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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환율 대란과 바이든 방한 그리고 한미 통화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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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환율 대란과 바이든 방한 그리고 한미 통화스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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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박사 분석과 진단
환율이 불안하다. 미국이 인플레를 수습한다며 연이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치솟고 그 결과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불안 공포도 상대적 안전 자산인 달러 쏠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의 돈이 달러로 이동하면 달러 가치는 치솟고 환율은 더 오르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늘어나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우리 기업이 수출을 할 때 환율 상승 폭만큼 가격경쟁력이 높아진다. 그것도 정도 나름이다. 환율이 너무 빠른 속도로 높아지면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격하게 올라 아예 물건을 사올 수 없게 될 수 있다. 요즈음 상황이 바로 그렇다.

환율 상승은 또 외국인 자본의 국내 시장 유입을 막는다. 들어와 있던 돈 마저 빠져 나가게 된다. 실제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15조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자본의 이탈은 국내산업의 기반을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코스피와 코스닥의 폭락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거시경제의 기반을 통째로 뒤흔들 수도 있다. 원유와 원자재 조달 비용까지 늘어 3월 이후 3개월 연속으로 무역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급격한 긴축에 따른 주변국 화폐가치 하락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모두 겪는 현상이지만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원화의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한국은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하면 원유와 원자재 등 수입물가 부담이 커져 국내 인플레이션도 한층 자극하게 된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환율을 방어해야 하는 이유이다.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외환보유액이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풀면 그 만큼 환율은 내려가게 된다. 문제는 그 외환보유액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외환보유액이란 한 나라가 일정 시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대외 외환채권의 총액을 말한다. 국가의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교란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총액이 바로 외환보유액이다. 여기에는 금과 달러 그리고 엔, 파운드, 유로화 등 글로벌 기축통화 등이 있다.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과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보유외환, 그리고 국내외 보유금 등으로 구성된다. 총 외환보유고에서 국내 금융기관 해외점포에 예치된 외화자산을 뺀 것이 '가용외환보유액(Usable Reserves)'이다. '외환보유액'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가용외환보유액'을 칭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전월보다 85억1000만달러 줄어든 4493억달러이다. 2개월 연속 감소했다. 미국의 연이은 빅스텝 금리인상으로 미국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기타통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줄어들면서 달러 기준 외환 보유액이 줄었다. 슈퍼 강(强)달러 국면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뛰자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직접 달러화를 매도한 점도 외환보유액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 정형화된 기준은 물론 없다. 나라마다 상황이 달라 획일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의 권고를 참고해 나라마다 적정 외환보유액을 추산하고 있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그리고 여기에 외국인 증권 및 기타 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약 6810억 달러다.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외환보유액(4493억 달러)는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IMF의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ARA)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0.99로 기준에 미달했다. IMF보다 그 기준이 더 엄격한 BIS가 제시한 우리나라 적정 외환보유액은 지금의 약 2배에 달하는 9300억 달러다. BIS 기준으로 그 절반 정도만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IMF나 BIS 등에서 권고하는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

외환보유액을 늘리리면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 흑자를 내야 한다. 문제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의 지속적 흑자가 그리 쉽지 않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위기 국면에서는 통화스와프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그만큼의 달러를 빌려오는 제도다. 미국에 '달러화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셈이다. 미국과 통화스와프가 이뤄지면 비상 상황에 원화를 맡기고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빌릴 수 있다. 외환보유고가 추가로 늘어나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 상징성만으로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크다. 한국은 2008년 300억 달러, 2020년 600억 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를 넘겼다.

미국은 금융허브 국가인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과만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나머지 국가와는 위기 때만 한시적으로 맺는다. 지금 한미 동맹은 군사 동맹을 넘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 구축 등 포괄적 경제·안보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간에도 준상설 통화스와프를 못 만들 이유가 없다. 한국의 금융시장 안정성이 강화되는 것은 동맹국인 미국에도 플러스가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는 21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