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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도, 美·日·EU도 무역적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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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도, 美·日·EU도 무역적자 늘었다

올해 최대적자 기록 경신하는 해 전망
IMF, 전 세계 208개국 中 148개국 적자 기록
미국 7085억불‧일본 9.4조엔‧EU 1447억엔
올해 최대적자 기록 경신하는 해 될 것 전망
IMF, 전 세계 208개국 中 148개국 적자 기록
중국‧대만‧브라질‧호주‧사우디는 무역흑자 여유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이 올해 무역 통계 집계 66년 만에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물론 세계 외환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장본인인 미국도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27일 글로벌이코노믹이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뉴질랜드 등의 국가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EU도 10년 만에 연간 무역적자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올해 1~7월 7084억9500만달러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902억2900만달러)보다 1182억6600만달러 늘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재정투입과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개인소비가 증가하면서 수입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원유 등 에너지 품목을 많이 수출했지만 그에 못잖게 수입도 많았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면 2021년 기록한 사상 최대 무역적자(1조789억3300만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무역적자 폭은 역대급이다. 올해 1~7월 누적 적자액이 9조3831억6800만엔으로 지난해 전체 적자(1조4758억8400만엔)의 6배를 넘었다. 1998년 기록한 연간 최대 적자인 13조9913억5700만엔보다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록적인 엔저 현상과 초저금리,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액 증가가 원인으로 지적됐다.

EU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무역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1~6월 누적 적자액은 1447억3400만유로로, 2008년 1901억300만유로 적자 이래 두 번째로 많다. 남은 기간에 2008년 적자 규모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27개 회원국 가운데 21개국이 적자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적자를 기록한 국가는 프랑스로 895억8400만유로이며, 스페인(338억6400만유로), 루마니아(154억4700만유로), 포르투갈(140억8700만유로), 이탈리아(133억3500만유로) 등의 순으로 적자가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속에 에너지 제품 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평균 세자릿수 내외로 증가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20년 EU를 탈퇴한 영국도 1~6월 누적 적자액이 1753억2300만달러에 달했으며, 튀르키예(터키)도 51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적자(311억1800만달러)를 넘어섰다. 뉴질랜드는 1~7월 누적 52억4000뉴질랜드달러 적자를 기록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사상 최대 적자를 낸 2021년(93억2100만달러)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가운데에는 싱가포르와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 4개국이 무역적자다. 이들 중 싱가포르는 1~6월 573억5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무역협회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교역 품목인 반도체와 전자부품 무역적자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원유 수입액도 세자릿수 가까이 증가한 게 원인이다. 같은 기간 필리핀은 278억7900만달러, 태국은 83억8500만달러, 캄보디아는 34억58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 1~8월 251억900만달러 적자로 집계돼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적자였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보다 많다.
무역적자를 기록한 국가들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고, 주로 원‧부자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수출하는 국가들이었다. 여기에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킹달러’ 정책으로 인해 다른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에 더 많은 지출을 하게 되어 적자 폭이 확대됐다.

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무역적자 현상은 수출은 호조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에너지 수입이 급등하면서 벌어진 이례적인 현상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는 안정되길 기대했으나 미·중 갈등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고(高)금리 유지 발언 등 변수가 계속 겹쳐 해소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국가의 무역적자도 확대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하는 208개국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무역적자는 411억6500만달러로, 지난해 연간 적자인 426억8500만달러에 육박했다.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곳은 148개국이었다. 경제 블록별 적자 상황을 보면 △전력, 철강, 기계, 석유 산업과 같은 기간 산업이 발달한 ‘산업국’(5190억3800만달러) △자국에서 원유를 생산하지 않는 ‘비산유국’(184억5900만달러) △유로화 단일 통화권에 있는 ‘유로존’(932억2800만달러) △미국 등 아메리카 국가들이 모여 있는 ‘서반구’(411억800만달러) 국가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제조업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 원유를 생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 철광석과 석탄 등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과 호주 등이 무역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경기가 침체기로 돌아서면 세계 교역이 악화하면서 이들 국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