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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50년-5] 사업시작 31년 만에 1억마력 생산…최단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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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50년-5] 사업시작 31년 만에 1억마력 생산…최단기록

선박엔진사업 세계 1위 등극 (하)
단일 국가‧기업 포함 최초, 유럽 113년‧일본ㄴ 85년 걸려
핵심부품 크랭크샤프트 국산화, 1984년 국산화율 80% 수준

현대중공업은 2010년 9월 29일 사업 시작 31년 만에 대형 선박엔진 누적 1억마력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생산한 MAN B&W 엔진전경. 사진=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중공업은 2010년 9월 29일 사업 시작 31년 만에 대형 선박엔진 누적 1억마력 돌파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생산한 MAN B&W 엔진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핵심은 국산화, 한국형 선박엔진을 완성하라


선박용 대형엔진의 자체 제작 성공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엔진 국산화율은 31% 정도에 머물렀다. 때문에 기술 축적의 필요성을 통감하며, 주요 부품의 국산화 필요성을 늘 체감했다.

외국 제휴사들로부터 대부분의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고자 꾸준한 기술 개발과 협력업체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82년에는 엔진 국산화율이 51%를 넘었으며 1984년 초에는 65% 가까이 올랐다.

특히 1984년 4월 선박용 크랭크샤프트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이듬해 6월에 선박용 프로펠러공장을 가동함으로써 국산화율을 75~8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선박용 프로펠러공장은 일본 고베제강과 기술제휴를 했지만 자체 생산시스템으로 제품을 양산했다. 이는 불안한 조선시황에 대비하기 위해 산업기계 분야에 진출한 이래 제철·제강설비·하수처리설비·환경설비·건설기계·발전설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면서 확보한 기술력 덕분이었다.

엔진 가격의 10%를 차지하는 크랭크샤프트가 안정적으로 국산화되자 선박 엔진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1986년부터 크랭크샤프트를 수출하기 시작해 1987년 9월에는 크랭크샤프트 생산 100세트를 돌파했다.

“공장 가동 이후 크랭크샤프트 생산 계획을 56대로 잡았습니다. 하루는 창업자님이 크랭크샤프트 공장에 오셔서 지하 14m까지 판 크랭크샤프트 열박음을 보시며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물으시고는 꾸짖으신 적이 있었어요.

이에 저도 고베에 가면 공장이 2개가 있는데 지금처럼 밑으로 파지 않고 위로 설치한 공장은 공정루트가 34m라고 설명했습니다. 크랭크샤프트를 12m만큼 올려야 하기 때문이었죠.

그러면서 고베스틸처럼 공장을 높게 짓는 비용에 비하면 지하 14m를 파는 비용은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창업자님이 제 어깨에 손을 딱 얹으시고 ‘그래, 잘했어’라고 말씀해주시더군요.”(김대두 전 현대중공업 전무)
1978년 11월 23일 현대엔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1978년 11월 23일 현대엔진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시장점유율 1위, 세계 선박엔진 시장과 미래를 선도하다

현대중공업은 1989년 현대엔진을 합병해 현대중공업 엔진사업본부로 발족시켰다. 이 무렵 현대중공업은 대형엔진 시장에서 세계 1위 엔진 메이커로 부상한 뒤 지금까지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시장점유율 면에서 최고일 뿐만 아니라 기술 면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컨테이너선용 9만 3120마력급 초대형 엔진을 생산해 10만 마력급 슈퍼 엔진 제작시대를 열면서 세계 엔진시장을 주도했다.

또한 유압식 컨트롤 밸브를 장착한 연료분사 시스템으로, 연료절감·저소음·저진동에 배기가스를 55%나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전자제어 대형엔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첨단 엔진 시장을 장악했다. 2010년 9월에 이르러서는 세계 최초로 선박용 대형엔진 생산 누계 1억 마력을 돌파하며 세계 엔진 역사를 다시 썼다. 1979년 선박용 대형엔진 생산을 시작한 지 31년 만의 일이었다.

엔진 생산 1억 마력 달성은 하나의 기록을 넘어 한국 조선산업의 성장세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엔진 분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 일본과 비교하면 더 놀라운 기록이었다. 당시까지 유럽의 디젤엔진 생산 역사는 113년, 일본은 85년이었다. 그럼에도 선박용 대형엔진 생산 1억마력을 기록한 회사가 없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선박용 엔진 제조사인 미쓰이가 2010년 6월에야 겨우 7000만 마력 생산을 기록했다.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는 당시 엔진기계본부장이었던 유승남 전 부사장의 말에서 엿볼 수 있다.

“1억 마력 달성은 1970년대 당시 기계공업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현재의 엔진 강국으로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기록을 넘어 이러한 엔진의 성장세가 바로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조충휘 전 현대중공업 사장의 증언도 엔진사업이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1위 견인의 숨은 공로자라는 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에서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엔진사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님은 국산화 의지가 매우 강하셨는데 조선소 초기 협력회사 사람들을 모아놓고 선박 부품의 국산화를 권장하셨습니다. 그런 창업자 님으로서는 선박의 핵심 구성품인 엔진의 국산화야말로 조선사업을 성장시키는 핵심 키워드라고 보시고는 조선소를 건설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엔진사업을 지시하셨던 것입니다.

초대형 조선소를 건립했는데 조선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결국은 선박의 핵심 부품인 엔진을 국산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에 맡기게 되고, 외국에 맡기게 되면 기술 종속이 되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봐야죠.”

<자료: 현대중공업>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