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앞다퉈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부는 이미 자체적으로 혹은 배터리사와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자체 생산하고 있으며, 일부는 배터리사들과 합의점의 찾고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나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제화는 오는 2025년부터 본격화될 것을 전망된다.
우선 배터리 내재화의 길을 튼 것은 테슬라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2020년 ‘배터리 데이’에서 배터리 단가를 56% 줄인 신제품과 생산 공정 혁신 등의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고성능 고효율 배터리 개발과 테라와트(TWh)급 생산, 3년 내 2만5000달러(약 2900만원) 수준의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핵심은 자체개발한 원통형 전지 ‘4680’이다. 기존 21700보다 부피는 2~3배가량 크지만, 에너지 밀도는 5배, 출력은 6배가 높아 주행거리를 최장 16% 늘릴 수 있다는 이론이다.
당시 내놓은 계획은 3년간 배터리 원가를 절반으로 낮추어 올해 1000GWh, 2030년까지는 3TWh 규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시작이 독일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것이었다. 다만, 4680 배터리의 생산 공정 완성도 및 수율에 따른 문제로 아직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는 폭스바겐 역시 ‘파워데이’를 통해 배터리 내재화를 암시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였던 ‘배터리 소송전’이 촉매제가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 내 최대 6개 배터리생산 설비를 구축해 연간 240GWh 규모의 독자 규격 배터리를 생산할 방침이다. 노스볼트, 궈쉬안 등 배터리 업체 지분을 인수하고 40GWh 배터리 공장 6개를 설립한다는 목표다.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기존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공장 설립,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주요 협력업체로 부상했다.
미국의 GM은 LG엔솔과 합작해 오하이오·테네시·미시간주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설립 예정한 총 4개의 공장 중 1개는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 전통적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제조사 중에서는 배터리 내재화를 가장 빨리 진행한 셈이다.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 페이엣 카운티에서 40GWh 합작 공장을 설립하고 2025년 말 양산에 돌입하며, 포드는 미국 테네시와 켄터키주에서 총 3개, 129GWh 규모의 공장을 SK온과 함께 짓는다. 두 회사의 배터리 양산은 2025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아직 공식화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은 없다. SK온과 전기차 배터리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합작사 설립 여부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다. 만약 합작 공장이 설립된다면 위치는 현대차그룹 신공장(HMGMA)이 들어설 미국 조지아주 인근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부터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만들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다만, 현대차의 이번 행보는 미국 IRA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애초 국내 배터리 업체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해 나가겠다는 현대차 계획과는 차이가 있다. 결국, 협력 관계로만 IRA에 대한 대응력이 생긴다면 굳이 배터리 내재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BMW그룹과 토요타와도 비슷한 경우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