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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남성 리더는 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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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남성 리더는 울어야 한다

김진영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작가
김진영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작가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에서 팀장급 이상 리더의 남녀 성비(性比)는 80~90% 대(對) 10~20% 수준이다.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 간부(직책자) 회의에 참석해보면 아예 여성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업 내부의 환경과 다르게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회원 수가 1만7000여명 되는 국내 최대 팀장 커뮤니티의 회원 성비는 65:35 정도이다. 분명 기업 리더의 성비와는 다른 구성이다. 필자가 운영 중인 코칭 프로그램 신청자 중 여성비율이 훨씬 더 높다. 최근 진행했던 그룹 코칭 공개 교육의 수강생 전원이 여성이었으며, 필자가 코치로 역할하는 독서 모임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선, 조직 내 여성의 입장에서 리더십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부분 조직의 리더십은 남성 편향성을 가진다. 따라서 남성 입장에선 굳이 외부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없다. 여성은 조직 안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사방이 남성들로 둘러쌓여 있고, 리더십의 기본 룰은 남성 위주로 형성된것들이다. 해답을 찾아 밖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가 된다.

물론 이 이슈는 리더십의 구조와 관련된 부분이라 진중하고 세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필자가 더욱 주목하는 쪽은 본인의 마음을 털어놓는 리더의 자발성이다. 코칭을 하기 전 신청자에게 현재 상황과 문제점에 대한 설명을 메일로 받는다. 코칭 미팅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확인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그렇다. 첫 번째 코칭 대상자의 메일을 잊지 못한다. A4 용지로 다섯 장을 써 보냈다. 다른 내담자들 역시 비슷했다. 현재까지는 A4 일곱 장이 최고 기록이다.

코칭을 받겠다는 마음가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성장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올바른 성장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를 돌아봐야 한다. 단순히 반성 정도가 아니라 잘못에 대해 시인하고, 이를 드러내 놓는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다. 특히 전혀 모르는 코치에게 자기 돈과 시간을 들인다면 더 큰 결단이 필요하다. 아울러 코치로서 나는 공감과 위로가 신청자에게 큰 힘을 발취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것 역시 여성 신청자에게 더 높은 효과를 가져온다. 여성 리더의 감성 능력에 대해서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이혼 후 1987년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생전 품위 있는 행동과 아름다운 외모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그녀였기에 영국 국민들은 한동안 비통함에 빠져 있었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의미 있는 분석 하나가 나왔다. 왕세자비사망 해인 1987년 영국의 우울증 환자의 숫자가 의미 있을 만큼 줄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평소 응어리졌던 감정이 다이애나의 사망 소식에 분출되어 눈물로 배출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됐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여성 86.5세로 남성 80.5세에 비해 6년이나 길다. 나는 한국 남성의 감정 표출이 서툴며, 화를 마음에 삭혀 두고 있어서라고 본다. 사실 남성은 감정의 자제를 강요받은 측면이 있다. 40대 이상 남성이라면, 어디서든 한 번쯤은 '남자는 인생에 세번만 운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할 때'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출생은 해버렸고, 선진국이 된 나라가 망할 일은 당분간 없으니 남성 리더가 울 기회는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솔직한 감정 표현을 억제하는 것은 효과적인 리더십 발휘에도 장애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요즘 젊은 직원의 개인적 실력은 예전보다 크게 상향됐다. 또한 웬만한 정보는 거의 공개된 상태다. 그렇기에 실무 경험과 정보 획득에서 절대 우위에 있던 과거 리더의 위상은 흔들린 지 오래다. 진짜 문제는 이제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풀리는 문제는 점점 줄어든다. 답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진짜 팀플레이가 필요한데, 리더의 전문성과 경륜은 직원을 움직이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제는 감성이 작용해야 할 시기가 됐다.
앞으로 보다 많은 여성 리더가 나왔으면 한다. 그녀들의 공감 능력이 새로운 답을 찾는데 크게 쓰이길 원한다. 아울러 남성 리더는 답답하고 쓰린 속마음을 부둥켜 안고만 있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시원하게 털어놓자. 순간은 창피하겠지만, 그런 모습에 직원들은 당신에게 더 다가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성의 수명 역시 늘어날 것이다.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김진영 플랜비디자인 전문위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