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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TSMC' 글로벌 반도체, 脫中 가속화...對美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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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TSMC' 글로벌 반도체, 脫中 가속화...對美 투자 확대

반도체 패권경쟁 속 대미 투자 늘려
반도체지원법·대중 수출금지 영향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공장이 들어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부지.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공장이 들어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부지. 사진=뉴시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탈(脫)중국을 가속화하면서 대(對)미국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1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그간 미국보다 중국에 5배 투자를 해왔다.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8억달러(약 5조4600억원)이지만 중국엔 170억6000만달러(약 24조5200억원)를 투자했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중국에만 249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국의 중국 견제에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 내 투자 움직임은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늘어난 투자에 '땡큐' 외치는 미국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우고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생산라인 확장을 위한 투자비를 2024년까지 10배 이상 늘리고 2027년까지 생산능력을 3배가량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역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2곳의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같은 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4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다. 앞으로 20년 동안 1921억달러(약 252조원)를 투자해 텍사스 오스틴시와 테일러시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22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땡큐, 토니(최태원 회장의 영어이름)"을 연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K그룹의 대미투자금액의 약 70%인 150억 달러(약 20조원)는 반도체 연구개발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투자한다.

지난 8월 로이터통신은 SK하이닉스가 내년 초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착공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착공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에 후공정 패키징 공장을 세울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던 대만 TSMC 역시 미국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10%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일본 공장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소 120억달러(약 16조원)을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반도체 공장 옆에 최첨단 공장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지난 2020년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건설을 발표했는데 2공장은 1공장 규모와 비슷하다고 보도됐다.

반도체 기업, 중국에서 멀어져야 산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체적으로 반도체 기업들의 탈중국 현상이 보이는 것이 맞다"며 "앞으로는 중국보다 미국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보다 대미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미국의 3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해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장비를 수출하는 것이 금지했기 때문.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과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과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이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에 나서며 중국 내 공장에 미국 기술이 적용된 새 반도체 장비 반입 시 라이센스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사실상 수출 금지다.

이에 중국 내 팹을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이 깊어지던 가운데 최근 1년 유예를 받아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과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난 후 반도체 장비를 교체해야 함에 따라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양팽 전문연구원은 "중국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수요 시장이고, 지정학적인 필요성이 높기 때문에 그간 투자가 집중됐다"며 "1년이 지나면 다시 수출 통제 심사 대상이 될텐데, 유예기간이 끝난 이후에 교체해야 하는 반도체 장비의 경우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러한 라이센스(허가) 유예 조치가 1년씩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는 하나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라며 "생산 거점 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보면 필수불가결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 베이스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1년 유예가 연장되지 않을 상황에 대해선 "EUV가 없는 경우를 가정해 D램 팹 일부 EUV 레이어를 한국으로 가져오는 것 등을 고려하면 2020년 후반까지 약간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치명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팹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팹, 장비를 매각하거나 한국으로 장비를 가져오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관해 별도의 견해는 내놓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을 내세운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법에 따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시설이나 연구시설을 짓는 기업엔 보조금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고 시설투자 금액의 25% 세액 공제 등 혜택이 있다.

특히 이 법안엔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에 첨단 시성 투자를 하지 못한다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돼 있다. 미국은 만약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이러한 조항을 어기면 지원금은 회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는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 가능성으로 TSMC에 해당되는 사유다. 중국이 대만포위 훈련 등으로 양국 사이엔 군사적 긴장이 흐르고 있는 상태다.

TSMC는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미 첫 해외 생산공장을 일본으로 낙점하고 규슈 구마모토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24년 말부터 가동 예정된 이 공장 외 추가로 일본에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