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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과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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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음식과 알레르기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알레르기는 어떤 특정한 물질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같은 양으로 해롭지 않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는 과민 현상을 말한다. 나는 망고에 알레르기가 있다. 그 정도가 심해서 한 조각만 먹어도 눈가가 부어오르고 얼굴이 온통 붉게 부어올라 일주일 정도는 고생한다. 몇 년 전 중국 남부의 장수마을을 방문한 후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오는 도중에 기차 안에서 망고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망고 한 개를 먹었다가 고생한 적이 있다. 양쪽 눈이 부어오르고 얼굴과 목 부위가 빨갛게 부어올랐다. 귀국하여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아내도 내 얼굴을 못 알아 볼 정도로 심했다. 이처럼 식품의 특정 성분이 특정한 사람에게만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전체 인구의 50% 정도가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물질에 의해서 알레르기가 발병될 수 있는 알레르기성 체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식품뿐만 아니라 약품, 화장품, 꽃가루, 먼지, 가죽 털, 곤충, 주사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식품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고, 맛을 내어 즐거움을 주지만 때로는 먹은 후에 알레르기를 일으켜 괴로움을 주기도 한다. 식품 알레르기는 식품을 섭취한 후에 일어나는 식중독이나 유당 불내증 같은 모든 이상 반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반응에 의하여 일어나는 경우만 식품 알레르기라고 한다. 즉 식품을 섭취했을 때 질병에 걸린 것처럼 반응하여 면역체계가 항체를 과다하게 분비하면서 일으키는 반응이다. 식품에 의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은 0.3~0.7%로 보고되고 있으며 영·유아에서는 8%까지 보고되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어린아이에게서 자주 일어난다. 특히 유아기에 흔하기 때문에 이유식에는 이유에 필요한 식품을 조금씩 첨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레르기는 피로할 때나 감정적으로 흥분할 때 더 잘 일어난다.

알레르기는 주로 어떤 식품에 의해 일어나는가? 가공식품에는 수많은 종류의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다. 민감한 화학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식품첨가물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식품으로는 달걀, 돼지고기, 복숭아, 어류, 닭고기, 우유, 메밀, 밀가루, 토마토 등이 있다. 알레르기는 주로 단백질에 의하여 일어난다. 밀가루 속에 들어 있는 글루텐이나 우유 속의 카제인 단백질, 달걀 흰자의 알부민, 꿀 속에 들어 있는 꽃가루의 단백질에 의해 알레르기가 일어난다. 또한 밀가루, 견과류, 초콜릿, 생선 등에 의해서도 알레르기가 일어난다.

알레르기의 증상은 어떠한가? 알레르기의 증상은 개별적으로 다르나 소화기, 피부, 코, 폐, 혈관 등에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두드러기, 습진, 자반 등이 피부에 일어나는 증상이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구토, 복통, 설사,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 증세를 나타내기도 하고 눈 위가 빨갛게 되거나 가렵고, 콧물이 나고, 입술이 붓고, 귀가 울리는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알레르기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자기의 과민성 식품을 알아두어 그런 식품을 피하든지, 대치식품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밀가루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빵, 국수, 만두, 케이크, 햄버거, 크래커 등을 피하고 그 대신 쌀, 팝콘, 옥수수, 보리가 들어 있는 식품으로 대치한다. 밀가루에 의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은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밀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글루텐이 없는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 우유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우유, 요구르트, 치즈, 버터, 마아가린, 비스킷 등을 피하고 두유나 두부 등을 섭취한다. 달걀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달걀이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 케이크, 비스킷, 빵, 마요네즈 등을 피하고 쌀이나 콩이 들어 있는 식품을 택한다. 돼지고기에 알레르기가 있으면 베이컨, 소시지, 핫도그 등을 피하고 대용품으로 쇠고기가 들어 있는 식품을 택한다. 가끔 딸기 같은 과일에 붙어 있는 작은 솜털에 의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 그런 경우에는 흐르는 뜨거운 물에 씻은 후 즉시 흐르는 찬물에 씻어 솜털 같은 것을 제거하면 알레르기를 피할 수 있다.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방법밖에는 없다.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자연식품, 천연발효식품 등 생리활성이 풍부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이원종 강릉원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