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는 위기에 강하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 때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경차들의 활약이 컸다. 우리나라 외환 위기 때도 마찬가지다. 티코를 비롯해 마티즈가 각 기업의 실적을 이끌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캐스퍼는 지난해 9월 공식 출시해 올해 8월까지 총 4만1375대가 팔렸다. 경차 중에서는 판매량 1위다.
캐스퍼는 상품성이 좋고 공간 활용도가 높다. 귀엽게 생긴 디자인과 함께 대리점 방문이 아닌 온라인 주문 방식을 채택한 것도 판매 실적에 보탬이 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 비결은 차급을 뛰어넘는 사양들이다. 풀 폴딩 시트, 2열 리클라이닝 시트, 프로젝트 헤드램프, 후방 모니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상위 차급에서나 들어갈 법한 옵션들이 적용됐다.
예전처럼 업무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닌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는 차로 거듭난 것이다. 캐스퍼는 기존의 경차들과는 달리 지상고가 살짝 높은 SUV 타입으로 나왔다. 2열 시트를 눕혀 차박 등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기아의 레이도 비슷한 경우다. 대기만성이라고 레이는 차박이나 캠핑에 관심이 높아져 인기를 끈 특이한 경우다. 레이는 전형적인 박스카 타입이다. 보통 박스형 차는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서 물가 높고 도심에서 주행을 많이 하는 일본에서 수요가 높은 편이다.
레이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4만1050대가 판매됐다. 약 1000대의 근소한 차이로 레이에게 1위 자리를 뺏겼지만, 한때 인기몰이를 했던 소형 SUV 셀토스(같은 기간 4만506대 기록)보다 많이 팔렸으니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경차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일 카이즈유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가장 많이 거래된 국산 중고차로 기아 모닝 TA 모델(2만9802대)이 기록됐다.
경차는 통상 매해 2~3월 사회 초년생의 생애 첫 차로 선택되는 경우가 많지만, 올해는 비수기로 꼽히는 9월과 10월에 오히려 수요가 늘었다. 시세도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케이카(K-Car)에 따르면 경차의 판매 기일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 모닝의 경우 평균 33일에서 27일로, 쉐보레 스파크 역시 34일에서 11일이 단축돼 23일이 됐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