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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색해진 '일회용품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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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무색해진 '일회용품 규제'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유통경제부 송수연 기자

“갑자기 또 과태료 부과는 안 한다고 해서 그냥 일회용 컵 쓰려고요.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참…. 만만한 자영업자 들었다 놨다만 하네요.”
이달 1일부터 식당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소에서의 사용을 금지한다며 과태료를 최대 200만원까지 부과하겠다던 정부가 돌연 계도 및 지도 중심으로 단속한다고 하면서 현장 분위기가 급격히 느슨해졌다. 그래서 그런지 규제 시행 후에도 일부 카페 내에선 플라스틱 일회용 컵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기자가 만난 한 자영업자는 과태료를 부활시키기 전까진 계속 일회용품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규제를 앞두고 유리잔 등의 컵과 디저트용 스푼, 포크를 모두 구비했는데 정부 말이 바뀌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다회용 컵을 꺼리는 사회적 인식에도 환경부가 강행한 이번 정책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과태료 부과 유예 전까진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컸지만 나름대로 고객에게 정부의 이 지침을 어떻게 전달할지, 사용 중인 일회용품의 대체제로는 무엇이 좋을지 고민했던 모습이 역력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는 데 말이다.

대통령인수위원회가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질 때 까지 시행을 유예하자는 한 마디에 과태료 면제를 결정할 것이었다면 왜 그렇게까지 강력하게 플라스틱 감축 드라이브를 걸었는지 이해가 어렵다. 특히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우려스럽다는 자영업자와 시민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올라왔음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정부의 플라스틱 감축 정책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일회용 쓰레기는 세계적인 문제로 친환경 정책에는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시기며 또 손바닥 뒤집듯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기조다. 유명무실한 정책이라는 비난을 피하려면 현장의 의견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며 정부가 의지를 갖고 규제를 공표했다면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는 현장의 불만만 더 키울 뿐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로 현장과 여론을 세심히 살펴 성공적인 제도가 될 수 있도록 보완할 때다.


송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sy12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