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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광물 수출 통제 경고에 흑연 사용 기업 비상…K-배터리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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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광물 수출 통제 경고에 흑연 사용 기업 비상…K-배터리 '발동동'

흑연 중국 생산 물량이 전체의 82% 차지…천연흑연 정제는 100%
흑연 수요 급증하면서 국내 배터리용 흑연 중국 의존도 89% 달해

천연 흑연 광산. 사진=플리커이미지 확대보기
천연 흑연 광산. 사진=플리커
중국이 광물 통제에 나서며 전기차·배터리(이차전지) 업계가 흑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흑연은 채굴에서 제련, 공급망까지의 거의 모든 생산과정을 중국이 꽉 잡어 중국 의존도가 압도적읻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흑연 물량은 전 세계 82%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천연흑연 정제는 100%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 中 "우리 환경 희생하며 광물 공급하지 않을 것" 압박


중국 상무부는 지난 3일 '앞으로는 우리 환경을 희생하며 갈륨·게르마늄 등 광물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에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광물 수출 통제 정책을 내놓았다. 주요 재료 수출 제한에 담긴 경고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산업의 발전을 위해 환경을 희생하면서 전세계에 주요 자원을 공급해 왔다.

특히,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의 활물질(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활성 물질)로, 중국이 생산과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는 것으로 알려져 광물 통제가 본격화되면 관련 분야 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흑연 공급망을 옥죄니 미국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는 5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보낸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중국의 수출 제한 방침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상무부는 또 "이번 조치는 공급망을 다양화할 필요성을 보여준다"면서 "미국은 이를 해결하고 핵심 공급망에서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 전기차 수요 증가하자 국내 배터리용 흑연 중국 의존도 '89%'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자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흑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흑연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수출 통제에 따른 리스크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자료=펄스리서치센터이미지 확대보기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증가하자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흑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흑연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수출 통제에 따른 리스크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자료=펄스리서치센터


최근 흑연이 부족해진 원인으로는 수급 불균형이 지목된다. 전기차 수요 증가로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흑연 수요가 덩달아 증가한 탓이다. 흑연은 기존 철강산업 등에서 내화재의 원료로 쓰였으나, 올해부터 수요처의 50% 이상이 배터리 업체로 바뀌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용 흑연 중국 수입 의존도는 천연흑연 기준 89%에 이른다.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흑연 공급이 점점 더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흑연에 대한 다운스트림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흑연 수요가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10.5% 증가해 2025년엔 전체 흑연의 66%, 2030년엔 79%가량이 배터리 산업에 쓰일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공급은 연 5.7%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펄스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천연흑연 수요는 지난해 공급량의 6.5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흑연 부족 사태가 전기차 공급망 전반을 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선진국들이 환경문제 등으로 인해 철수한 광물 채굴·정련·공급 등 시장에 뛰어들어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반면 미국은 1980년대 환경오염을 이유로 광물 제련 투자를 기피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공급망이 올스톱되며 산업이 멈추는 것을 보고 다시 자체 자원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흑연을 '주요 광물'로 낙점하고 리튬, 코발트 등과 함께 배터리 재료 우선순위로 지정해 놓은 상태다.

◇ 탈중국 어려운 천연흑연 규제 공포에 관련 기업, 대체제 마련 고심


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광물 통제에 이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탈중국화를 놓고도 고심에 빠졌다. 올해부터 광물의 40%를 중국이 아닌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서 배터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는 해외 광산업체와 자원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고 있지만, 흑연은 중국 업체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기존 공급망 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자 천연흑연을 인조흑연으로 대체하는 기술과 폐배터리 음극재로부터 흑연을 재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공급망 구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인조흑연 분야에선 포스코케미칼이 국산화에 성공했다. 2021년 12월 연산 8000톤(t)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인조흑연 설비를 갖춘 데 이어, 올해 초 2단계 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탄자니아 흑연 광산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폐배터리 전처리 선행기술을 보유한 율호는 자원 추출의 원조각인 블랙매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자회사 율호머트리얼즈는 경기 화성시에 연산 8000톤 국내 최대 규모의 폐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전처리(파쇄) 플랜트를 착공했다. 이 업체는 환경오염 리스크를 제거한 고수율 생산기술을 무기로 북미로 자원공급 확장에 나섰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다 쓴 배터리에서 흑연·리튬·니켈·코발트 등 자원을 추출하는 사업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국내 사정으로 해외 자원 개발만큼 중요한 미래 사업으로 꼽힌다.

흑연은 리튬, 코발트, 니켈보다 대중국 의존도가 월등히 높은 탓에 초기 새로운 공급망을 만들지 않고서는 교역 체질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미-중 전략 경쟁이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중국 수출 통제가 발효되기 전에 제품을 비축하려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