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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교수의 상생주택정책]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 콤팩트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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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한 교수의 상생주택정책]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 콤팩트시티'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


요즘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의 도시 관련 공약을 보면, ‘콤팩트시티(Compact City)’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도시 내에 정비사업지나 나대지에 ‘고밀도 복합 개발’을 공약하면서 ‘콤팩트시티’라고 지칭하고 있다. 이들 ‘고밀도 복합 개발’이 과연 콤팩트시티일까? 도시 개발의 만병통치약과 같이 통용되고 있는 콤팩트시티는 무엇일까?
20세기는 도시의 시대라고 볼 수 있다. 역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많은 도시들이 탄생했고, 세계 인구의 약 60%가 도시에 살게 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의 급진전에 따라서 기존 도시는 팽창하고 신도시들이 우후죽순식으로 건설되었다. 이에 따라서 20세기 전반기에 근대적 도시에 대한 다양한 비전들이 있었다. 환경이나 생명을 중시하는 도시 비전과 산업이나 기능을 중시하는 도시 비전들이 있었다. 영국 하워드(Howard, E)의 전원도시(Garden City),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브로드에이크 시티(Broadacre City), 토니 가르니에(Tony Garnier)의 공업도시(La Cite Industrielle),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의 내일의 도시(The City of Tomorrow and Its Planning) 등등. 그러한 비전들의 영향을 받아서 20세기 도시들은 건축되고 번영하였다. 화석연료 에너지를 기반으로 성장한 20세기 도시들은 이제는 기후변화의 주범이 되었다. ‘한계 도시’라는 낙인이 찍혔다. 21세기 도시의 과제는 기후변화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해방이후, 한국의 도시들도 그러했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많은 주택들이 공급되고 신도시들이 세워졌다. 이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구 증가세의 정체, 급속한 고령화 그리고 수도권 대도시의 인구 집중 심화로 인하여 지방 도시는 퇴락의 길을 걷고 있고, 일부 도시는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 수도권 대도시의 과밀화와 지방 중소도시의 소멸화에 대한 도시계획적 타개책은 무엇일까? 콤팩트시티가 새로운 미래 도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콤팩트시티에 대한 첫 아이디어는 1973년 수학자인인 단찌그(George B. Dantzig)와 사티(Thomas L. Saaty)의 저서인 <콤팩트시티; 살기좋은 도시환경 계획>에서 제시된 유토피아적 비전으로 가상적 도시모델이었다. 직경 2.66km, 높이 8층의 기후 조절 기능이 있는 원통형 건물에 25만명을 수용하는 플랜이었다. 대략 춘천시 인구(28만명)가 살 수 있는 건물 도시를 제안하여, 에너지 소비와 이동거리가 최소화되도록 했다. 이 계획에 영향을 준 것은 1961년 쟈코브(Jane Jacobs)의 저서인 <위대한 미국도시들의 생과 사>였다. 그녀는 도시 재생에서 핵심인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네가지 조건으로 복합 용도들(mixed uses), 충분한 인구밀도(a sufficiently dense concentration of people), 보행가능한 작은 블록들(small walkable blocks), 건물 연령과 양식의 혼합(mingling of building ages and types)을 제시했다. 이들이 제시한 복합용도, 고밀도, 보행중심, 이동거리 축소, 에너지 절약 등은 콤팩트시티의 주요 개념이 된다.

콤팩트시티는 국제적으로 21세기 도시 비전이며, 지속가능도시의 대안으로 인정되고 있다. 콤팩트시티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공통적 특성이 강하다. 주요국들의 콤팩트시티 비전을 살펴보자.

유럽의 지속가능 콤팩트시티(Sustainable Compact city)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이 깊다. 유럽 국가들은 20세기 말부터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속가능 도시(Sustainable City)를 지향하고 그 모델로 콤팩트시티를 받아들였다. 유럽의 지속가능 콤팩트시티는 시가지 고밀화와 녹지 보전, 복합용도 촉진, 도시 교외에 상업시설 입지 엄격히 규제, 도시 외곽부 주거단지는 고밀도 개발, 기존도시와 신도시 사이의 녹지 보전, 자연환경 고려 개발, 도시농업 토지 확보 등을 추구한다. 도시 고밀도 개발, 구시가지 상권 보호과 함께 녹지 보전을 중요한 가치로 하고 있다.

영국의 콤팩트시티는 도시 재생과 관련이 깊다. 콤팩트시티는 1997-2010년 영국 노동당 집권기에 영국의 계획 정책으로 강한 영향을 미쳤다. 1998년 제1차 토니 블레어 노동당 정부는 리버사이드 로저스 경(Lord Rogers of Riverside)의 지도하에 도시 태스크포스(Urban Taskforce)를 설치했다. 이 태스크포스는 영국 도시의 쇠퇴 원인과 부흥 방안을 연구하여 ‘하나의 도시 르네상스를 향하여(Towards an Urban Renaissance)’라는 레포트를 제출했다. 영국 정부는, 이 레포트에 영향을 받아, 주거 PPGs 계획 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 가이드라인에는 콤팩트시티, 보행자 및 자전거, 공공교통 투자, 그린필드보다는 브라운필드 개발, 건물 재이용 촉진, 주택지 개발에 그린필드 사용금지, 최소한 순주거 밀도 헥타르당 30가구, 주차장 최대화, 대중교통 결절점 집중화 등이 제시되었다.
미국의 콤팩트시티는 스마트 성장(Smart Growth)과 관련이 깊다. 미국계획협회(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APA)는 1994년에 기존의 자동차와 고속도로 중심 사회와 도시의 무분별한 확산이 한계에 왔다고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서 스마트 성장을 주장했다. 2006년 SGN(Smart Growth Network) 보고서에서는 스마트 성장의 원칙을 콤팩트시티로 제시했다. 콤팩트시티의 특성으로 복합 토지이용, 고밀도 건축, 다양한 주거 유형, 접근성이 좋은 오픈스페이스, 보행가로 네트워크, 노후 시설을 활용한 매력적인 커뮤니티 공간 등을 제시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지속가능도시를 위하여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콤팩트시티의 장점을 알리고 적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복합 토지이용과 부지 개발 최소화, 도시내 집적과 이동 거리 최소화와 낮은 자동차 의존, 각종 서비스와 직장 접근성 향상 등으로 인하여 지속가능성이 향상된다고 했다.

위에서 살펴본 여러 콤팩트시티 비전을 기초로 하여, 기후변화 대응하는 컴팩트시티가 가져야 할 덕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이를 지속가능 콤팩트시티(Sustainable Compact city)라고 말할 수 있다.

첫째, 콤팩트시티는 ‘자급자족적 고밀도 도시’다. 주택, 직장, 쇼핑, 교육, 문화, 복지 등의 기능이 있어 거주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이다. 각 기능의 공간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고밀도 복합 개발이 요구된다. 도시 내에 각 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도시이다. 콤팩트시티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일본 동경의 록본기힐스이다. 이곳은 도시 재생 지역으로 주거, 업무, 상업, 문화, 공원 등이 어울어진 고밀도 복합 개발이다. 이 도시 내에는 보행 중심 거리로 조성이 되어 있고, 몇 동의 고층 건물을 세우고 그 중앙에는 오픈스페이스와 가든을 조성했다. 여러 고층 건물로 이루어진 주상복합 건물은, 아무리 그 규모가 크더라도, 콤팩트시티가 아니다. 직주근접 등 자급자족적 복합 기능이 있느냐가 핵심이다.

둘째, 콤팩트시티는 ‘보도권 도시’다. 도시 내에는 보행이나 자전거 중심이며 화석연료의 차량은 최대한 억제된다. 적정한 보행권역이나 자전거 이용권역을 어느 정도 거리나 시간으로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권역이 바로 도시의 평면적 규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20분 보행권역 도시로 설정한다면 그 직경은 약 1.5km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도시와 도시 간의 이동은 기차나 버스 등 저탄소 대중 교통 체계를 권장한다. 한국에서 콤팩트시티라고 불리는 개발사업들은, 많은 경우 보도권 도시가 아니다.

셋째, 콤팩트시티는 기후변화 대응하는 ‘그린 도시’다. 콤팩트시티는 고밀도 도시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고밀도 개발함으로써 얻어지는 오픈스페이스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오히려 오픈스페이스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고밀도 개발하는 측면도 있다. 오픈스페이스 녹지는 탄소 흡수원이고 공해 요인을 감소시키며, 도시의 미학을 증진시킨다. 콤팩트시티 건설시에 건물을 제로에너지건축물로 건축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여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 벽면과 지붕에 녹화를 하여, 건물의 단열재 역할을 하고 공기중의 탄소를 제거하면 좋다.

덧붙여서, 도시 확산을 억제하고 기존 도시 거점의 집중개발을 통한 도시 재생이 중요한 시대이다. 콤팩트시티는 도시 재생을 위한 대안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신도시에도 콤팩트시티를 적용하는 것이 좋겠다. 왜냐? 기후변화 대응은 모든 도시가 추구해야 할 공동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과연, 제3 신도시 계획이 콤팩트시티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콤팩트시티의 3가지 덕목인 ‘자급자족적 고밀도 도시’, ‘도보권 도시’, ‘그린 도시’를 만족할 때에 그 도시는 지속가능 콤팩트시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공직선거 공약에 제시된 콤팩트시티들이 ‘지속가능 콤팩트시티’가 되기를 바란다.


이영한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부 교수(지속가능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