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제조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되나 우리나라의 몇 개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그러한 일들을 하고 있다.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이나 희귀 질환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은 우리들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대사활동을 하는 데에 관여하는 효소가 선천적으로 부족하여 이로 인해 질병이 발생한다. 엄마의 모유조차도 먹여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흡수될 때 아미노산의 하나인 페닐알라닌을 타이로신으로 전환시키는 효소,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의 활성이 떨어지면 체내에 페닐알라닌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페닐케톤뇨증이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지능장애 증상을 유발한다. 이런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제품은 페닐알라닌만을 별도로 제거하여 만든 식품이어야 한다. 지방산대사장애, 고칼슘혈증, 갈락토스혈증, 단풍당뇨증, 호모시스틴뇨증, 메칠말론산혈증 등 여러 종류의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이나 희귀 질환을 앓아 유전적으로 결함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다소 차이는 있겠으나 많은 수는 아니지만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약 0.0025%의 발병율로 발병하는 환자들을 위한 식품을 생산하는 일은 식품제조회사로서는 큰 손실을 보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 제품의 경우 개발하기 위하여 10여 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되었지만 1년에 해당 제품이 판매되는 매출액은 5000만원 정도에 불과하여 매년 적자를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몇 개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도 지속적으로 생산해 주고 있다. 외국 기업들도 감히 이런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는 차에 일종의 사회 기여 차원으로 참여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있어 매우 자랑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이런 자세로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우리가 만든 식품이 세계인들에게 맛이 좋고 또 외국으로 많이 수출되어 팔려 나갈 때 K-푸드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유전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식품제조에도 적극 참여하는 이런 문화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K-푸드 문화가 아닐까 생각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