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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 수입 부족 사태 오나? EU 수출 규제법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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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스크랩 수입 부족 사태 오나? EU 수출 규제법 시행

유럽의회, WSR 比 OECD국에 수출 규제 개정안 의결
호주 철강업계는 자국 정부에 철스크랩 수출 규제 촉구
미국‧일본 등 주요 수출국도 수출 규모 축소 나서기도
韓. 튀르키예 이어 세계 2위 철스크랩 수입국, 수급 우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 남성이 철스크랩(고철) 자루들을 수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 남성이 철스크랩(고철) 자루들을 수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친환경 추세에 맞춰 철강업계에서 사용이 늘고 있는 철스크랩(고철) 대전이 벌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자국 내 철스크랩 수출을 규제하는 폐기물 선적 규정(WSR) 개정안을 채택했고, 호주 철강업계는 철스크랩 수출 규제를 정부에 촉구했다. 양대 수출국인 미국과 일본은 올해 수출을 이전보다 줄일 것으로 보인다.
튀르키예에 이어 세계 2위 철스크랩 수입국인 한국의 수입 비중이 높아 자칫 철스크랩 수입 부족 사태가 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철스크랩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 ‘원료 전쟁’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2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외 국가에 철스크랩(고철) 수출을 규제하는 ‘폐기물 선적 규정(WSR) 개정안’을 채택하기로 의결했다.

실제 악셀에거트(Axel Eggert) 유로퍼(EUROFER) 사무총장은 작년 12월 유럽의회 환경보건 식품 안전위원회(NEVI)가 폐기물 수송 규정을 통과시킨 이후 “2030년까지 시행될 녹색 철강 프로젝트는 더 많은 고철을 필요로 하고, 수요는 향후 몇 년 동안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순환 경제와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달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폐기물을 해외로 옮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면서, “현재 수출되는 자원은 유럽의 높은 환경 기준에 따라 새로운 철강 제품으로 재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법에 따라 철 및 비철 고철을 포함하는 회수용 비 위험 폐기물 수출은 승인을 신청하고, 제3자 감사를 통해 폐기물을 지속해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하는 비(非)OECD 국가에만 허용된다. EU 집행위원회는 OECD 국가들에 대한 폐기물 수출을 모니터링해 출하량이 규정에 따라 환경 측면으로 건전하게 관리되고, 자국 내 생활폐기물 관리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유로퍼는“WSR 입법의 다음 단계는 OECD 국가 향 수출에 대해 더 강력한 모니터링을 구현해야 한다”며 “폐기물 처리 시설에 대한 ‘보다 세분화되고 조화로운 정의’를 설명하여 WSR의 핵심 부분인 감사 시스템이 더욱 엄격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WSR 시행을 우려하고 있다.
유럽재활용무역협회(EuriC)는 WSR 개정이 대륙의 금속 재활용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전체 재활용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독일 무역그룹인 VDM은 “비유럽 시장에서 구리, 알루미늄 또는 철스크랩 구매자에 대한 불특정 감사는 불필요하게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어 재활용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EuriC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WSR 개정으로 금속재활용업자들은 최대 80%가 이직하고, 50% 이상은 실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무역 단체들은 또한 이번 개정안을 “OECD 국가들에 대한 수출을 감시하기 위한 구체적이지 않은 약속”으로 규정하고, “장기적으로 EU의 고철 수출에 대한 추가적인 제한의 창을 열어 놓았다”고 말했다.

WSR은 알루미늄, 구리, 고철 등이 아시아 판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튀르키예에 이어 단일 국가로는 전 세계 2위 규모의 고철 수입국이다.

한국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고철 수입량은 472만t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2020년(440만t)을 제외하면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12년 1013만t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15년 575만t으로 감소했다가 2019년 650만t까지 회복됐다.

국내 자급률 향상이 수입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실제 현장의 상황은 다르다. 각국 철강사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면서 포스코 등 글로벌 고로 철강사들의 고철 사용량은 증가세로 전환했다. 해외 철강 설비도 고철을 주원료로 하는 전기로를 중심으로 증설되고 있다. 국내 최대 고철 구매처인 현대제철이 지난해 초 철스크랩 수입 전담팀을 해체하는 것을 두고 시대를 역행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유럽과 호주의 수출 규제 움직임보다 미국과 일본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한국의 원산지별 고철 수입 비중을 보면 일본산은 315만t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일본은 올해 일본제철 등 자국 철강사들의 수요 증가와 설비 증설로 철스크랩 수출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줄곧 제기됐다. 미국은 58만8000t으로 전년 대비 19.0%나 줄었다. 동남아시아, 인도 튀르키예 등으로의 수출에 더 역점을 두는 상황이다.

유럽산 철스크랩 수입량은 34만7000t으로 전년 대비 40.5% 급격히 감소했다. 이 중에는 러시아산 33만7000t이 포함됐다. 호주산은 14만5000t으로 비중은 비교적 낮지만, 미국 최대 수출기업인 심스그룹(SimsGroup)이 호주를 통해 수출하는 물량도 상당하다.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를 시작으로 철스크랩 수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무역업계 관계자는 “각 제강사, 고로사마다 이번 WSR 규제 움직임을 해석하는 것은 각양각색”이라면서도 “(수입 환경에 대해) 긴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은 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출은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며, “원료 전쟁은 점점 현실화하는데 국내 제강사들은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고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