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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건강한 신체를 위한 소박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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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건강한 신체를 위한 소박한 밥상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옛날이나 지금이나 평소에 세끼 먹는 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른 채 보약만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200여 년 전 박지원이 쓴 ‘민옹전’이라는 소설에서 장수하기 위해서 밥을 먹지 않고 복령, 인삼, 구기 등 보약을 먹다가 오히려 기진맥진해진 사람을 보고 “그대의 병은 오곡이 아니고서는 고칠 수 없다”고 했다. 박지원은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보약보다는 잡곡밥 같은 평범한 밥상으로 식사를 해야만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민족은 삼한 시대에 이미 보리, 콩, 기장 등의 잡곡을 재배해왔다. 그 후 삼국시대에는 수수, 조, 팥 등을 재배했다. 쌀이 주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통일시대부터였으나 쌀은 항상 귀족들이나 먹는 식품이었다. 그러나 부자들은 항상 건강이 별로 좋지 않았다. 300년 전에 홍만선은 ‘산림경제’라는 책에서 부자가 되는 법을 설명했다. 그는 가난한 밥상을 차려야만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시대 왕들의 밥상인 수라상은 12가지 반찬이 올라와 화려해 보였지만 늘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음식 위주로 차려졌다. 왕들은 이른 아침,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을 두 번, 모두 5번의 식사를 했다고 한다. 식사 수가 많은 대신에 기름지지 않고 담백한 음식 위주로 수라상을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왕들은 많이 먹고 운동을 안해서 인지 왕들의 평균 수명은 47세에 불과했다. 조선시대의 왕 중에서 제일 오래 산 왕은 영조로 83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영조는 밥상의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쌀밥 대신에 잡곡밥을 먹었다. 영조는 탕평책을 쓴 왕으로 밥상도 ‘탕평채’라고 하여 하루 5끼 먹던 식사를 점심과 야식을 생략하여 3끼로 줄였다고 한다. 그가 가난한 밥상으로 소식을 한 때문인지 조선시대에 가장 장수한 왕으로 기록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인 히말라야의 훈자 지방이나 남미의 빌카밤바 지역 사람들의 식생활을 보더라도 그들은 늘 가난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고 한다. 그 지역에서 나오는 오염되지 않은 몇 가지 농산물로 가난한 밥상을 차리고 늘 소식을 한다. 우리나라 장수촌의 사람들도 세끼 밥과 된장국에 서너 가지 반찬으로 보기에도 가난한 식사를 하며 늘 소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에게도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사는 것이 소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생일날이나 돼야 밥상에 흰쌀밥과 고깃국이 올라왔다. 그 시절 쌀밥을 먹는다는 것은 최고의 기쁨이었으며 또한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봄철에는 쑥, 민들레, 질경이, 산나물 등으로 연명했고, 6월 초 보리가 수확되기까지는 보리고개라고 하여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먹을거리가 넘쳐 언제든지 마음대로 먹을 수 있고, 또 저녁에는 회식의 기회도 많아 먹고 싶은 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요즘 현대인들은 조선시대의 왕들 못지않게 잘 먹고 있다. 더불어 운동량도 왕들 못지않게 적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옛날처럼 의학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면 요즘 현대인들도 조선시대의 왕들처럼 50세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단지 의학의 발달로 인해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면서도 생명을 연장하고 있을 따름이다.

조선시대의 영조가 소식을 하면서 쌀밥 대신에 잡곡밥을 먹으면서 장수했다면 우리 현대인들도 장수하기 위해서는 역시 영조 같은 가난한 식생활을 해야 한다. 먹을 것이 풍족하다고 하여 먹고 싶은 대로 풍족하게 먹으면 살이 찌게 되고, 만성 질병에 걸려 나중에는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건강한 신체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유지될 수 있다. 소박한 삶을 지향하면서 적당히 운동을 하며, 오염되지 않은 먹을거리를 먹으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식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아는 것만큼 바꾸는 것은 쉽지가 않다. 식습관을 바꾸는 것도 그냥 바꾸자는 것이 아니고 투자가 필요하다. 건강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켜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먹을거리를 만드는 일마저도 등한시한다. 요리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며,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음식물에 의지해가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예전과는 달리 배불리 먹어서 행복하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난한 밥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질병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며 장수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원종 강릉원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