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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차 파워팩’ 20년 만에 첫 결실…현대두산인프라·SNT重, 튀르키예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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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전차 파워팩’ 20년 만에 첫 결실…현대두산인프라·SNT重, 튀르키예 수출

현대두산인프라‧SNT重 튀르키예에 엔진‧변속기 수출 계약
K2 전차 기반해 개발한 알타이 전차 파워팩으로 장착 예정
양사 제품 결합한 파워팩 도입은 처음, K2는 아직 미장착

현대로템의 K2흑표전차 기술이 적용된튀르키예의 주력전차인 알타이 전차가 가동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튀르키예 군 당국은 알타이 전차에 한국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하고 SNT중공업과 자동변속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엔진 구매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사진=튀르키예 국방부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로템의 K2흑표전차 기술이 적용된튀르키예의 주력전차인 알타이 전차가 가동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튀르키예 군 당국은 알타이 전차에 한국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하고 SNT중공업과 자동변속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엔진 구매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사진=튀르키예 국방부
전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파워팩’이 국산화 추진 20년 만에 수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과 독일 등에 이어 전차 완제품과 파워팩 등 핵심 자재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한다.

31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튀르키예 측과 알타이 주력전차에 탑재할 전차용 엔진 수출 계약을 조만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날짜가 언제인지의 문제만 남았으며, 이르면 이번주 초에 계약 소식을 알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수출 계약은 튀르키예 정부가 알타이 전차에 탑재할 파워팩을 공급받기 위한 것이다. 파워팩은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합쳐서 세트로 만든 것이다. 분리됐을 때에 비해 신속한 정비와 장비 교체가 가능해 전쟁 시 전차의 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독일과 미국 등 소수의 국가만 보유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이다.

앞서 지난 30일 SNT중공업은 튀르키예에 총 2억유로(약 2700억원) 규모의 국산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6893만유로에 달하는 튀르키예 주력 전치 알타이용 자동변속기를 현지 전차체계업체인 BMC에 공급한다. 또 2028년부터 2030년까지 1억3090만유로 규모의 1500마력 자동변속기에 대한 추가 옵션 구매 계약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계약은 국산 엔진과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이 처음으로 수출되어 전차에 운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초 개발을 시작한 지 20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 중반 K2 흑표 전차 개발을 시작할 당시부터 국산 파워팩을 K2 전차에 적용키로 하고 개발을 시작했다. K1과 K1A1 등 기존 한국의 주력전차에는 이 분야 최대기업인 독일 MTU의 것을 사용해 왔으나 고가인데다가 정비 기간이 길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자 국방부가 독자 기술 개발을 추진했다.
국산 파워팩을 만들기 위해 엔진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자동변속기는 SNT중공업이 개발업체로 선정됐다. 양사는 2010년대 초반 각각 제품을 개발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개별 제품은 아무런 하자가 없었는데 이를 하나로 합치면 불량이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양사가 피나는 노력을 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자동차에서 남양연구소장, 파워트레인연구소장, 연구개발총괄본부 부회장 등을 역임한 이현순 자문(현 ㈜두산 부회장)과 한국GM(옛 대우자동차, 현 한국지엠)에서 기술연구소장과 기술 개발 부문 부사장을 지낸 손동현 사장(현 현대제뉴인 부회장)을 영입했다. SNT그룹은 대우전자 회장 시절 ‘탱크주의’ 광고 캠페인으로 유명했던 전문 경영인 배순훈 전 회장을 회장으로 위촉해 파워팩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최고의 기술진이 머리를 맞댔지만,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했고, 시간은 흘러갔다.

결국 국방부는 2009년 체제 개발을 완료한 K2전차의 1차 양산에는 독일 MTU(엔진)와 RENK(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장착했다. 2차 양산에는 현대두산인플라코어의 엔진은 채용했으나 변속기는 SNT가 아닌 RENK 제품을 장착했고, 3차 양산도 2차 때와 같은 파워팩을 적용했다. 지난해 현대로템이 수주한 폴란드 전차 수출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한 초도 물량의 K2 전차에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과 독일산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탑재했다.

튀르키예도 한국산 파워팩 개발이 늦어지자 불만과 비판을 쏟아냈다. 알타이 전차는 현대로템이 K2 전차 설계를 기반으로 기술을 제공해 개발한 것으로 일종의 K2 전차의 파생형 전차다. 알타이 전차는 K2에 장착하기로 한 동일한 한국산 파워팩을 장착하기로 했지만, 앞서 언급한 데로 개발이 지연되자 최초 양산 전차에는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했다.

특히 튀르키예 정부는 파워팩을 자국산으로 개발하기 위해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2013년 말경 튀르키예 국방부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알타이 전차용 파워팩 공동개발 보도가 나와 한국 업체들이 긴장한 적도 있다.

이후에도 튀르키예 군 당국은 한국의 상황을 주시하면서도 해외 업체에 파워팩 개발을 문의했다. 자체 개발을 하지 않고 독일제 파워팩을 들여오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튀르키예에 독일 등이 무기 판매 중단 조처를 내리면서 이마저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2020년대 들어 튀르키예 정부는 한국산 파워팩을 도입하기로 했고, 지난해 시험 평가 기간을 거쳐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과 SNT중공업의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을 구매하기로 했다.

알타이 전차는 K2보다 먼저 전시 작전에 투입돼 성능을 인정받아 K2의 성능을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알타이 전차는 K2보다 먼저 완전한 한국산 파워팩을 탑재한 첫 전차로 기록된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SNT중공업의 자동변속기와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엔진과 결합한 파워팩이 튀르키예 군 당국의 시험 평가를 통과하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과거에 지적됐던 문제점을 해결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도 이번 계약을 주목했을 것이다. 앞으로 육군이 도입하는 K2 전차와 수출용 K2에도 한국산 파워팩이 장착돼 국산화율을 높이고 성능을 발휘해 K-방산 수출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