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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나트룸 저감화 신중히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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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나트룸 저감화 신중히 접근해야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1960년대 미국에서 행해진 한 연구는 포화지방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높인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린 적이 있다. 심장병의 주범은 저밀도 콜레스테롤이고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건 포화지방이기에 이런 결과로 포화지방은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추측이 가능했고 아울러 포화지방은 건강의 적이 되기에 충분했다.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여 생각해 보지도 않고 외면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포화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이지만 동시에 좋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도 함께 높여준다는 사실이었다. 최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보면서 포화지방이 심장질환과도 아무 연관성이 없다는 결과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연구는 이제까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포화지방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누구도 증명하지 않은 단순한 추측에 불과했던 것이다. 동물성기름을 기피하고 식물성기름을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닌 것이다.

계란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성인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니 계란을 두세 개 이상 먹지 말라는 권고가 미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었다. 심지어 타임잡지 표지에도 이런 점을 선도하는 표지그림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5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러한 판단은 잘못된 것이며 계란의 섭취가 체내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가져 오지는 않는다는 점이 발표된 바 있다.

최근 이와 유사한 보도가 전해지면서 오랫동안 믿어 왔던 사실이 뒤집혀져 오랜 식습관으로 정착해왔던 사람들에겐 적잖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까.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하다보면 결과의 해석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보게 되고 부분적인 현상을 마치 전부가 그러한 것으로 판단하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주관적인 생각이 밑바탕에 깔린 상태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본다. 매우 중요한 연구의 경우 객관적 입장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나트륨(소디움)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이의를 달 생각은 없다. 그러나 왜 그러한가를 생각해 보는 관점은 다양한 접근으로부터 다양한 결과들이 나올 수 있으며 그런 다양성을 토대로 정책방향이나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짜게 먹는 사람들(나이든 사람) 중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을 찾는 일은 매우 쉽다. 결과 도출이 용이하다보니 그러한 접근을 많이들 하게 된다. 하지만 짜게 먹는 사람 모두가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리지는 않는 결과에서 보는 것처럼 그러한 주장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만일 짜게 먹는 사람들 중에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걸리는 성인병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실이 어떤 이유로 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까?
역으로 접근해보는 연구는 매우 어렵기 때문에 빠른 결론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잘 시도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통해서 나온 결과까지도 고려하여 다양한 견해 속에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면 계란 콜레스테롤에 대한 선입견과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서양 사람들은 가공식품을 통해 짜게 먹는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공식품보다는 집에서 먹는 음식이 더 많은 나트륨 섭취를 유도한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의 접근 방법은 더욱 손쉬운 가공식품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어 접근 방법에 대한 논의를 재조정해 볼 필요가 있다. 연구의 방향을 다르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때론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교훈을 보면서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결정할 때는 더욱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 다음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자발적인 접근으로 더 많은 국민이 솔선수범하는 방향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