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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한파에도 달리는 삼성, 1위 탈환 위해 '성큼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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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한파에도 달리는 삼성, 1위 탈환 위해 '성큼성큼'

TSMC 성장, 메모리 가격하락 등 리스크 확대
이재용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치고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장으로 승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합병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치고 취임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업계에서 줄줄이 투자축소와 감산을 발표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투자와 양산을 지속해나간다. 전례 없는 반도체 업계 한파로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움직임을 굳혔지만, 삼성전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고 1위 탈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3위로 밀려난 삼성, '첩첩산중'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 수익 감소에 경쟁사들의 가파른 성장세, 미국의 대중 수출규제까지 그야말로 '첩첩산중' 상황을 겪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난 27일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이어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며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 육성해온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에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1등을 하겠단 목표에 한층 가까워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는 모바일, TV 등의 수요 둔화 여파로 이익이 감소했지만, 파운드리는 지속적인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성숙 공정의 매출 기여 확대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총 순위는 전부 떨어졌다. 시총은 기업 성장성, 경쟁력의 종합지표인데, 2018년 이후 삼성전자는 2계단, SK하이닉스는 4계단씩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총 1위였지만 대만 TSMC와 미국 엔비디아에 밀려나 3위가 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AMD에 추월당해 10위에서 14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DS(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23조200억원,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매출액 6131억대만달러(약 27조1000억원)인 TSMC에 내주게 됐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인텔이 1위를 두고 경쟁했지만, 이번엔 TSMC가 처음으로 그 두 기업을 제쳤다. 반도체 업계에선 예상보다 빠른 TSMC의 성장세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러한 역전은 삼성전자의 메모리 실적 부진으로 일어났다. 메모리 부문에서 예상을 상회하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중화권 모바일 등 소비자용 메모리 제품군의 수요 둔화세 지속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메모리 부문은 고객사 재고조정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에서도 내년까지 반도체 업황 둔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역시 올해 중순부터 하락세로 전환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낸드플래시는 D램과 달리 내년 회복 전망 가능성이 작다고 보았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저지를 위한 수출규제까지 더해 가격하락, 반도체 공급망 등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인텔이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해 더욱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은 3나노 공정을 건너뛰고 2024년 1.8나노 공정에 도전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세계 최초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했으며 2027년 1.4나노 양산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 TSMC에 이어 인텔까지 파운드리 경쟁은 3파전으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멀리 보는 삼성 "위기는 곧 기회"


그러나 이 회장은 경영환경의 고통만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동시에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 "고통스럽다" 등 말하며 투자축소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동기 대비 60% 이상 감소한 영업이익을 내 내년 투자 규모를 50% 감축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인텔, TSMC,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역시 줄줄이 예산 감축이나 투자축소, 감산 등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홀로 감산은 없다고 공언했다. 그 이유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바라보기 때문.

삼성전자는 이번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매크로 이슈와 고객사가 재고조정을 예상대비 크게 하고 있어 수요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에는 데이터센터 증설도 확대될 것이며 신규 CPU(중앙처리장치)를 위한 DDR5 채용도 늘 것이다"며 "일부 외부 기관에서도 D램 중심으로 하반기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어 "현재 시장 수요는 위축돼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선 수요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겁쟁이 게임'이라 일컬어지는 치킨게임은 두 대의 자동차사 서로 정면충돌하는 상황에서 겁이 나는 쪽이 피하면 지는 게임이다. 지난 2000년 중반 일본과 대만 D램 기업이 출혈 경쟁 끝에 모두 사라진 일이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반도체 업계에서 다시 치킨게임이 벌어질까 우려도 나오지만, 이번 경우는 치킨게임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과거 "치킨게임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상황도 많이 달라졌기 때문. 그 이유를 3가지로 들 수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그 때와 위상이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2000년 초중반에 걸쳐 2번의 치킨게임에서 승리자가 돼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1위가 됐다.

출혈 경쟁은 비슷한 규모에서 더 타격이 크지만,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메모리 업계 점유율에서 37.6%를 차지하고 있다. 뒤이어 SK하이닉스가 21.4%, 마이크론이 17.2%로 경쟁사들과 격차가 꽤 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치킨게임에서 우승한 삼성전자가 이미 시장을 선점해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며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치킨게임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3분기 컨콜에서 "삼성의 낸드 가격 상당히 우수하기에 가격 차별성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삼성전자는 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 투자와 공정의 고도화를 위한 설비 투자를 하기에 공정전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산 효과가 나타난다. 업계 전문가는 기존 공정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공장이 잠시 멈춰 실질적으로 감산 효과가 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진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earl99@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