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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지는 퍼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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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춰지는 퍼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속도 붙나

지난달 30일 현대글로비스 부사장에 재무 전무가 앉혀

뉴욕 오토쇼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제네시스하우스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뉴욕 오토쇼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제네시스하우스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 2곳을 설립한 데 이어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재무 전문가를 앉히는 등 적극적인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암시하는 신호들이 감지되고 있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전날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민첩한 대응과 지속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2022년 대표이사·사장단 임원인사를 시행했다. 이 중 눈여겨볼 점은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자리에 재무, 해외판매, 프로세스 혁신 등 다양한 경험과 글로벌 역량을 보유한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해 내정했다는 점이다.
이규복 부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 유럽 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 지역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경험한 재무, 해외판매 기반 전략기획 전문가로서 수익성 중심 해외 권역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장기화에 대비한 위기 대응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성과 기반의 핵심 인재의 발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인사라고 평가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회장이 지분 20%를 가지고 있고 지배구조 개편에 있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6조6188억원이지만, 시장 기대치는 이보다 높다. 영업이익에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포함한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곱하면 3분기 기준 회사의 시총은 8조5084억원으로 뛴다. 현재 시총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규복 부사장의 합류는 현대글로비스의 재무 건전성은 물론 내년 실적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서 현대모비스가 생산 전문 통합 계열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를 출범한 것도 지배구조를 위한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모비스는 이에 대해 "유연하고 민첩한 경영환경을 구축해 급변하는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현대모비스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핵심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유지분도 그래프. 사진=공정거래위원회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자동차그룹 소유지분도 그래프. 사진=공정거래위원회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가졌다. 이들 중심에는 현대모비스가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들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기업 지배력을 높이고 지배구조 왜곡, 주식회사 자체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의선 회장은 현대모비스에서의 장악력을 높여야 한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방안 중 가장 유력하다는 평가받는 것은 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이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정 회장은 17.42%의 기아, 0.7%의 현대글로비스, 5.84%의 현대제철의 지분을 합해 총 24.2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세금을 포함해 약 6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기아가 약 3조5000억원, 현대제철이 1조1800억원, 현대글로비스가 1400억원 등이다.

자금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와 정 회장이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로봇 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 시장 상장 등이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IPO는 앞서 한차례 철회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은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요건을 고려해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했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의 몸값은 10조원에 육박했다. 당시 정 회장은 보유 지분 534만주를 매각해 마련한 자금 4000억원을 핵심 계열사 지분 확보에 사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이 IPO를 추진한다면 이를 뛰어넘는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이다. 회사는 오는 2025년 IPO를 준비하고 있다. IPO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수익이 아직 나고 있지 않아서다.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2~3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1403억원·7억7000여만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0년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와 IPO 관련 조항이 담긴 풋옵션 관련 주주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즉 소프트뱅크그룹이 4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장되거나 상장되지 않더라도 현재 보유 중인 지분(20%)을 현대차그룹에 매도할 수 있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을 더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미국계 펀드 앨리럿 매니지먼트의 반발로 벽을 넘지 못했다. 이후 그룹은 후진적 지배구조이자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최근 움직임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신호탄이 아니냐고 평가한다.

로봇개 스팟. 사진=현대차그룹이미지 확대보기
로봇개 스팟. 사진=현대차그룹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