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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해썹의 승인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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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해썹의 승인보다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해썹(HACCP)은 미국 우주항공국(NASA)에서 우주인들의 안전을 위해 무균상태에서 식품을 제조하기 위하여 개발해 낸 방법이다.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하는 예방차원의 개념으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감시활동의 일환이다. 식품의 안전성, 건전성 및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적인 관리시스템을 말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이 인증 표시를 보고 식품이 안전하다고 믿는다.

식품을 제조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제대로 잘 관리한다면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고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중요한 점은 관리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많은 제조회사들이 이 인증을 받아내기 위하여 노력은 많이 하지만 이를 관리하는 데에는 소홀히 한다. 매스컴을 통해 안전상에 문제가 된 업체들 중에는 이미 해썹을 받은 업체들이 많다. 이처럼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면 당연히 이 인증을 취소해야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정부나 기관도 이를 소홀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왜 이런 문제들이 반복해서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제대로 해썹을 수행할만한 업체를 인증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그런 요건을 갖춘 업체를 인증해주기 때문에 발생한다. 위반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인력이 모자라서 일일이 모든 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청하지 말아야 했을 것을 당장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신청을 하여 놓고는 그 다음엔 나몰라라 하는 업주들의 자세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관리하는 곳들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수시로 안전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는지를 현장에 나가 파악을 해야 하는데 승인한 업체들을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꾸려 나가니 소홀할 수 밖에 없다. 보다 철저한 관리 시스템이 제조업체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행정시스템에도 필요한 것이다.

17년 전 서울시에서는 한국음식점 중에서 외국인에게 소개할 만한 곳을 100여개 선정하는 사업을 실시하여 '아름다운 한국음식점'이란 타이틀을 걸어주었다. 식당들을 방문하여 여러 명의 심사위원들이 주방의 곳곳을 살펴보고, 보관중인 창고에 유통기한이 지난 재료가 있는지 확인하고 직원들의 매너 등을 평가한 후 선정했다. 당시 책자를 만들어 외국대사관, 관광업체 등에 배포하고 인터넷에 올려주는 등의 노력과 더불어 저리 이자로 주방시설 자금을 지원하고 국제식품전시회 관람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많은 업체들이 이를 인정받고자 하였다. 중요한 것은 받았다고 기뻐하였던 초기와 달리 관리가 소홀해지는 경우 불시 방문 조사를 통해 이를 취소하는 조치를 취했다. 많은 업체를 선정할 수도 있겠으나 100여개만을 선정한 것도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정하였던 것이다. 중도에 탈락한 업체들에 대한 소문은 이내 기존에 인정을 받은 식당들에게 긴장감을 불어 넣어 더욱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인들이 관장하는 미쉐린 제도 역시 일정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 못한다면 바로 탈락을 시킨다. 놀랍게도 외국을 나가서 탈락한 식당을 방문해 보면 실제로 등급을 받은 업체보다도 더 열심히 잘 하고 있으며 맛도 훨씬 나은 것을 발견하는데 이처럼 관리 제도의 지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많은 업체에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지며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경영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식품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경영 방향 중에는 해썹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해썹의 승인보다도 철저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절실히 요구된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