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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로 정면돌파'...삼성·SK, 2023 반도체 성장전략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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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로 정면돌파'...삼성·SK, 2023 반도체 성장전략 가동

투자 유지·서버용 D램·인사 단행으로 위기 돌파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경쟁 가속화와 경기 침체로 K-반도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전략을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대만 TSMC의 추월, 중국의 메모리 분야 기술 추격, 미·중 패권다툼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지만 투자 유지·D램 시장 공략 등 대응을 통해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감산 없다" 초격차 전략


삼성전자는 투자 유지를 통해 '초격차' 전략을 내세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연이어 투자축소와 감산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며 강공을 택했다.

현재 시장 수요는 위축돼 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투자 기조 아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을 높여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차세대 D램 공정인 10나노미터(1nm=10억분의 1m)급 5세대(1b) 양산과 8세대 V낸드 양산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32Gb DDR5 D램, 모바일용 저전력 8.5Gbps LPDDR5X D램, 그래픽용 초고속 36Gbps GDDR7 D램 등 차세대 제품을 적기에 출시해 프리미엄 D램 시장의 리더십을 확고히 할 예정이다.

D램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높은 기술 난도와 재고 부담으로 5세대 10나노급 D램 공정 제품 양산 일정을 미뤘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 차세대 공정 도입을 예고해 마이크론보다 시장 선점에 유리해졌다.

또한,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D램 업체 중 가장 많이 보유해 기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8세대 V형 낸드를 통해 적층 경쟁 본격화에 나설 계획이다. V낸드를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지만 최근 수년간 세대교체 경쟁에서 밀렸다. 이에 7세대 V낸드 양산 발표도 건너뛰었지만 '2030년 1000단 낸드 개발'에 이어 지난달 3년 만에 차세대 V낸드 양산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의 낸드 가격은 상당히 우수하기에 가격 차별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원가 경쟁력과 신규 고객사 수주로 내년 낸드 불황이 예고된 가운데서도 삼성전자는 낸드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이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5일 사장단 인사 발표에서도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적극적인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인 남석우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 사장과 메모리 공정개발부터 양산까지 반도체 전 과정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지닌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사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해 안정을 도모했지만, 반도체 사업에선 개발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변화를 꾀했다. 이를 두고 핵심사업의 미래 대비 경쟁력 강화를 확고히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HBM3. 사진=SK하이닉스이미지 확대보기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는 HBM3. 사진=SK하이닉스


서버용 D램으로 시장 확대


SK하이닉스도 다운턴에서 서버용 D램을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린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 담당 사장은 콘퍼런스콜에서 서버용 메모리 확대를 예상했다. 노 사장은 "그동안 DDR5 관련 생태계가 갖춰지고 고객의 대기 수요가 형성됐다"며 "최근 시황으로 가격 부담도 낮아지고 있어 내년 서버 고객의 DDR5 전환 확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동안 모바일용이 메모리 반도체 성장을 주도했지만 이젠 서버용이 새로운 승부처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포함 모바일 제품의 수요는 부진하지만 OTT 활성화 및 온라인상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구글, 아마존, 메타 등 전 세계 8000여 개의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시장은 고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서버용 시장은 올해 처음으로 모바일용 D램 수요 전망을 넘어, 약 24%의 CAGR로 지속 성장할 것으로 봤다. 올해 연간 서버용 D램 수요(잠정치)는 684억8600만 기가비트(Gb)로 전망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포함한 전체 모바일용 D램의 연간 수요 잠정치는 662억7200만Gb다. 이에 따라 서버용 D램 시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165억8000만 달러(약 21조원)에서 282억 달러(약 36조원)까지 70% 이상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DDR5, HBM3 등 서버용 D램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통상 신규 서버용 CPU의 출시에 맞춰 서버 교체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특히 향후 출시될 제품들이 D램 최신 규격인 DDR5를 지원하게 되면서 업계에서는 신규 서버용 CPU의 출시가 'DDR5 중심의 시장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체 D램 시장에선 SK하이닉스가 약 27%, 삼성전자는 43%로 격차가 큰 편이지만 서버용 D램에선 다르다. 서버용 D램에선 양사가 3년 동안 40% 내외로 비등비등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시황 속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D램 단일 칩으로는 업계 최대 용량인 24Gb DDR5 제품의 샘플을 내놓으며 DDR5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DDR5를 비롯한 고부가 제품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엔 10나노급 4세대(1a) 미세공정이 적용된 서버용 DDR5 16·32·64GB 모듈 제품에 대한 고객 인증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회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3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 HBM은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 고성능 제품이다. 지난 6월 제품 개발 후 7개월 만에 미국 엔비디아에 HBM3 D램을 공급하며 양산을 시작해 프리미엄 D램 시장에서 선두 주자가 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 1일 조직을 개편하고 인사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산업의 다운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속도와 유연성 그리고 전문성과 다양성을 높이는 쪽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나아가 더 큰 미래 성장을 도모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간다는 방향성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미래전략' 산하 '글로벌(Global)전략'을 신설해 글로벌 불확실성 및 지정학적 이슈 대응에 나선다. 또한 글로벌 생산시설 전개와 지역별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 TF'를 CEO 산하에 구성했다.

또 사내 의사결정 체계를 축소해 경영판단의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기로 했다. 회사는 기존 안전개발제조담당과 사업담당 조직을 폐지하고, CEO와 주요 조직 경영진 간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韓, 반도체 격전지로 재탄생


국내외적 여건 역시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로 리스크보다는 새로운 반도체 격전지로 주목받게 되면서 반사이익이 더 클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첨단장비 수출규제로 중국 공장 내 유지보수, 신규 공정 적용을 위한 업그레이드 차질에 대한 우려는 1년 유예와 함께 불식됐다. 여기에 양사 모두 한국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어 중국 공장 리스크는 보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는 공급과잉으로 신규 설비 투자에 대한 필요성도 높지 않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89만㎡(약 87만 평) 부지에 2030년까지 6개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이곳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등 각국 주요 인사들이 방문하며 주목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에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인 M15X 건설을 결정했다. 회사 측은 업황 반등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의 결정으로, M15X가 다가올 업턴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장비업계가 대중 수출규제로 중국에 납품하기 힘들어져 한국이 그 대안 투자처로 떠올랐다.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4대 반도체 첨단장비 기업이 모두 한국에 자리 잡아 실시간 협력관계 구축이 가능해져 시장 상황도 우호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를 비롯해 미국 램리서치,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이 국내에 연구개발과 재제조 센터를 구축한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