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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방어가 먼저…화학사 쉬어가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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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방어가 먼저…화학사 쉬어가기 전략

에틸렌 스프레드 200달러 밑으로 뚝…팔수록 손해
공장 가동률 하향 조정, LPG 사용 비중 확대 추진

LG화학 여수 NCC 공장. 사진=LG화학이미지 확대보기
LG화학 여수 NCC 공장. 사진=LG화학
국내 석유화학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뜩이나 공급망 위기로 원자재 수입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현상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악재까지 겹쳐 실적 하락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는 에틸렌 스프레드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나프타와 에틸렌의 t당 가격차이는 각각 658달러, 850달러다. 에틸렌(제품)에서 나프타(원가) 가격을 뺀 스프레드는 192달러다. 손익분기점인 300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셈.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본다는 업계의 토로가 괜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프타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업계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함께 경기 침체로 환율·가격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손실까지 떠안게 됐다. 최근 글로벌 시설 증설로 범용성 석유화학 제품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국내 주요 기업들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에너지스, SK지오센트릭, 여천NCC 등은 에틸렌 기준 90% 이상 상회했던 공장 가동률을 하향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량 감축으로 손실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에서다. 이에 따라 정기보수 일정 조율 가능성도 열어놨다.

이미 롯데케미칼은 여수 NCC 공장의 정기보수를 마무리했다. LG화학의 여수 NCC 공장과 대한유화의 온산·울산공장은 지난달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석유화학사들은 통상 4년에 한 번, 4주에 걸쳐 정기보수를 진행한다. 해당 기간에 생산은 전면 중단된다. 보수가 완료된 뒤에도 공장 가동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에는 도리어 이득으로 해석된다.

수익 방어를 우선시한 국내 기업들은 투자계획 보류에 무게를 실었다. 대신 나프타 대체 연료로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비중을 확대하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사업 다각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정성을 기반으로 중장기 비전을 수립한다는 것. 첨단소재, 2차 전지, 친환경 소재가 스페셜티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LG화학은 양극재·분리막과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분야에 약 2조원의 투자를 단행했고, 롯데케미칼은 인도네시아 뉴 에틸렌 프로젝트 등 사업 다각화 추진을 위해 약 5조5700억원을 쏟아부었다. 수익성 차별화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소미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nk254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